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onia》를 봤어요
《Bugonia》를 봤어요.
제가 좋아하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영화예요.
근데 이 감독님이 《지구를 지켜라》를 리메이크했어요.
와! 우리 봉감독님이 아카데미에서 마틴 스콜세지, 타란티노를 제치고 감독상을 거머쥔 이래 쾌거라고 생각해요. 제 개인적으론 그래요.
하지만 결과는 별로였어요.
실은 저는 예전에도 《지구를 지켜라》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당시에는 제 주위 사람들은 《지구를 지켜라》를 워낙에 추앙해서 반감에 그랬는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확실히 대단한 영화긴 했어요.
다시 봐도 참 흥미로워요.
그래서 예전에는 왜 《지구를 지켜라》를 싫어했을까 생각해 봤어요.
몇 가지 이유 중에 첫 번째는요, 너무 잘 만들어서 싫었어요.
《지구를 지켜라》는 짜치게 찍었어야 맛이 나는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일테면 《반지의 제왕》을 찍었던 피터 잭슨이 초창기에 찍었던 《고무인간의 최후 Bad Taste》처럼요.
그런데 《지구를 지켜라》는 최고의 제작사와 스텝, 적잖은 제작비가 투여됐어요.
두 번째로는 영화 엔딩에 병구(신하균 분)의 과거사가 너무 설명조로 나오는 것도 싫었습니다.
또한 그 과거가 너무 처절해서 싫었던 거 같아요. 왜냐하면 저는 현실에 발을 딛고 있지 않은 시기였어요. 영화는 현실을 잊는 수단이었기에 병구의 이야기가 불편했던 거예요.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엔딩이 너무 무책임한 엔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파격적인 면도 있었지만, 그 파격 뒤에 다시 밀려오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근데, 요르고스 란티모스는 그 부분만큼은 그 다운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지구를 지켜라》를 몰랐다면 《Bugonia》를 엄청난 영화로 받아들였을 거 같은데, 아무래도 내용을 알고 보니 지루한 면이 있었어요.
그래도 요르고스 란티모스는 《지구를 지켜라》에서 아쉬운 부분을 잘 메꾸면서 이야기를 진행시킨 것 같아요. 물론 분위기는 사뭇 다르지만, 원작에 대한 존중을 잊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큰 틀에서는 《지구를 지켜라》를 훼손하지 않았거든요.
그런 면에서 《지구를 지켜라》 이야기는 천재적인 발상이긴 했어요.
잠깐 옆길로 새서 한 마디 남기자면,
‘장준환감독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영화 좀 자주 찍어 주세요. 예전 단편 영화 시절의 《2001이매진》을 참 좋아했었는데, 이게 뭡니꽈!!!’
여기서 정말 옆길로 새서 글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그 시절 《지구를 지켜라》를 찍은 장준환감독께서는 Daum에서 업로드될 단편을 찍고 있었어요. 제목은 《털》이었고요, 주연은 신하균 배우. 신하균 배우 가슴에 털이 나는 뭐 그런 내용의 단편이었어요.
그 단편 후반 작업을 하는 사무실에서 저는 장준환 감독을 만났습니다.
저는 장감독님을 인터뷰했어요. 카메라 하나 들고 찍는 다큐였는데, 완성을 시키지 못한 다큐예요. 그 인터뷰 요청에 쾌히 응해주신 장감독님께 감사드리며, 그때 했던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저는 장감독님의 《지구를 지켜라》가 너무 부럽다고 말했던 거 같아요. 저도 그 같은 영화를 찍고 싶다고, 내가 찍고 싶은 영화도 외계인이 등장하는 영화라고. 근데 감독님의 영화가 망해서, 그냥 망한 것도 아니고, 개 망해서 앞으로 나올 외계인 영화의 앞길을 막았다고 푸념했어요. 장감독님은 이런 푸념도 잘 받아주셨어요. 그리고 장감독님의 다음 이야기도 들었어요. 방귀대장 뿡뿡이가 방귀로 지구를 구하는 얘기를 하고 싶다고 했어요. 지구를 지키는 시리즈를 생각했나 봐요. 그 얘기를 들은 저는 너무 멋진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그 방귀대장 뿡뿡이를 극장에서 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그 대화가 마치 꿈같이 가물가물한 일이에요.
《Bugonia》를 보고 나니 이런 일들이 생각이 나네요.
저는 늘 이런 영화를 꿈꿔왔어요.
근데 막상 만나보니 별로네요.
옛날 짝사랑했던 소녀를 다 자라서 만난 느낌이에요.
이제는 가슴이 뛰지는 않지만 이 소녀는 아직도 아름다워요.
《지구를 지켜라》, 《Bugonia》 다 이뻐요. 참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