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모야 독립영화 만들기

2016년 2월 16일 _ 이삿날

by 이게바라

딱 4주가 되었다. 집 수리 때문에 이사한 것이.

이사를 하면서 정말 많은 짐들을 버렸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짐을 토해내는 집을 보면서 오랫동안 살아온 집의 진면모를 보는 듯 했다.

마치 끝없이 짐을 토해내는 괴물 집을 보면서 버리면서 살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뜻밖의 짐을 발견했다.


작은 캐비닛에서 돋보기안경 세 개가 나왔다.

안경을 보자니..

돌아가신 할머니가 쓰시던 안경이었다.

그리고는 두꺼운 노트가 나왔다. '양지'에서 나온 군청색 비닐 케이스에 두툼한 노트 말이다.

그 노트를 펼쳐보고는 깜짝 놀랐다.

한 줄의 틈도 한 칸의 틈도 보이지 않게 첫 장부터 끝장까지 빼꼭하게 쓰인 글씨들.

성경을 필사한 노트였다.

문득 내 머리속을 스치는 옛기억...

그랬다.

할머니는 틈만 나면 돋보기안경을 쓰고는 성경책을 받아쓰고는 하셨다.

이상하리만치 그 모습이 선명하게 생각이 난다.

화장대 앞에서 쪼그려 앉아 글을 쓰시던 모습이...


내 눈앞에는 할머니가 쓴 글씨가 정말 빼곡하게 적혀 있는 노트가 여섯 권이나 놓여 있다.

무려 여섯 권이나.



할머니의 빼곡한 흔적을 보고 있자니 배속 깊은 곳에서 뭔가 울컥 올라온다.


사람은 영원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지.

그래서 자신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아이를 낳고,

노래를 하고, 그림을 그리며, 창작활동을 하는 것일 거다.

할머니는 이처럼 자신이 믿는 성경글귀를 자신의 필체로 남기셨다.

(이글을 쓰는 오늘, 할머니가 그립기 보다는 자랑스럽다)




나 또한 영원하고 싶은가 보다.

그래서

이렇게 영화가 찍고 싶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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