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모야 독립영화 만들기

2015년 12월 5일 _ Marry You

by 이게바라

시나리오 강좌 두 번째 과제로 '어떤 하루'라는 주제가 던져졌다.

나의 과제는 내가 찍으려는 영화와 어찌 되었든 관계가 있다.

전에 선택했던 '멀홀랜드 드라이브'도 마찬가지.

여기 짧은 얘기도 그러하다.




어떤 하루 _ Marry You



이게모야 20151130


핀조명이 떨어지는 어딘가의 수안.

수안이 부르는 노래, 브르노 마스의 ‘메리 유’.

객석으로 몸을 날리는 수안에서 Freeze


부스스 눈을 뜨는 수안, 누운 채 기지개를 늘어지게 켜는데 손끝에 꽃다발이 걸린다. 아직은 무명 여배우인 수안이 공연이 끝난 후 받은 꽃다발이다. 꽃다발에 꽂힌 카드엔 사랑하는 수안에게.. 라며 영민이가 보낸 간략한 응원 메시지가 쓰여있다.

수안, 시간을 확인하려 핸드폰을 찾는데... 없다. 보면, 보라가 수안을 보면서 핸드폰을 흔들어 보인다. 씨익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는 보라, 핸드폰을 터치하자 떨리는 목소리의 남자, 영민이 노래를 부른다.

꺅~ 소리 지리는 수안.

핸드폰을 뺏으려는 수안과 빼앗기지 않으려는 보라의 실랑이에 마치 배경음악처럼 흐르는 영민이 부르는 '메리유'

영민의 노랫소리 이어지는 가운데, 수안 머리를 말리며 화장대에 앉아있다. 화장을 하고, 옷을 입고, 그 옷을 스타일링 해주는 보라의 모습.


단장을 한 수안과 보라가 길을 걷는다.

그녀의 대화로 알 수 있는 핸드폰 속 노래를 부르는 영민은 수안과 올해 7년째 사귀어온 사이다. 수안은 여배우로 영민은 영화감독을 꿈꾸는 사이였다. 그런데 2년 전부터 영민은 작은 카페를 하면서 시나리오를 쓰겠다고 했지만 장사가 안 되는 터라 늘 장사 걱정이 태반이었다. 1년 전에는 장사도 그만두고 이벤트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 영민이었다.

수안은 그런 영민이 늘 안쓰러웠다. 지금의 수안이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것도 다 영민이 뒷바라지를 한 터이다. 이제 수안도 서른둘이다. 여배우 서른둘은 무척 애매한 나이로 역할이 눈에 띄게 줄었다. 대학로 무대에서 열심히 하다 보면 영화에 출연할 기회도 생기고 곧 영화배우로 주목을 받을 줄 알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소극장 무대의 작은 역할뿐. 하지만 그마저도 부러워하는 보라를 보면…

보라가 길가에 있는 분식집 오뎅 하나를 집어 들고 있다. 해장은 어묵 국물로 하자며 웃는 보라.

분식집 안에는 딱 달라붙어 앉은 젊은 연인이 보인다. 둘 다 머리가 젖어 있는 것을 보면 모텔에서 방금 나온 것 같기도 하다. 보라도 눈치챘는지 수안에게 눈짓으로 젊은 연인을 가리킨다. ‘쟤네 봐.. 머리나 말리고 나오지.’ 마침 떡볶이 묻은 입술에 뽀뽀하는 젊은 연인.

우엑, 보라의 반응이다. 하지만 수안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주방에서 오뎅을 꼬치에 끼고 있는 머리가 희끗한 아주머니.

아주머니를 물끄러미 보고 있는 수안을 의식한 보라가 종이컵에 오뎅국물을 받아 건넨다.

하남시에 초등학교 앞에서 작은 분식집을 하는 엄마가 돌아가신 것도 벌써 1년이 되었다. 교통사고. 그렇다. 도로 위 전광판에 오늘의 교통사고건수가 표기되기는 하지만 결코 내 주변 사람들에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아니 일어나서는 안 되는 그런 일이 덜컥 수안에게 일어난 것이다.

