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미의 어떤 하루
작년 2025년에 단 한 편의 영화만을 꼽으라고 한다면
저는 주저치 않고 《Sinners ; 죄인들》을 꼽을 것입니다.
이런 《Sinners ; 죄인들》이 이번에 재개봉을 했습니다. -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 노미네이트 되어서입니다.
《Sinners ; 죄인들》을 극장에서 다시 볼 수 있는 신난 마음에 극장을 찾았습니다.
처음 볼 때보다 사운드 시설이 더 좋은 곳에서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처음 봤을 때 느낌은 그저 ‘미쳤다!’ 였습니다.
그 마음을 추스르지 않고 몇 자 적어서 글도 올린 것 같습니다.
지금 보니 그저 좋다고 어버버... 하며 끝낸 글입니다.
https://blog.naver.com/moviehon/223900251722
《Sinners ; 죄인들》는 이번에 다시 보니 더 두텁고 더 감동적인 영화입니다.
이번에는 영화에 취해 어버버 하지 않고 정신 차리고 리뷰해보겠습니다.
먼저 감독님을 모셔봅니다.
86년생 라이언 쿠글러.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출생입니다.
출생지까지 기록한 이유는 이러합니다.
2008년에서 2009년으로 넘어가는 시각 오클랜드의 한 지하철 역에서 오스카 그랜트라는 당시 22살의 청년이 경찰에 의해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이 사건을 독립영화로 만든 이가 바로 라이언 쿠글러 감독입니다. 그 사건이 났을 때 쿠글러 감독도 오스카 그랜트와 같은 나이였습니다.
그 후 그리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라이언 쿠글러는 이 이야기를 영화화합니다.
그가 아직 20대인 시절에 말입니다.
그 영화는 《Fruitvale Station 2014》입니다. 영화 제목 ‘Fruitvale’가 바로 사건이 일어난 지하철 역입니다. 오클랜드도 잘 모르는데, 그곳의 지하철 역을 제목으로 한다는 것은 너무 생경하니 우리나라에는 개봉 당시 제목을 이렇게 바꿉니다.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
맞아요, 그 사건이 일어나는 하루를 영화에서는 다뤘습니다. 영화 중간에 오스카가 감옥에 있던 일이 플래시백 장면으로 잠깐 들어간 것을 제외하면 오스카에게 벌어진 하루를 온전히 좇아가는 형식입니다.
《Sinners ; 죄인들》도 그러합니다.
술집 '주크'가 오픈한 그 하룻밤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다른 점은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에서는 오스카는 죽지만 《Sinners ; 죄인들》에서는 죽지 않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주인공 스모크와 스택이 진짜 주인공 새미를 살리는 얘기입니다.
《Sinners ; 죄인들》에서 그 하룻밤이 지나고 60년 후 새미를 찾아오는 스택과 메리.
스택이 새미에게 죽을 때가 다 되었다고 말하며 영생을 주겠다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새미는 거절합니다. 그리고 그날. 술집 주크의 오픈 날이 자기에는 가장 아름다웠던 시간이라고 회상합니다. 저는 이 대답을 ‘오스카’도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보내고 간 거라고 쿠글리 감독이 말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쿠글리 감독은 새미를 살리고 싶었습니다. 오래 사는 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군더더기 같아 보일 수 있는 엔딩 장면이 들어간 거라 봤습니다. 더 나아가 실은 이 장면, 새미의 늙은 모습을 찍기 위해 ‘그 하룻밤’이 있었다고 봤습니다.
지금 제가 하는 해석은 저만의 뇌피셜이지만 쿠글러감독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이 같은 영화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뇌피셜의 연유는 이렇습니다.
저는 ‘세월호 참사’ 기억으로 고통받는 친구들을 알고 있습니다. 당연하죠. 잊을 수 없죠. 비단 가까운 친구 일이 아니었어도 세월호에 올라탄 아이들과 같은 또래의 아이들은 그 사건으로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 가슴 아픈 사례를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그 당시 훨씬 나이가 많았던 저조차도 ‘세월호 참사’ 이후 세상을 바라보는 시점에 변화가 있었습니다.
다시 영화 얘기로 넘어가 쿠글러 감독은 자신과 같은 또래의 친구가 자신이 다녔던 지하철 역에서 어이없게도 공권력을 가진 경찰에 의해 살해당하는 것을 경험합니다.
저는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눈물을 참을 수 없었는데요, 그 한 장면은 실제 오스카 그랜트가 자신의 딸과 찍은 사진 한 장이었습니다. 아! 사진 속 오스카 그랜트는 눈부시게 젊고 아름다웠습니다. 또 딸은 어찌나 귀엽던지요. 영화 속 배역과 정말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쿠글러 감독은 참지 않고 바로 자신의 첫 영화로 오스카의 그 하루를 영화로 담았습니다.
그런 그가 《크리드》 《블랙팬서》 같은 메어져 영화를 찍으며 자신의 얘기는 잠시 미뤄두고 있다가 작정하고 만든 영화가 바로 《Sinners ; 죄인들》입니다.
뜨겁던 20대의 쿠글러가 만든 영화가《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였다면, 메이져 영화를 찍고 힘을 얻은 쿠글러가 제대로 자신의 생각을 담은 영화가 《Sinners ; 죄인들》인 겁니다.
이 영화는 각각 다른 성향의 스모크와 스택이 새미를 구원하는 얘기입니다. 또 다른 주인공인 아일랜드 뱀파이어는 노골적으로 평등과 구원을 얘기합니다.
쿠글러 감독은 새미를 구하는 스모크와 스택을 왜 쌍둥이로 설정했을지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습니다. 다 일리 있고 재밌는 해석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제 뇌피셜로 분명한 것은, 같은 뿌리에서 나온 흑인이지만 성향과 생각의 차이로 분열을 한다고 하더라도 심지어 그로 인해 서로 죽여야 살 수 있는 처지가 되어도 그 둘은 하나만은 약속 하고, 지킵니다. 그것은 새미를 죽이지 않는다는 약속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군더더기처럼 보이는 엔딩이 진짜 쿠글러가 보여주고 싶은 엔딩이라 생각한 것입니다. 쿠글러 감독은 새미의 늙은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겁니다.
글을 끝맺으며 스택이 영생을 주겠다는 마지막 제안에 관해 얘기하겠습니다.
그 제안에 새미는 자신이 누린 삶에 만족한다며 제안을 거절했지만
실은 새미는 이미 영생을 얻었습니다. 음악으로. 그의 블루스는 세대를 넘어 인간 생존하는 한, 아니 인간이 멸종해도 그의 음악은 영원히 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