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3일 금 _ 2026년

오늘 참 민수롭네요.

by 이게바라

오늘은 영화 얘기가 아니라 유튜브 콘텐츠 얘기를 하려고요.

먼저 이 얘기 좀 들어보세요.


We didn’t fit in the box, That was already created so We made our game by ourselves by our tool called comedy so We are not gonna stop taking risk or breaking barriers or challenging ourselves


2023년 백상예술대상에서 예능 작품상을 수상한 이용주님의 수상 소감입니다.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피식쇼’라는 콘텐츠가 예능 작품상을 받은 것인데요,

백상예술대상에 예능 작품상이란 상이 있었는지 몰랐고, 그 이전, 이후에도 어떤 작품이 받았는지는 더더욱 알지 못합니다. 더욱이 <피식대학>이란 채널도 알지 못했습니다. 단지 백상예술대상이라는 메인스트림에서 유튜브 채널에 상을 줬다는 것이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때만큼은 <피식대학> 채널이 KBS나 MBC 예능 채널을 누른 것입니다. 사실 지금은 유튜브 예능 혹은 뉴스 채널이 공중파 방송국을 앞지른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게 되었지만, 당시에 저는 이 수상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피식대학>을 전혀 알지 못했던 저는 이 수상 소감을 통해 이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수상 소감을 아직도 술술 외우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이 수상 소감이 너무나도 멋지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이들은 주류에 끼지 못한 예능인입니다. 방송 3사에 코미디 프로가 없어지고 그들은 설 무대를 잃었습니다. 심지어 개그맨 공채 시험을 준비하던 개그맨 지망생들은 목표를 잃었습니다. 이들의 수상 소감 첫 구절 이를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들은 갈 곳을 잃었고, 어디에도 자신들이 들어갈 자리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들만의 꿈을 펼칠 무대를 스스로 만들었습니다. 그리하여 이들은 자신들의 꿈을 멈추지 않고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천에 옮깁니다. 이들의 실천 궤적이 고스란히 수상 소감에 담겨 전달된 겁니다.

이는 마치 다윗이 골리앗을 때려잡은 것처럼 헤게모니를 틀어쥐고 있는 주류를 향해 날리는 멋진 카운터 펀치였습니다.

이제 그 영광의 순간도 몇 년의 시간이 지났고,

그간 <피식대학> 채널도 크고 작은 부침이 있었습니다. 그만큼 대형채널이 되어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뜻입니다. 전에는 좋아하는 사람만 <피식대학>을 봤다면 이제는 견제하거나 시기하는 세력도 그들을 지켜보게 된 겁니다. 그리하여 전에 자유롭게 콘텐츠를 제작했던 것에 반해 이제는 책임이 뒤따랐던 겁니다.

이런 영광과 우여곡절 끝에 <피식대학>에서 작년에 시작한 콘텐츠가 있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저는 오늘 바로 이 콘텐츠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바로 <민수롭다>입니다.

<민수롭다>는 피식대학 멤버 중 막내인 김민수가 주인인 콘텐츠인데요,

설정은 이렇습니다. 여기에 김민수는 잘 나가는 배우입니다. 그래서 ‘유튜브’를 접한 적이 그닥 없는 그런 설정입니다. 그래서 친구들을 부를 때 처음에 늘 이렇게 시작합니다.

‘유튜브 최초 출연’이라며 게스트는 어색하게 인사를 합니다. 하지만 이곳을 찾은 게스트들 대부분은 유튜브를 기반으로 지금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유튜버들입니다.

그러니까 그들의 시작은 ‘피식대학’ 멤버와 결을 같이 합니다.

들어갈 자리가 없어 스스로 무대를 만든 사람들.

저는 이 콘테츠를 현재의 유튜브의 위상을 반증하는 콘텐츠라는 생각입니다.

이들이 다소 과장되어 보이는 설정이 이제는 완전 거짓이 아니기에 더 흥미롭습니다.

이들은 수년 전 자신의 게임을 만들겠다고 선언했고,

그 게임 안에서 주류의 스타 행세를 해도 전혀 꿀리지 않는 위상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또한 이들은 스스로가 만들어낸 위상을 희화화하고 조롱하며 초심을 잃지 않습니다.

물론 그들의 조롱에는 실제 노출을 꺼리는 스타들도 도마에 올려놓기는 합니다만, 제가 생각하는 포인트는 그게 아닙니다.

<민수롭다>의 대표적인 장치는 작가, 피디를 비롯한 스텝들이 민수를 비롯한 게스트들의 비유를 심하게 맞춰주는 모습입니다. 이들은 늘 이같은 그림을 꿈꿨을 겁니다. 스타가 되어서 한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메인 엠씨 느낌의 그것 말입니다.

거기에 한몫 더 하는 건 민수의 황금 인맥입니다. 그만큼 유튜브를 기반으로 승승장구하는 크리에이터들이 이리 많아진 것입니다. 이제는 유튜브가 대세가 되었고, 주류가 되었고, 메이저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민수롭다>는 그동안 갈 길을 잃고 방황하던 자신과 동료들에게 보내는 위안이지 칭찬이며 더 잘하자는 응원입니다.

이들이 진지하게 말하는 킹받는 칭찬과 자기 자랑은 이들의 서사와 합쳐지며 빛나는 콘텐츠가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스케치 코미디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본 것도 별로 없어요.

하지만 <민수롭다>만큼은 하나하나 챙겨보며 이들의 노고에 한껏 킹받으며 즐기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이 기분, 참 민수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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