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11일 _ 영화 속 영화
시나리오 세 번째 과제로 한 시놉을 <사랑은 죽음보다 차갑다(가제)>에서 찍으려는 영화로 정했다. 영화 속 영화감독인 차보라가 찍으려는 영화로 임수안을 캐스팅한다.
영화 속 차보라가 찍으려는 영화의 시놉은 다음과 같다.
Goodbye to romance
남산에 올라온 수안과 영민은 열쇠를 들고 있다. 서울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난간에 열쇠를 채우는 둘.
그들의 사랑이 변하지 않기를... 다짐한다.
수안과 영민이 만난 1년 전 그날은,
영민이 취업에 미끄러져 취해 비틀거리다가 발이 삔 날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수안의 도움으로 발이 삔 것이지 그녀가 아니었다면 생명까지 위험할 뻔했다.
수안은 영민에게 있어서는 생명의 은인과도 같다.
그날 이후 그들의 사랑은 급속히 발전했다.
남산 벤치에 앉은 수안과 영민이 도시의 노을과 함께 물든다.
늘 그렇듯이 이어폰 한쪽을 수안의 귀에 꽂는 영민.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오지 오스본의 '굿바이 투 로맨스'
이 음악을 그가 처음 들려주던 날, 수안은 이별노래라서 별로라고 말했다.
그러자 영민은 이렇게 설명했다.
오즈 오스본가 랜디 로즈의 우정은 죽음도 갈라놓지 못 했다고 말이다.
그처럼 자신들의 사랑도 변하지 말자고.
수안은 비유가 매우 적절치 않다고 항변하면서도 음악에 빠져들던 것이 이 노래와의 첫 만남이다.
그 노래야 어찌 되었건 수안과 영민은 남산에서 내려온 뒤 동거를 시작했다.
참, 동거를 시작하기 앞서 그들이 찾아간 곳은 하남시 초등학교 앞 분식집이었다.
그곳에는 얼굴 반에 화상을 입은 아주머니가 떡볶이 떡을 뜯고 있다.
그녀가 바로 수안의 엄마, 양여사다. 양여사가 만들어준 떡볶이 앞에 영민은 수안을 사랑한다고 맹서 했다.
그렇게 소박하게 사랑의 선약을 한 수안과 영민이 둥지를 튼 곳은 남산에서 그리 멀지 않은 후암동 산동네였다.
그곳에서 그들은 함께 식사하고, 이태원을 자주 놀러 다녔으며,
돈이 떨어지면 남산도서관에서 데이트를 했었다.
수안은 배우다. 뮤지컬 배우로 처음 무대에 올랐을 만큼 노래도 곧잘 부르는.
영민은 백수다. 수안을 만난 뒤로부터는 입사시험은 뒤로 하고 시나리오를 끄적인다.
대박 시나리오를 써서 흥행 영화감독이 되겠다며.
어쩌면 둘의 만남은 꼭 만나야 될 사람처럼 보였다.
천생연분은 이들을 두고 하는 말이라는 주변에서 말하고는 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꼼냥꼼냥 살다 보니 2년이란 시간이 휙하고 지나갔다.
하지만 둘은 여전히 시나리오를 끄적이고, 무명배우로 오디션장에서만 연기를 할 뿐이다.
그렇지만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고 있는 수안은 영민의 생일상을 차린다.
생활비가 없긴 하지만 생일상 만큼은 고급지다. 특히 이 요리만큼은 자신 있다.
막 냄비를 들어 식탁에 옮기려 하는데, 그만 냄비가 손에서 미끄러져 쏟아지려 한다.
이때,
바로 이때... 모든 시간이 멈춘다.
냄비에 담긴 음식 반 정도가 쏟아질려는 찰나... 그 상태로 정지해 있다.
그렇다. 수안은 시간을 멈출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수안이 중학교에 막 들어갔을 때였다. 양 여사의 욕심으로 사교육을 무리하게 했던 수안은 밤이 돼서야 집에 돌아오던 길이었다. 그런 수안을 맞이한 것은 집을 활활 태우던 불. 수안과 양 여사 단 둘이 살던 다세대주택에 불이 난 것이다.
이를 본 수안은 미친듯이 소리를 질러댔다. 그녀의 부르짖음과 동시에 거짓말처럼 시간이 멈췄다.
얼음처럼 굳은 불에 슬쩍 손을 대본 수안이 깜짝 놀라 손을 뗀다.
