제가 너무 좋아하는 <선덩여왕>에서 ‘보량’이라는... 아마 공주? 여튼 왕족인 캐릭터였을 거예요. 어린 배우가 나이답지 않게 너무 고혹적으로 아름다운 겁니다.
<선덕여왕>에선 분량이 얼마 없는 데다가 왕족이라 감정을 시원하게 드러내는 연기가 없어서 그녀의 외모 외에는 다른 매력을 발견하기 힘들었습니다. 다만 크면 참 이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잊고 지냈죠.
그러다가 <청춘시대>라는 드라마를 시즌 2까지 챙겨서 재밌게 봤습니다.
이 드라마를 재밌게 보면서도 한동안은 박은빈배우가 ‘선덕여왕’의 ‘보량’인지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자, 아까 뭐라고 했죠? ‘선덕여왕’에서 ‘보량’역의 박은빈 배우를 보면서 크면 정말 이쁘겠다는 얘기를 했죠? 근데 박은빈 배우는 크지 않았습니다. 프로필에는 163cm로 나오는데요, 글쎄 조금 뻥튀기하지 않았을는지... 키도 그렇지만 몸도 그리 어른스럽게 활성화되지 않았죠.
그리하여 박은빈 배우는 <청춘시대>에서 미모나 피지컬보다는 다른 매력이 돋보이는 캐릭터를 맡습니다.
<청춘시대>에서 박은빈 배우는 ‘송지원’이라는 캐릭터였는데, 한마디로 설명하면 여자 신동엽이었습니다. 그녀의 야한 농담은 귀엽고 사랑스럽긴 해도 섹시하진 않았습니다. 그랬던 이유는 그녀가 연기를 잘하기도 했지만, 그녀의 육체가 하나도 섹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랬기에 그녀의 야한 농담이 귀엽고 상큼하게 느껴졌던 겁니다.
<청춘시대>에서 송지원 캐릭터를 눈여겨본 저는 박은빈 배우를 찾아보다가 그녀가 <선덕여왕>의 ‘보량’이었음을 알고는 인지부조화가 생기기까지 했습니다. 2009년의 ‘선덕여왕’과 2016년의 ‘청춘시대’의 7년이란 세월이 마치 거꾸로 흘러 어려지고 귀여워진 느낌이었기 때문이었죠.
여배우로 섹시하지 않다는 것은 할 수 있는 배역이 반 이상은 사라져 버린 것을 뜻합니다.
박은빈 배우는 게이치 않습니다. 그녀의 속내까지는 모르겠으나 그녀는 이 모든 것을 연기로 채워나갔습니다. 저에게는 <스토브리그>의 ‘이세영’ 역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그 거칠고 우람한 운동선수 사이를 당차게 비집고 다니는 모습이.
그리고 이 드라마(이변우)에서 다시 박은빈 배우를 만났습니다.
그녀는 섹시하지 않지만 그 빈 곳을 다른 배우들이 따라올 수 없는 경지로 끌어올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