충격 속에 헤어 나오지 못 하던 수안에게 핸드폰에 저장된 그 노래를 불러준 것이 바로 그즈음 추적추적 비가 오던 어느 날 여름날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택시를 타고 있는 수안과 보라.

시무룩해 있는 수안을 위해 보라는 프러포즈 얘기를 꺼낸다. 그러고 보니 수안과 보라는 결혼식장에 가고 있다. 벌써 세 번째 결혼을 하는 은선이라는 연극 선배다. 세 번인데도 굳이 두 번째라고 우기는 은선 선배가 받은 프러포즈도 로맨틱했다면서 말이다. 이렇게 주변 사람들의 프러포즈 얘기로 수다를 떨고 있자니 택기기사 아저씨도 수다에 동참한다. 택시기사 아저씨의 프러포즈까지 끝내고 나니 어느새 결혼식장에 도착했다.

신부를 둘러싼 화기애애한 결혼식장 분위기. 자신은 여러 번 하는데도 긴장된다며 행복해하는 은선 선배의 환한 웃음과 함께…

축하곡을 부르려 단상에 오르려는 수안, 마이크를 잡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영민이다. 통화 거절을 터치하고.

수안, ‘메리유’를부르는데..

vision < 핀조명이 떨어지며 주위는 어두워진다. (영화 처음 장면 같다)

그녀의 목소리에 화음처럼 들어오는 전화벨 영민의 음성. 그렇게 둘의 음성으로 노래가 부르는데, 돌연 화재경보와 함께 화재 스크링클러가 돌면서 물이 쏟아져 내린다.

곧 턱시도를 멋지게 차려있은 영민이 한 손에는 우산, 한 손에는 부케를 들고 들어온다.

이제는 전화벨의 음성이 아닌 자신의 육성으로 ‘메리유’를 불러주는 영민.

퍼뜩, 정신이 드는 수안.. 노래도 끝나고, 핸드폰을 확인해보면 영민에게 몇 통의 전화가 와 있고, 문자도 와 있다. 결혼식에는 못 갈 거 같고, 끝날 때쯤 00카페에서 만나자고. 수안은 결혼식 전경을 셀카로 찍어 영민에게 보내는 걸로 답문을 대신한다. 결혼식이 끝나고 마지막 사진을 찍는다. 신부 은선이 던져준 부케가 수안의 손에 떨어진다.


수안과 영민, 거기에 보라까지 함께 카페에 앉아 수다를 떨고 있다.

보라는 핸드폰으로 찍은 수안의 노래하는 모습을 영민에게 보여주며 은선의 세 번의 결혼 역사에 대해 시시콜콜한 것까지 죄다 얘기하는 중이다.

마침 00카페의 여사장도 자리에 합석한다. 그러면서 과거에 이 카페에서 수안과 영민이 처음 만났던 날을 이야기한다. 영민의 졸업작품 주인공으로 첫 미팅을 했던 그 황당했던 사건 말이다.

그랬기에 7년이 지난 지금도 알바생들에게 그 황당했던 일들을 말해주고는 한다며… 그러고 보니 알바생이 이곳을 보고 빙그레 미소 짓고 있다. 영민이 카페를 할 당시 이 여사장님이 도움도 많이 줬는데, 잘 안돼서 괜히 자기 탓같아 미안하다는 여사장은 와플을 서비스로 내어주고는 자리를 뜬다.

카페에 나오니 이미 해가 졌다.

수안은 보라에게 저녁을 먹으러 함께 가자고 청한자, 흔쾌히 따라나서려는 보라다. 이를 저지하는 영민. 오늘은 수안에게 할 말이 있단다.

오~ 보라의 안색이 환하게 바뀐다. 뭔지 모르지만 빠져줄게. ‘메리유’를 흥얼거리며 총총히 사라지는 보라.