뜨겁다. 이 모든 것은 거짓말도 꿈도 아닌 현실이다.
이럴 시간이 없다. 엄마를 구해야한다.
수안은 이를 악 물고 불을 요리조리 피해 집으로 들어가 양 여사를 구해나온다.
진이 빠진 수안이 바닥에 쓰러지자 다시 시간이 움직인다.
시간이 멈춘 순간 수안의 몸에 변화가 있었다. 아직 생리를 하지 않던 수안이 첫 생리를 한 것부터.
도톰하게 솟아오른 가슴까지. 불과 몇 분 사이에 수안의 몸에 벌어진 일이다.
그렇다. 시간이 멈추게 되면 수안은 멈춘 시간에 비해 더 빠른 시간의 흐름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발육이 늦던 수안은 또래보다 성숙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수안은 시간 멈추는 일을 자제하게 되었다.
하지만 돌발 상황이 벌어지면 자신도 모르게 시간을 멈추게 되는 수안이었다.
그러던 그녀가 다시 능력을 발휘하게 된 것이 바로 영민을 만나던 날이었다.
영민은 우연히 그녀가 자신을 도운 것으로 알지만 수안은 영민을 한 동안 지켜봐 왔다.
그러다 위험에 처한 영민을 도와 준 것이다. 말그대로 생명의 은인이 맞다.
그렇지만 시간을 멈추면 더 빨리 늙는다는 점 때문에 능력을 쓰지 않던 수안이 지금 자신도 모르게 능력을 쓰고 있다. 바로 영민을 위해 만든 요리를 쏟지 않기 위해 말이다.
곧잘 차려진 요리가 식탁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 단 한방울도 흘리지 않은 채.
영민의 생일상을 차린 수안은 거울을 보고 새치 하나를 뽑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영민은 수안에게 기쁜 소식을 전한다. 취직을 했단다.
"취직? 취직이라고? 시나리오는?"
"시나리오는 이제 안 써. 돈 벌래.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순 없잖아."
돌아오는 영민의 대답이다.
"그래, 그럼. 우리가 행복한게 중요하지... 모.."
그렇게 직장생활을 시작한 영민은 바빠졌다. 정말 바빠졌다.
둘은 한 집에 살지만 이제는 이태원에 놀러갈 시간도, 남산도서관에 갈 시간은 더더욱 없다.
오랜만에 쉬는 영민이 TV 예능프로를 보고있다.
수안이 오디션 대본함 봐달라고 영민에게 내민다.
오디션 대본을 밀어내는 영민이 예능프로를 보며 킥킥 웃는다.
그 다음 날 출근한 영민이 돌아오지 않는다. 급한 출장이라는 문자는 왔지만.
며칠 후 영민이 돌아왔다.
미안하다는 말 대신, 보너스 계좌로 넣었으니 확인해보라고 말하고는 피곤하다며 쓰러지는 영민이다.
마침 수안은 얼마전 본 오디션에 떨어졌다는 문자를 받는다.
일요일 오후 TV 예능프로를 보고있는 영민이 수안에게 묻는다.
"행복하니?"
다음 날 출근한 영민이 돌아오지 않는다. 지방에 출장 갔다 한다.
며칠 후 돌아온 영민이 헤이 지자고 한다.
짐을 싸는 영민.
짐을 다 싼 영민은 곧바로 TV 속 예능프로로 들어가 버린다.
잠자리에 든 영민 옆에 수안이 눕는다. 영민이 수안을 안아준다.
"그동안 고마웠어."
그렇게 잠든 영민.... 은 일어나지 않는다.
일어난 수안이 장바구니를 들고 문밖을 나선다.
밖의 세상 시간은 멈춰있다.
그렇게 수안은 밤만 되면 영민이 옆에 누워 잠이 들고 깨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몇 날이 지났을까... 거울 속에 비친 수안은 할머니다.
할머니가 된 수안은 양 여사를 찾아간다.
양 여사 옆에서 눈물 한 방울을 떨구는 수안.
다시 집에 돌아오는 수안, 높은 산동네라 오르는 것이 쉽지 않다.
산동네를 오르면서도 점차 늙어가는 수안.
집 문 앞에 선 수안이 급기야 쓰러진다.
곧... 쓰러진 수안 옆으로 개미 한 마리가 지나간다.
시간이 다시 흐르는 것이다.
집앞에 구청직원과 119가 도착해 있다.
구청직원에게 모르는 할머니라고 말하는 영민 위로 흐르는,
goodbye to rom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