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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4일 화 _ 2025년

처음 보는 장난감

by 이게바라

<외계+인> 지지선언을 시작합니다~


제 눈엔 너무나도 이상해서 특별했던 드라마 <은중과 상연>

이 드라마에서 주성치의 <서유기 ; 월광보합>과 <서유기 ; 선리기연> 얘기가 나올뿐더러 비디오테이프까지 등장합니다.

이제까지 잊고 있었던 주성치의 <서유기>가 뜻밖의 드라마에서 등장해 너무 반가웠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외계+인> 1부, 2부가 <서유기> 월광보합과 선리기연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유는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몇백 년을 넘나드는 타임슬립과 도술이 나오는 코믹한 설정 때문에 그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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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이 두 영화를 비교하지는 않겠습니다.

두말할 필요 없이 이 두 영화는 완전히 다른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서유기>로 서두를 연 것은 <서유기>가 <은중과 상연>과 <외계+인>을 이어준 가교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은중과 상연> 그리고 <외계+인>은 이상한 드라마와 이상한 영화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물론 그 ‘이상함’이란 것이 양극단으로 갈라진 전혀 다른 영역의 것이긴 합니다.

이상한 드라마는 오로지 두 인물의 속내만 탐구했다면,

이상한 영화는 여러 인물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오만장르는 다 가져오기에 주저함이 없습니다.

서로 다르게 다 이상합니다. 그래서 좋다구요.

연달아 천만을 달성하여 흥행에 관해서 만큼은 가히 최고 중에 최고 감독으로 등극한 최동훈 감독.

그의 다음 선택지는 바로 <외계+인>이었습니다. 두 편을 동시에 찍었고, 꽤 많은 제작비가 이 한 편, 아니 두 편의 영화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최동훈 감독의 그간 쌓아 논 명성 때문에 결과는 더 극적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뒤늦었지만 <외계+인>을 옹호하려 합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 ‘이상하기’ 때문입니다.

너무 이상한 영화죠. 그래서 지지하려고요. 다만 거대자본이 들어갔는데, 그것이 회수되지 못한 것은 무척 안타깝습니다.

<외계+인>은 제게는 이런 이미지입니다.

한 이이가 장난감 가게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한 아름 들고 있습니다.

너무 많이 들어 움직일 때마다 위태롭게 얹어있던 장난감이 떨어지지만, 기어코 다 갖겠다고 합니다.

이 아이의 고집을 이길 수 없었던 어른은 장난감을 다 사줍니다. 근데 이 아이 장난감을 갖고 노는 솜씨가 장난이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도술과 외계인이 결합된, 도술로 외계인을 퇴치하는 이 형식이 보면 볼수록 흥미롭습니다.

다만 예전 최동훈 감독의 장기가 발휘되었던 등장인물이 여럿이 쏟아져 나왔던 케이퍼 무비의 형식은 잠시 미루어놓아야 했습니다. 그것만 아니었다면 최동훈 감독은 조지 루카스가 <스타워즈> 우려먹듯 <외계+인>의 세계관을 신검이나 월광보합 없이도 후세까지 전파했을 것입니다.

하나 아쉬운 것은 이 아이가 예전에 놀던 방식을 고수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조차도 그답게 인물에 대한 책임은 다했다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이미 거장이 된 최동훈 감독을 장난감을 집착하는 아이로 묘사한 이유는 그에게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이다지도 많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즉 최동훈 감독은 제가 봐왔던 모습보다 더 매력적인 감독이었던 겁니다.

천진난만하게 장르를 마구 뒤섞는 최동훈 감독의 모습에서 장난기 가득한 이야기꾼의 모습을 봤습니다.

이 부분은 이창동 감독, 혹은 홍상수 감독, 봉준호 감독, 박찬욱 감독에게서는 볼 수 없는 때 묻지 않은 영화 혹은 장르의 순수함에 충만한 감독의 모습을 확인하는 순간입니다.

사실 이 길은 잘 돼봐야 B급입니다.

그래서 더 애정을 갖고 열광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잘 돼야 B급 영화인 <외계+인>은,

고려 시대 얼치기 도술가 무륵(류준열)과 시간을 넘나들며 살고 있는 이안(김태리)이 외계인의 침략으로부터 지구를 구하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 한 줄 요약으로도 얼마나 황당무계하고 이상한지요.

저는 이런 ‘이상한’ 이야기가 흥했어야 했다고 믿습니다.

그래야 처음 보는 신기하고도 흥미로운 장난감들이 즐비하게 만들어졌을 테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아무나 이런 신기하고 이상한 영화를 만드는 것은 아닐 겁니다.
부디 이번 영화의 실패로 우리 최동훈 감독이 의기소침해지지 않길 바랍니다.

마음속 천진난만한 아이를 반드시 지켜주기를 간절히 기원하면서,

<은중과 상연>으로 시작한 ‘이상한’ 드라마와 영화 얘기는 여기서 끝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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