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23일 _ 타임테이블
저번 주 금요일(20일),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운영하는 시나리오 반에 등록했다.
그곳에서 자기소개를 할 때, 나는 말했다.
이곳에서 쓰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내년 봄, 4월 경에 영화를 찍을 거라고.
한 마디로, 떠벌인 거다.
떠벌인 내 말에 책임을 지는 것은 딴 거 없다.
영화 찍으면 된다.
그곳에 매주 금요일 수업이 있는데,
그 수업이 나에게는 타임테이블이 될 것이다.
이렇게 대놓고 일지를 쓴 지가 꽤 되었다.
<당신과 함께 춤을> 들고 영화사를 찾아다니고.
수차례 뺀지를 맞았다.
그 후 하피디, 최피디 부부와 함께 영화를 제작하려고 시도를 했다.
그 마지막 보루인 영진위 독립영화 지원마저 미끄러지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그래서 빼든 카드가
<사랑은 죽음보다 차갑다>였다.
그 프로젝트는 실제 연인을 캐스팅하여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방식을 넘나들 생각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특별히 시나리오를 쓰지 않을 생각이었다.
시나리오...
답답했다.
뭔가 다른 방식을 찾고 싶었다.
그러니까 그 방식이란 것이 다큐멘터리로 실제 연인을 촬영한다는 거였다.
그 연인에게 내가 요구하는 것은 단 하나.
가상의 이별이었다.
물론 그 실제 연인은 아직도 잘 만나고 있다.
그런데
그 프로젝트는 실제 연인이 배우가 아니었다.
배우가 아니다 보니 연기가 그렇게 간절하지 않았나 보다.
처음엔 그것도 나에게는 흥미로운 요소였다.
간절하지 않은 여유에서 실제 모습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했었다.
결과적으로는 내 역량 부족이었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
이야기가 있어야 된다.
지난 몇 달 간은 배고픔에 허덕이는 좀비처럼 비틀비틀 헤매고 다닌 기분이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두 눈을 지그시 감는다.
그리곤 심호흡을 깊이 내쉰다.
이제 두 눈을 뜨고 앞을 바라본다.
여전히 배는 고프지만 입을 악다물어 본다.
배고프다고 땅에 떨어진 것까지 주워 먹지 않을 생각이다.
잔치상은 아니겠지만 정성 들여 상을 차릴 생각이다.
그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