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4일 토 _ 2026년

폴에게 바치는 고해성사

by 이게바라

아카데미 어워즈가 언제라고요?
관심 없던 아카데미에 이번만큼은 유독 관심이 갑니다.

그 이유를 말하기 전에 작은 이유부터 말하며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작년에 제가 홀딱 반한 영화가 두 편 있는데요, 그 두 편의 영화가 이번 아카데미에 작품상, 감독상 등 후보에 올랐습니다.

그 두 편은 《Sinners ; 죄인들》 《One Battle After Ano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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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을 한 달에 한 번 갈까 말까인 제가 이 두 편의 영화는 극장에서 두 번씩 본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 두 편의 영화 중 뭐가 더 좋냐고 묻는다면 저는 주저치 않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그 영화는 《Sinners ; 죄인들》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Sinners》를 얘기하려고 하는 건 아닙니다. 제가 관심 없던 아카데미까지 꺼내 든 이유는 바로 《One Battle After Another》 때문입니다.

저는 이 영화가 - 다른 부분은 모르겠고, - 감독상을 받았으면 합니다.

이 영화의 감독이 바로 ‘폴 토마스 앤더슨’이기에 그러합니다.

이것이 제가 이번 아카데미를 주목하는 오직 하나의 이유입니다.
저는 이 기회를 통해 ‘PTA‘에게 고백할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게는 애정하는 많은 감독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좋아하는 감독에서부터 존경하는 감독, 재밌는 감독 등 여러 카테고리로 나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폴 토마스 앤더스는 홀딱 반한 감독의 영역입니다.

실은 이렇게 홀린 듯 반한 감독들이 저에게는 최고의 감독님들입니다.
그 영역의 감독들은 대략 이런 감독인데요,

쿠엔틴 타란티노, 데미안 셔젤 감독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홀딱 반하려면 한 편으로는 안 됩니다. 연이어 저를 놀라게 해야만 두꺼운 콩깍지가 씌게 되고, 막상 쓰이게 되면 잘 벗겨지지 않는 법입니다.

그런데 제가 큰 죄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고해성사하자면 이렇습니다.

’폴 토마스 앤더슨‘ 그에게 홀딱 반한 영화는《매그놀리아》가 시작이었습니다. 그로부터 《마스터》까지는 그야말로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사이에는 《펀치드렁크 러브》, 이 이상의 것은 없을 거라 여겼던 《데어 윌 비 블러드》까지 PTA는 폭주 기관차처럼 영화를 찍어 재꼈습니다.

저도 홀리듯 PTA를 쫓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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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데어 윌 비 블러드》를 보고 이 이상이 나올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마스터》가 나왔습니다. PTA에게는 한계란 없구나,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다음 영화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어쩌면 PTA라는 기관차는 달리고 있는데, 제가 한계에 부딪혀 쫓아가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걸림돌이 《인히런트 바이스》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두 번을 보려고 시도했다가 두 번 다 중간에 자고 말았습니다. 저는 극장에서 보지 않은 탓이라 여기며 그렇게 PTA의 소화하지 못하고 지나치고 말았습니다.

그 후에 본 영화가 《스레드》였는데, 저는 여기서는 제 탓을 하지 않고, PTA를 탓하기 시작했습니다. 영화는 우아하고 품위가 있어 보이지만 그게 PTA인가?

이건 후기 장뤽 고다르 영화를 못 쫓아간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PTA가 늙었나?
모르겠습니다. 저에게 《스레드》는 제가 아는 PTA의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PTA라는 기관차를 떠나보내고 정류장에 남아 다른 열차를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그 후에 나온 《리코리쉬 피자》는 보지도 않고 넘겼으니 말입니다.

제 맘속에서는 PTA는 한물간 감독으로 여겼나 봅니다.
그리고 접한 영화가 바로 《원 배틀 어나더 에프터》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통해 다시 반했습니다.

PTA는 전혀 늙지 않았고, 어렵게 영화를 만들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리노의 도박사》 이전으로 돌아가 영화를 만든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영화 만드는 솜씨는 가히 넘사벽이 되니 이 영화에 어찌 홀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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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니 저는 자숙하는 맘으로 《스레드》 《인히어런트 바이스》 그리고 놓쳤던 《리코티쉬 피자》까지 다시 각 잡고 봤습니다. 《인히어런트 바이스》는 역시 졸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봤습니다. 그냥 넘겼던 《리코티쉬 피자》도 챙겨봤습니다. 이 영화는 《펀치드렁크 러브》가 생각나서 너무 좋았습니다. 늙었다고 의심했던 PTA가 청춘의 기운을 스스로에게 불어넣는 영화라 여겨졌습니다. 그리하여 비로소 《One Battle After Another》가 나온 것이라 여겼습니다.

One Battle After Another》로 저는 가슴에 말뚝 하나를 박아 넣은 것처럼 든든해졌습니다.

언제고 삶이 고달플 때 그 말뚝에 기대겠습니다.


폴 형 늘 고마웠소. 잠시 잊어 미안합니다. 이번엔 꼭 아카데미에서 감독상 하나 받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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