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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빗구미 Jul 31. 2018

#25. 정신 못 차렸던 초보 아빠 육아, 그 한 달


영화 늑대아이 중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인 '늑대아이(2012)'를 보면 주인공 하나가 혼자 두 아이를 키우는 과정이 나온다. 하나는 두 아이가 어릴 때, 아이들의 아빠의 죽음을 경험하고 혼자 육아를 전담한다. 그 과정을 보는 내내 참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그것도 혼자 육아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 그리고 아이가 자기 생각대로 커가지 않는다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는 애니메이션이었다. 그때 내가 아이가 생겨 육아를 하게 되면 어떨까 처음 깊이 생각했던 것 같다. 그때가 아내를 만난 지 한 달이 채 안되던 시기였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육아라는 것이 힘들겠다는 생각을 머릿속으로만 했었다. 


나: 얼마 전에 애니메이션 영화를 하나 봤는데요. 아빠가 죽고 엄마가 혼자 아이 두 명을 키워요. 
아내: 그런 영화가 있어요? 오빠가 영화를 많이 보시나 봅니다. 엄마 혼자 키우면 힘들어요. 
나: 영화 보니까 정말 힘들겠더라고요. 
아내: 우리 엄마도 저랑 동생 거의 혼자 키워서 많이 힘들었다고 해요. 두 명 육아하는 게 힘들죠.
나: 혹시라도 우리가 결혼하면, 나중에 내가 많이 도와 줄게요. 아직 어떨지 모르지만.
아내: 당연히 도와줘야죠. 안도와 주면 정말 저 화납니다.
나: 근데 자기는 아기 낳을 생각은 있는 거예요?
아내: 아직 모르겠어요. 저 아이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요. 


 결혼 전에는 분명 둘 다 아이에 관심이 없었다. 주변에 있는 친척이나 길거리에서 보이는 아이들이 귀엽기는 하지만 특별히 그것 때문에 내 아이가 있었으면 좋겠다거나, 바로 아이를 가져야 갰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저 머릿속으로만 어떤 느낌이겠구나 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특히나 아내는 나보다 더욱 아이에 관심 있던 사람이 아니었다. 아이보다는 그저 자기의 공부나 할 일을 해 나가며, 특별히 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 이건 결혼하고 나서도 임신 전까지 계속 이어졌었다. 


 임신, 출산을 하고 모자동실에 들어서면서부터 본격적인 육아가 시작되었다. 모자동실에서는 아이가 울면 무조건 둘 다 일어나서 수유를 하거나 아이를 안고 달래었기 때문에 잠을 거의 잘 수 없었다. 퇴원 후에는 집으로 돌아가 아내, 장모님, 처남과 함께 육아를 했다. 식구가 많아서 인지, 아이가 있으니 집의 분위기가 한 결 밝아진 느낌이었다. 낮에 서로 돌아가면서 아이를 안고, 수유를 하고 이야기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장모님: 내일은 00(아내) 생일이네, 생일 음식 뭐 먹고 싶어? 
아내: 그냥 아무거나 다 좋아요. 엄마 음식이면 되죠.
나: 저... 고... 고기....안될까..요? 
장모님: 당연히 되지 다 이야기해
(응애~응애~~ 응애~~)
처남 : 내가 안아줄게~~

 대화를 하다가도 누군가 얼른 일어나 바로 아이를 안았다. 안아주면 울던 당근이가 금방 수그러 들었다. 그래서 낮의 육아도 그렇게 힘들다는 생각은 못했다. 여러 명이 했으니까. 밤에는 아이가 2-3시간마다 한 번씩 깨니 설핏 잠들면 깨고, 설핏 또 잠들면 깨는 패턴이 이어졌다. 어느 날은 당근이가 우는데, 장모님과 처남이 먼저 달려왔다. 당연히 아내도 얼른 일어나서 수유 준비를 했다. 약간 늦었던 나는 살짝 일어났다가 수유 세팅이 끝난 걸 보고 다시 옆에 누워서 잠들어버렸다. 이런 패턴이 몇 번 반복되었었다. 


아내: 자기야 좀 일어나 봐요.
장모님: 깨우지마 내일 출근해야 되니까 그냥 자게 놔둬
아내: 아니 우리 엄마랑 동생도 아기 울면 오는데 자기가 그냥 그대로 누워 있어도 돼요?
나: 아.. 아니 내가 일어나도 별로 할 일이 없는 것 같아서요...
아내: 그래도 자기도 일어나서 도와줘야죠! 너무 편한 거 아니에요? 
나: 나 출근도 해야 하고 해서 그랬어요. 그럼 앞으로 내가 얼른 일어날게요.
아내: 그래도 같이 해야죠. 원래 우리 둘이 다 해야 되는 거잖아요.


