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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빗구미 Jul 24. 2018

#24. 조금 다른 산후 조리를 하다



 어떤 일이든 힘든 일을 겪고 나면, 그것을 잘 추스리고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에서 특정 기간에 많은 밤샘을 했다면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은 쉬면서 몸이 회복할 시간을 줘야한다. 운동을 해도, 등산을 해도,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었을 때도 회복할 시간은 필요하다. 그런 일상의 사소한 일들에서도 회복기 라는 것이 필요한데, 그렇게 체력 소모가 많다는 출산을 한 번 겪고 나면 회복기가 정말 중요하다. 임신 기간동안 아이를 키울 공간을 몸의 내부에 마련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임신기간 내내 아이에게 영양분을 공급한다. 그리고 출산하는 날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아이를 밖으로 밀어낸다. 그렇게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 몸에게 회복기를 주고 회복이 잘 되도록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이 중요한 일일 것이다.

나: 이제 출산이 얼마 안남았잖아요. 우리가 산후조리원도 좀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아내: 산후조리원이요? 한국에서는 모든 임산부들이 거기 가서 하죠?
나: 그럼요. 산후조리원가면 아기 케어도 도와주고, 여러가지 육아 교육도 받을 수 있어요.
아내: 음.. 일단 생각해 볼게요. 자기가 근처에 산후조리원 있는지 한 번 알아봐 주세요.
나: 알겠습니다. 제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아내님~


 출산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산부인과의 산후조리원 관련 안내문을 보고 우리가 나눈 대화다. 아내는 크게 산후조리원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 중국에서는 산후조리원이라는 것이 보급된지가 얼마 안되어서 아내의 주변 사랍들이 많이 경험하지 못하고 있었고, 출산 시점 직전에 오신 장모님께 산후조리를 부탁할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아내는 끝까지 산후조리원을 갈지 말지 한 참을 고민했다.


 중국은 산후조리를 한국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국은 보통 출산 후 산후조리원에 가서 2주 정도를 머무르다가 집으로 돌아와서 몸을 추스린다. 반면 중국은 산후조리 기간을 총 4주 정도로 잡는다. 최근들어 한국 처럼 산후 조리원에 가서 4주 동안 머무르며 육아 도움을 받고 교육을 받는 경우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특히나 젊은 엄마들은 필수적으로 산후조리원을 택해 몸을 추스린다.


 출산 후 음식 같은 경우는 한국에서는 미역국이 회복에 좋기 때문에 미역국과 다른 좋은 음식들을 같이 먹는데, 이 역시 산후조리원에 가면 여러가지 찬과 함께 제공된다. 이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단지 미역국을 먹지는 않고, 몸 회복에 좋은 고기나, 해삼, 팥죽을 비롯한 정말 다양한 요리를 같이 먹는다. 중국 산후조리원에서도 음식이 잘 제공이 된다고 한다.

중국에서 먹는 산후조리 음식들


나: 중국은 조리 방식이 다른가요?
아내: 특별히 다르지 않아요.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산후조리원도 많이 가고요. 근데 아직까지는 집에서 그냥 조리하는 경우가 많아요.
나: 아 아직도 집에서 하는 사람도 많아요? 힘든데.. 그럼 음식은 미역국으로 먹나요?
아내: 아니오, 미역국은 안먹고 그냥 단백질이 많은 음식 많이 먹어요. 고기도 먹고, 야채도 먹고, 특히 고기탕 같은거 많이 먹어요.
나: 그렇구나.. 한국이랑은 비슷하면서 다르네. 그럼 자기는 산후조리 한국식으로 할까요? 근데 조리원이 2주 있는데 좀 가격이 있어요. 그래도 편하게 있으려면 가야죠?
아내: 아니, 엄마하고 이야기 해봤는데, 엄마가 오셔서 조리 도와 주신데요~ 내가 꼭 먹어야 하는 것이 있다고요. 그래서 따로 예약 안해도 될 것 같아요.
나: 앗 그래요? 혹시 필요하면 말해요. 아직 예약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아내는 집에서 조리하는 방식을 택했다. 장모님과 처남, 그리고 내가 같이 육아를 분담하고 아내가 먹어야 할 음식들을 장모님이 준비해주셨다. 마침내 출산 이후, 우리가 힘들게 모자동실에서 육아에 적응하고 있을 때, 장모님은 집에서 요리를 해서 아침, 점심, 저녁 세 번씩 입원실에 방문하여 아내의 음식을 챙겨주셨다. 입원한 3박 4일 동안 꼬박꼬박 요리를 해서 아내와 내가 먹는걸 보시고 손녀도 같이 봐주셨다.


