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모야 독립영화 만들기

2015년 11월 12일 _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by 이게바라

카페에 남녀가 앉았다.

그 들은 서로를 탐색하며 '사랑'에 대해 수다를 떨고 있다.

남 : 사랑이 뭘까?

여 : 사랑? 아가페 에로스 뭐 그런 거?

남 : 건 모르겠고. 진짜 말야. 진정한 사랑말이지.

여 : 머래?

남 : 난 말야.. 진정한 사랑은 장애물이 건너뛰어야 한다고 생각해.

여 : 장애물?

남 : 응, 장애물!

여 : 아..! 신분이나 뭐 그런 거. 재벌 2세가 나를 사랑하면 그게 바로...

남 : 아! 엄마가 찾아와 물 끼얹고 봉투 내미는. 너 같은 애들이 있으니까 아직도 그런 막장드라마가 계속 나오는 거라고.

여 : 머래? 그래, 그럼 뭐 영화 '노팅힐'로 하자. 아님 제목부터 불가능 한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뭐 그런 거?

남 : 그래 얘기 잘 꺼냈다. 영화로 따지면 뭐 많지. 나이를 초월하는 '은교', 서로에게 가정이 있지만 사랑에 빠지는 얘기는 흔해 빠졌고....



...... 그래,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바로 이거다.

진짜 사랑영화.

내가 생각하는 가장 놀라운 사랑영화는 바로 'King Kong' 이다.

먼저 연대순으로 읊어보겠다.

1933년도에 나온 '킹콩'

(1933년이라 하면, 영화 <암살>의 배경이 됐던 해이다. 그 옛날 허리우드에서는 이런 영화를 만들어냈다. 정말이지 환상적이면서도 혁명적이다.)

이 영화는 아직 반쪽짜리 사랑에 지나지 않는다.

킹콩의 일방적인 사랑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 나오는 여자주인공은 끝까지 킹콩만 보면 작위적인 비명을 질러대서 짜증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의 마지막 대사는 "미녀가 야수를 죽였다."이다.

그래서일까 가장 마초적이지만 가장 불쌍한 남자주인공이 바로 1933년도 판 킹콩이다.

그리도 목숨 바쳐 사랑했건만 죽는 순간까지 그 짜증스런 비명소리만을 들어야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의 사랑은 죽어서도 죽은 게 아니었다. 다시 부활했으니 말이다.

그것이 바로 1976년 제시카 랭이 나온 '킹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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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판 킹콩에서 둘의 관계가 발전한 핵심적인 장면이 있다.

바로 킹콩이 젖은 제시카 랭을 입김으로 말려주는 장면이다.

(개인적으로 킹콩의 그녀로 제시카 랭이 가장 맘에 든다. 젊은 시절 제시카 랭의 그 각진 턱선은

데미무어조차 따라올 수 없다)

그야말로 영화사에 길이 남을 로맨틱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1933년도 '킹콩'은 괴수영화에 가까웠다.

그 시절 금발의 미녀가 그 거대한 고릴라에게 맘을 연다는 것을 어디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관계는 진화한다.

그 높은 장애물은 킹콩의 무던한 노력으로 극적인 관계 개선을 이뤄내는 것이다.

거기까지 가기에 꼬박 43년이란 세월이 흐른 것이다.

참으로 감동적이다.

이 감동은 킹콩을 더욱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기술력과 더불어 진화하게 된다.

바로 피터잭슨이 만든 2005년 판 '킹콩'이다.

여기 포스터에서 보여주듯이 나오미 왓츠와 킹콩은 마주해있다.

그 모습이 매우 적요한 것이 이미 사랑을 속사이는 듯.

이 영화에서는 킹콩의 디테일한 표정과 숨결이 살아있어서 더욱 그들의 관계를 읽기 쉽다.

나오미 왓츠가 킹콩 앞에서 자기의 온갖 개인기를 쏟아내는 장면이 있다.

그 개인기를 바라보는 킹콩의 표정을 기억해보라.

그리고 떠나는 나오미 왓츠를 쫓아오다가 마취약에 쓰러지는 그 애잔한 모습이라니...

이들의 사이를 가로막았던 장애물이 - 흔히 보아왔던 신분, 재산, 혹은 성별, 나이가 - 아닌!

그 엄청난 크기의 차이, 심지어 종이 다른 차이를 극복하고 그들은 도심 건물 꼭대기에서 이별을 고하고 만다.

이제 킹콩은 단순히 사랑을 초월한 남근을 상징하지 않는다.

그는 자연에서 온 자연을 대변하는 순수한 힘, 그 힘은 곧 사랑의 힘이다.

오랜 시간 한 여자를 그렇게 기다려왔던(1933~2005년) 그의 사랑은 매번 그 높은 빌딩에서 곤두박질치지만

언제고 그는 다시 기어오를 것이다.


나에게 영화 <킹콩>은 완벽한 사랑영화다.

가장 큰 장애물을 뛰어넘는.

그렇기 때문에 매우 희한하고 독창적인 사랑영화.


진짜 사랑을 하려면 킹콩처럼.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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