 아내가 그렇게 짜증을 내는 모습은 거의 처음 본 것 같다. 아내는 꽤 신경이 날카로워 있었는데, 아마도 내가 육아하는 평소의 모습에 약간의 불만도 있었던 것 같다. 아이를 안고 달래거나 재우는 모습도 굉장히 어색했는데, 똑같이 육아를 처음 해보는 처남보다 훨씬 더 불안정한 자세였다. 그래서 불안하다 보니 자꾸 아이 안고 달래는 것을 점점 피하게 되었다. 밤에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울면 눈이 쉽게 떠지지가 않았다. 울음소리가 들려서 살짝 깼는데, 장모님이 벌써 오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고 그냥 다시 잠들어버린다. 


 지나고 보면 너무나 아니한 마음 가짐이었던 것 같다. 나 대신 육아를 해줄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무의식 중에는 나의 육아 의무가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그래도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내가 많은 불만을 이야기했고, 조금 시간이 지나자 처남과 장모님도 불만을 이야기했다. 내가 아빠인데 왜 아이를 많이 안 안아주는지 불만 섞인 물음을 많이 했었다. 그 당시에 누구에게도 상담이나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어쨌든 그저 내가 변하면 된다고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 불만을 들으니 내가 나쁜 아빠가 된 것 같고, 그래서 더 압박감을 느꼈다. 


당근이: 응애~응애~ 응애~
나:(후다닥 일어나서 옆에 간다) 당근아 괜찮아 아빠가 안아 줄게.
당근이 : (자지러지며)우왕~~ 어어 캬아아아아~
나: 어.. 어.... 괜찮아 쉬쉬~~당근아 아빠야.
당근이: 응애~응애~응애~
아내: 주세요. 제가 안을게요. 
나: 어휴... 네네.. 

 아이가 울면 가서 내가 먼저 안고, 더 자지러지는 아이를 아내나 장모님께 다시 넘기는 패턴이 반복되었다. 그렇게 반복하면서 계속 아이를 안는 연습을 했다. 좀 더 안정적인 자세로 안기 위해 장모님과 아내에게 안는 방법을 자꾸 알려달라고 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지나고 나니, 내가 아이를 안아도 울지 않고, 달랠 수 있었다. 그래도 많이 부족하지만, 가끔 아이를 재우거나 안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해주었다. 밤에는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면 벌떡 일어나서 아이 옆으로 갔다. 누가 오기도 전에 살짝만 소리가 나도 눈이 번쩍 뜨여졌다. 마치 군대 기상나팔 소리가 나면 벌떡 일어나던 것처럼 정말 자동으로 그런 행동이 익숙해져 갔다. 


 밤에 아이가 잠을 잘 못 자고 계속 울던 날에는 몇 시간 자지 못하고 다음 날 출근을 해야 했다. 그나마 장모님이 계실 때는 어느 정도는 부담을 덜 수 있어서 다음 날이 덜 피곤했던 것 같다. 하지만 거의 나와 아내가 해야 하는 날이면 다음 날은 정말 힘들었고, 일주일 내내 힘든 느낌이 지속되었다. 아이가 2-3시간에 한 번씩 모유를 꼭 먹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것인지를 그때 몸소 체험한 것 같다. 보통 중국에서는 남자들이 육아를 많이 도와준다고 한다. 물론 케이스 바이 케이스 이겠지만, 많은 남자들이 육아에 전문가가 되어 아내와 같이 한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도 최대한 잘 해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다. 


 그 한 달이 남편이었던 나에게는 정말 힘든 시기였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아내는 더 힘들었을 것이다. 출산 직후여서 몸도 회복되지 않았는데, 아이에게 모유를 주기 위해 자주 깨야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꼈다고 한다. 결국 둘나 체력적으로는 힘들었던 것 같다. 그 와중에 아빠인 내가 정신을 못 차리고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아내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갔던 것 같다. 아이가 너무나도 귀여웠지만, 불만을 토로하는 아내에게 섭섭함을 느끼기도 했다. 정말로 그 순간에는 더 이상 아내가 날 사랑하지 않고 1순위의 사랑을 빼앗긴 듯한 느낌이었다. 우선순위에서 밀린 느낌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꽤나 섭섭한 기분이었다. 


 아이를 처음 낳은 후 부모들은 태어나서 처음 하는 육아에 서투르다. 초보 육아를 할 때, 부부가 서로 서운함을 가지게 되고 타투는 일이 많아진다. 몸도 피곤하고 정신적으로도 여유가 없어서 더더욱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이 기간에는 무엇보다 아빠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 서투르지만 계속 시도하고 안아주고 그 생활 패턴에 익숙해져야 부부가 함께 육아를 좀 더 즐겁게 할 수 있다. 지금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몸이 힘들어도 최대한 빨리 반응하고 움직이려고 노력할 것 같다. 이미 그 시간은 가버렸지만, 아이가 큰 지금도 그 마음가짐으로 매 주말을 아이와 함께 하고 있다. 예전 애니메이션 '늑대아이' 와는 다르게 나와 아내가 함께 육아를 하고 있다. 비록 영화 속에서는 엄마가 혼자 두 아이를 성공적으로 키웠지만, 나와 아내는 둘이 함께 한 아이를 성공적으로 키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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