 그 후 퇴원을 해서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아기가 있으니 돌아가는 길도 매우 조심스러웠다. 아직 갓난 아기라서 자주 깨던 아기 때문에 당황했는데, 장모님이 아주 능숙하게 아기의 울음을 그치게 하거나 재우셔서 상대적으로 조금은 편했던 기억이 있다. 장모님이 여러가지 맛있는 요리도 해주셔서 참 좋았는데,  장모님 요리하시는 걸 보니, 어떤 특별한 재료를 조금 섞어 요리를 하고 계셨다.


나: 장모님, 이거 뭐 넣으시는거에요?
장모님: 그거 뭔지 냄새 한 번 맡아봐.
나: (냄새를 맡고는) 아흐... 이거 술이 잖아요. 엄청 독한 것 같은데요.
장모님: 이거 찹쌀로 만든 술이야. 우리쪽 지방에서 산후조리 기간에 음식 요리할 때 이걸 조금씩 섞어서 요리하면 감칠 맛도 있고 몸에서 나쁜 것들을 빼주기도 해.
나: 그런데 술인데 출산 후에 먹어도 괜찮을까요?? 모유도 주는데요.
장모님: 뜨거운 요리에 조금씩 넣으면 알콜은 증발하고 좋은 것들만 남아서 술 먹는 것 같은 효과는 없어져.
나: 아 그렇군요! 신기하네요. 한국에서는 미역국 많이 먹거든요.


 장모님과 짧은 대화 끝에 산후 조리 기간에 찹쌀로 만든 술을 음식 재료로 활용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마도 장모님이 지내신 쪽 지방에서 내려오는 전통적인 조리법인 것 같았다. 실제로 마실 수 있는 술이긴 했는데 워낙 독해서 한 잔만 먹어도 장모님은 얼굴이 빨개 지셨었다. 어쨌든 아내는 닭으로 만든 탕을 매일 끼니 때 마다 마셨고, 밥도 잘 챙겨 먹어서 조금씩 생기를 찾아갔다. 하지만 밖에 나가지를 못했다. 4주 동안 밖으로 나가면 안된다는 장모님 말씀이 있어서 그 기간 동안에 거의 밖에 못나갔고, 샤워도 하지 못했다.


아내: 어휴 못나가니까 답답하긴 하네요.
나: 왜 못나가요?
아내: 엄마가 몸에 바람들어가면 안된다고 하시네요. 참 옛날 전통이다.. 그쵸?
나: 그러게요. 그냥 잠깐 나갔다 오면 되죠~
아내: 안되요. 그래도 엄마가 이것만은 꼭 지켜야 된다고 했어요. 대신 샤워는 2주에 한 번 해도 된다고 하네요.
나: #$% 뭐요? 샤워도 못해? 머리는요??
아내: 원래 4주 동안 샤워도 안하고 머리도 안감아요.
나: 익... 냄새....가 느껴진다.. 왜 그러지? 너무 시골 풍습 같네.
아내: 하하하 우리 엄마가 좀 그런거 중시하십니다. 좀 이해해 주세요. ^^


 어찌 보면 중국 사람 중에서도 좀 예전의 관습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었다. 장모님이 워낙 강하게 4주동안은 밖에도 나가지 않고, 집에서만 있어야 된다고 하셔서 아내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냈다. 그래도 처남이 같이 있어서 처남과 대화도 하고, TV도 보고 육아도 하면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최소화 하면서 보냈던 것 같다. 특히 처남과 했던 엄청난 수다가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탁월한 영향을 준 것 같다. 엄청 많이 웃었으니까. 지금 아내에게 물어보면 그 때 몸은 좀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 굉장히 편안했다고 이야기 한다. 그래서 몸의 회복이 좀 더 빨랐던 것 같다.


 장모님이 계신 동안 여러가지 일이 있었는데, 무엇보다 매일 맛있는 음식을 해주신 것이 기억에 남는다. 회사 일을 마치고 집에 가면 맛있는 요리가 준비되어 있어서, 항상 기대감 속에 현관문을 열기도 했다. 아내는 내가 미소를 지을 때 마다 산후조리는 내가 한다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 특히나 장모님은 이 기간에 미역국 만드는 법을 배우셔서 중국에 있어도 누구 생일이면 미역국을 끓여 주신다. 실제로 한국 미역국과 똑같은 맛이 난다. 무엇보다 아내는 산후조리 기간을 정말 편안하고 긍정적으로 보냈다. 육아는 네 명이 나눠서 했고, 몸에 좋은 음식을 섭취했다. 그래서 굳이 산후조리원에 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몸의 회복이 더 빨랐던 것 같다. 우린 그렇게 조금 다른 산후조리 기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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