수안은 무슨 할 말이 있는 지 궁금하다. 혹시..? 하지만 영민은 보라를 떼어내려고 그런 거지 새삼스레 할 말은 무슨 말이라며 얼버무린다. 그렇지만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대학로 거리를 걷는데, 곳곳이 영민과 추억이 서려 있는 장소다. 마치 대학로 전체가 수안과 영민의 데이트를 위해 만들어진 것만 같다.

영민이 수안을 데리고 간 곳은 주차장이다. 차를 타라는 영민.

웬 차? 영민은 아직까지 운전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란 걸 누구보다 수안이 잘 아는데.. 힐끔 보면 운전석이 익히 알고 있는 영민의 절친 의표가 타고 있다.

웹디자이너인 의표는 요리도 잘하고 패션에도 관심이 많아 수안과도 말이 잘 통했었다. 참! 그렇지 않아도 카페에서 보라가 의표얘기를 한 참 한터였다.

맞다. 보라와 의표는 수안이 한 때 연결시켜주려고 했는데 잘 안 된 사이다.

“뭐야, 이럴 줄 알았으면 보라도 같이 있을 걸 그랬잖아.”

의표에게 눈인사를 하고는 차에 타는 수안.


vision > 수연이 차를 타고 있는데 영민이 프러포즈를 한다.

(대략 이런 분위기)

https://youtu.be/5_v7QrIW0zY

퍼뜩 정신 차리며 어느새 차는 교외 성당 앞이다.

그럼 그렇지. 이거였네. 이게..

영화 <약속>의 박신양이 전도연에게 프러포즈는 하는 장면을 생각하며 배시시 웃는 수안이다.

떨리는 심장을 쓸어내리며 짐짓 아무것도 모른 척 차에서 내리는 수안.

의표는 차에 있고 수안과 영민만 성당 안으로 들어간다.


성당 안으로 들어온 영민은 수안의 손을 잡고 고해성사 방으로 들어간다.

수안을 신부님이 있는 곳으로, 자신은 반대편 고해성사 방으로 향한다.

두근두근 가슴이 뛰는 수안. 이런 프러포즈일 줄은 몰랐다.

곧이어 영민은 모든 것을 털어놓는다.

그동안 부정하고 부정하려고 해도 부정할 수 없는 자신을 찾았다고.

(그게 나겠지. 그러니까 결혼하자고? – 두근두근 가슴이 뛰는 수안)

결국 영민은 그런 자기 자신을 받아들여야 했다고.. 그래서 이렇게 고백한다며,

이런 나를 받아 줄 수 있겠냐고.

(물론이지 바보야 – 두근두근 가슴이 뛰는 수안)

하지만 그럴 수 없을 거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는 영민이 급기야 꺼이꺼이 울음을 터트린다. 놀란 수안이 신부님 방에서 뛰어나와 영민에게 간다. 영민을 감싸안는 수안.

“왜 그래 영민씨. 결혼해. 우리 결혼해..!!”

눈물을 훔친 영민이 수안을 보면서 말한다.

“나 지금 너한테 커밍아웃하는 거야.”


어느새 성당 뒤편에 의표가 숨죽여 앉아있다.

수안을 뒤로 하고 의표에게 걸어가는 영민.

영민을 안아주는 의표.

이 모습을 지켜보는 수안,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리고는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아파트 옥상에 서 있는 수안.

그녀 머리 위에 떨어지는 핀조명 (이 장면이 진짜 영화 처음 장면이다)

돌연 구성지고 서글프게 ‘메리 유’를부르는 수안.

마치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부르는 듯 한.

노래를 끝내는 둥 마는 둥 웅얼거리던 수안이 밤하늘을 바라본다.

바람을 깊이 들이마신 수안이 아래를 보고 몸을 날리려는데…!!


보라가 달려와 수안을 낚아챈다.

바닥에 널브러진 수안. 놀란 보라는 수안의 가슴을 치며 울음을 터트리는데,

수안은 킥킥 웃는다. 웃음소리 더더 커지며.. 보라도 수안을 따라 웃는다.


웃는 수안과 보라 얼굴 위로 엔딩 타이틀 곡 (영민과 의표가 함께 부른) ‘메리유’가 흐른다.

매거진의 이전글이게모야 독립영화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