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의 로버트 에거스의 영화는 지루합니다. 그가 공들여 빚어낸 영상에 짓눌려 있자니, 기억 속에 덮여 있었던 영화 한 편이 떠오른 겁니다. 그것이 <토리노의 말>이었습니다.
<토리노의 말>은 상업영화라고 보기 힘든,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예술영화, 혹은 작가주의 영화... 뭐 이런 말은 잘 모르겠고, 제 식대로 말하자면 너무나도 낯선 영화였습니다. 스토리는 심플했던 것 같은데, 그것을 한 장면에 담아내는 방식이 기존의 영화가 갖고 있던 관습을 하나 따르지 않았던, 그래서 흥미진진하게 봤던 영화였습니다.
그렇지만 <토리노의 말>같은 영화들만 있었다면 저는 영화를 이다지도 좋아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 의미로 저에게는 실제 좋은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타란티노의 영화입니다.
‘재밌고도 낯선’에 가장 적합한 영화 말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작년에 저의 눈을 애무했던 감독님들이 그런 감독들이십니다.
2025년에 들어 본 첫 영화 <서브스턴스>의 감독님도 그러하고요.
저는 아마 ‘타란티노’ 빈자리를 채워줄 감독을 줄곧 찾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로버트 에거스 감독은 <토리노의 말>의 벨라 타르나 타르코프스키 감독 같은 미친 똘끼가 느껴지는 감독입니다. 하지만 전에도 언급했듯 타란티노 감독처럼 온전히 영화에 세례를 뒤집어쓴 것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영화에 기인한 애틋하며 맹목적인 소울이 엿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