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3월 4일 화 _ 2025년

하마구치 류스케의 숨결

by 이게바라


요즘은 그에게 특강을 듣고 있습니다.


그의 첫 특강은 5시간 17분짜리 특강인데 지루하지가 않았습니다.


최근에 그 특강을 다시 들어봤는데,


역시 재밌는 특강이었습니다.


보자... 그에게 들은 특강이 몇 번이었나?


최근에 결제해 들은 특강까지 포함하니 다섯 손가락이 꽉 차네요.


그의 특강을 접한 순서대로 열거하자면 이렇습니다.


<해피아워> <드라이브 마이카> <우연과 상상> <아사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1A-6RzH1BsReNTelZ9lDhA7SM5R7Zk7um_s3S0k20QmFxIPAatJKYSWK3bP98SEk-hOsRc5LB7j8BBGeGo_2hg.webp
?src=http%3A%2F%2Fblogfiles.naver.net%2FMjAyMjA4MDhfMjcz%2FMDAxNjU5OTQyMTYxNjQw.1hbi6Wpl9KHn-Zv_4XXRVAkyAGw8IliUxfqtiK2Yo4kg.mcmvdKGbhLPRUcq4-QgvlonFPb1m_BQF3ENCPjswgxcg.JPEG.matchstickshit%2Fjapan.jpg&type=sc960_832
?src=http%3A%2F%2Fblogfiles.naver.net%2FMjAyMjAzMTlfNTUg%2FMDAxNjQ3NjIzMTYyODYy.zsBYeaNLbglmKN-ysOBxWoR6IbjzCkBKaotTJUiNWscg.nd4myX4CYA8bCMbS2aTMaL3PLx-RI191Ck0YCSO_2wIg.JPEG.saturdayhong%2FIMG_7160.JPG&type=sc960_832
_9V2J1lFK4E_eb-E_uoBMiGfBYF2I0e0l752m8slo1pwz_XVvd7D58UAsbkGxavtHJQwkjTMqxikQpRbtRJ-7w.webp


맞아요.


제게 애정 어린 특강을 해준 이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입니다.


16_42_44__660670f405a12%5BW578-%5D.jpg


왜 저는 하마구치 류스케의 영화를 선뜻 특강이라 느꼈던 걸까요?


예를 들자면 재작년 - 벌써 재작년이 되었네요. - 에 본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을 너무 좋아합니다만 이 영화를 특강이라고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좋은 영화 한 편을 봐서 뿌듯한 느낌이었죠.


?src=http%3A%2F%2Fblogfiles.naver.net%2FMjAyNDAyMDlfMTA0%2FMDAxNzA3NDA4NjA5MDM5.6U_W-FlK6mv2jMleVahfu1VMbsG6o-UBtpxnR22Pmn4g.3H2UmIQHhyJYekg1WafzACXWONdagQAudBgGq5lvgTUg.JPEG.coolss22%2FIMG_6260.JPG&type=sc960_832


헌데 하마구치 류스케의 영화는 그의 음성을 직접 듣는 느낌입니다.
그의 데뷔작 <아사코>조차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아사코>에서 그는 이렇게 강의합니다.


"사랑이란 꿈에서 깨어나 진짜 사랑은 현실에 있어."라고.


사실 그의 영화를 처음 접한 것은 <해피 아워>인데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영화가 시작하고 등장인물이 소개된 후 '후미'가 개최하는 세미나 씬이 지나고 나면 영화의 러닝타임은 한 시간이 넘어갑니다. 뭐지? 이래도 되는 건가? 그제야 이 영화의 러닝타임이 다섯 시간이 넘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해피아워>에서 보여준 세미나의 주제처럼 등장인물들은 중심을 찾아갑니다. 중심을 찾아가지만, 관계로 인해 중심은 흔들리게 됩니다. 그럴수록 등장인물들은 중심을 잡으려 애를 씁니다. 이 지난한 과정을 <해피아워>는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해피아워>의 제작 과정을 엿듣습니다. 즉흥연기 워크샵에 참가한 일반인과 (그들은 이 영화로 배우가 됩니다.) 찍어낸 영화라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저는 <해피아워>가 하마구치 류스케의 강연회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강연회에는 제작 과정까지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저는 마치 <해피아워>라는 '세미나' 에 참석한 일원이 된 듯합니다.


하마구치의 강연 음성은 낮은 음성으로 감정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시종일관 덤덤하게 얘기합니다. 고요한 호수 같은 음성에 얹힌 의미의 무게는 묵직합니다.


<드라이브 마이카>에서는 그의 목소리는 치유의 음성입니다.


<우연과 상상>에서는 짧은 농담 같지만, 이야기의 주제는 가볍지 않습니다. 주인공들이 나를 만나는 과정입니다. 상상을 통해서나 (첫번째 에피소드) 계획된 일에서도 (두번째 에피소드) 혹은 우연히 역에서 만난 사람을 통해서 말입니다. (마지막 에피소드)


이윽고 그의 최근작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에 이르러서는 그의 목소리는 '숨결'이 됩니다.

목소리가 음소거 되어도 숨소리만으로도 그는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기에 이른 겁니다.




요 근래 하마구치 류스케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그에게 한 줄의 문장만 주어진다면 그는 못할 얘기가 없어 보입니다.


그 한 줄의 문장을 몸속으로 빨아들여 자신만의 숨결로 내보내는 마력이 있는 거 같아요.


그의 숨결은 이상하게 평안을 가져다줍니다. 심지어 살인으로 끝을 맺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까지도.


영화를 넘어서 하마구치 이야기에 빠져든 느낌입니다.




앞으로 하마구치 강의 내용은 어떻게 전개될지 너무나도 궁금해집니다.

그의 강연이라면 길면 길수록 좋을 것 같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월 23일  일 _ 202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