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모야 독립영화 만들기

2016년 2월 13일 _ '그녀에게' 헌신한 베니그노를 위한 변론

by 이게바라

어느 모임에서 '사랑'에 관하여 이야기 나누던 중 이 영화가 언급되었다.

이 영화를 거론한 분은 매우 빡친다며 감독을 욕하기까지.

또 어떤 한 분은 이 영화의 이야기만 듣고 이 영화를 보는 것을 거부하기까지.

그분이 첨언하기를, 예술에도 금기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니까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이 가능해서는 안 되겠다는 얘기였고,

어떤 분은 뚱뚱하고 늙은 남자가 자신에게 그런 일을 했다고 상상한다면 너어~무 기분이 나쁠 거라고 감정이입까지 하셨다.


이 영화를 나는 2003년 봄에 봤었다. 개봉 당시 극장에서 봤으니까.

그래서인지 자세한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는 거다.


그래서 이참에 다시 봤다.

(하지만 재밌었다는 기억은 분명히 있었다)

이 영화의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하면

코마 상태에 빠진 여자(알리샤)를 사랑한 남자 간호사(베니그노)는 그녀를 사랑한다.

그녀를 돌보던 베니그노는 성행위를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알리샤는 임신을 하게 된다.

임신한 사실이 발각되면서 베니그노는 감옥에 가게 되고.

알리샤는 임신으로 인해 기적적으로 코마 상태에서 깨어나게 된다.

감옥에서 베니그노는 알리샤를 그리워하다가 자살을 한다.


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불쾌할 수 있다. 충분히.

베니그노에게 반감을 갖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베니그노를 변론하고 싶다.


베니그노는 그녀를 첫눈에 반했다.

이 지점을 사람들은 그냥 이뻐서 좋아하는 스토커라고 그를 싸잡아 말하는데, 정말 그렇다.

그는 스토커다.

그녀를 끊임없이 지켜보고 있으니 말이다.

(사랑은 그렇게 지켜보는데서 시작하지 않나?)

심지어 그러다가 그녀가 떨어트린 지갑을 찾아주기도 하고, 그녀의 머리핀을 훔치기도 한다.

(사랑은 그렇게 사랑하는 이의 물건이라도 특별한 의미가 되기도 하지 않나?)

그러던 그에게 그녀는 의식불명이 된 채 찾아온다.

그런 그녀를 그는 극진히 보살핀다.

여기서 그의 사랑이 헌신과 희생으로 거듭난다.

베니그노의 헌신과 희생은 이런 거다.

그는 끊임없이 그녀에게 대화를 한다.

(원제가, 'talk to her'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의 대화가 그녀에게 전달되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 바로 마르코의 존재다.

공연장에 갔던 베니그노는 자신의 옆에서 눈물을 흘리는 마르코를 본다.

공연을 보고 눈물 흘리는 마르코가 베니그노의 눈에는 좋아 보인다.

(이 장면이 영화 첫 장면이고)

그래서 그 이야기를 코마 상태에 빠진 알리샤에게 한다.

(영화 마지막 장면이)

공연장에서 눈물 흘리는 마르코를 쳐다보는 알리샤에서 영화는 끝이 난다.


베니그노는 사랑하는 알리샤에게 마르코라는 눈물 많고 정 많은 남자까지 소개해주고 죽은 것이다.


베니그노는 끊임없이 그녀에게 말을 걸었고,

알리샤는 그의 말을 들었던 것이다.

절대로 깨어나지 않을 거라는 의사의 말과는 달리 그녀가 기적적으로 깨어난 것은 비단 임신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베니그노의 사랑은,

어찌 보면 불쾌할 수도, 기괴할 수도 있을 테지만,

나는 베니그노의 사랑이 쉬운 사랑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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