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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빗구미 Aug 05. 2018

가족의 갈등을 통해 녹여낸 인연 이야기

-신과 함께-인과 연(2018)



성공한 한국형 블럭버스터 신과 함께


 신과 함께-죄와 벌은 한국형 블럭버스터라고 불릴만한 영화였다. 아시아권에서 널리 알려진 49재, 염라대왕, 환생과 같은 사후 세계의 요소들을 끌어와 현생의 사연을 풀어내고, 영화 후반부에는 강력한 신파로 관객들의 눈물을 끌어내었다. 또한 보다 자연스러운 CG의 구현으로 사후 세계의 이미지를 고급스럽게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의 몰입을 이끌어냈다. 개봉 후 1,400만 명이 이 영화를 봤다. 호불호가 나뉘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가족과 함께 볼만한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점점 심화되고 있는 가족/세대 간 갈등, 이 시점에 개봉한 영화 신과 함께


 현재는 전 세계의 주요 국가들은 온갖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이 갈등은 앞으로도 쉽게 해결되지 않을 갈등이다. 특히 가족 세대 간의 갈등은 점점 그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이미 한국사회는 대가족 시스템에서 벗어나 초핵가족의 시대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있다. 빠르게 변하는 정보와 시스템 속에서 노년층과 젊은 층의 정치 사회적 인식은 점점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가족이라는 것이 이제 더 이상 그렇게 따뜻하게만은 다가오지 않는 것 같다. 그만큼 벌어진 간극이 크기 때문에 쉽게 좁혀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근원적인 시스템인 가족은 간극은 벌어졌지만 여전히 서로를 지키고자 하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꽃보다 할배' 시리즈처럼 노년층의 고민과 생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동상이몽', '슈퍼맨이 돌아왔다'처럼 부부 사이의 일이나 육아의 고충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많아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가족, 부모, 자식에 대한 따뜻함을 그리워하고 동경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개봉한 신과 함께는 만화를 원작으로 하지만 보다 영화적인 각색을 통해 관객들에게 따뜻함을 전달하려고 한다. 1편 죄와 벌에서는 귀인인 자홍(차태현)이 죽은 이후, 49일 동안 재판을 받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그를 변호하는 저승차사 강림(하정우), 해원맥(주지훈), 덕춘(김향기)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더불어 자홍의 동생인 수홍(김동욱)과 어머니(예수정)의 이야기를 보여줌으로써 그 가족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지를 차근차근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영화에서 강조되는 것은 자홍과 수홍, 어머니의 서로에 대한 마음이다. 작은 오해와 잘못으로 서로 멀어진 사이지만, 마음속에는 서로를 아끼고 걱정한다. 마지막에 결국 서로를 이해하고 죽음을 받아들이게 되고, 재판 결과도 긍정적으로 끝나게 된다. 이 사연을 보면서 동감하는 많은 이들이 눈물을 훔쳤을 것이다. 지금 사이가 좋지 않은 많은 가족들도 마음속에는 다른 식구를 아끼는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있을 것이다. 1편 죄와 벌은 그런 가족에 대한 죄책감과 후회의 정서를 신파로 녹여 관객들에게 잘 어필했던 영화다. 실제로 이 영화는 가족관객들의 관람을 많이 이끌어냈었다. 


신파가 너무 강했던 전편 죄와 별


 하지만, 역시 많은 한국영화가 그랬듯, 이 영화의 신파가 너무 과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억지로 눈물을 강요하는 것 같이 느꼈던 관객들은 그 점에 대해 불만을 많이 지적했다. 그리고, 영화 전반에 계속 등장하는 각종 CG들은 영화를 풍성하게 하기도 했지만, 몇몇 장면들은 너무 과시적으로 기술을 자랑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그래서 영화에 대한 작품성 측면에서의 평가는 그리 높지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흥행할 힘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2편과 함께 제작되고 촬영한 만큼 2편에서 많은 부분이 개선되고 다른 이야기를 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신과 함께-인과 연은 1편 죄와 벌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대로 이어진다. 전작은 수홍의 가족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영화를 그 이야기로 꽉 채우지만, 인과 연은 자홍의 이야기, 세 차사의 과거 이야기, 현동(정지훈)과 할아버지(남일우)의 이야기를 교차로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심이 되는 이야기는 세 차사의 천년 전 과거 이야기다. 사실 자홍과 현동 가족의 이야기는 세 차사의 과거를 보여주기 위해 덧붙여지는 이야기이다. 현동 가족과 함께 등장하는 성주신(마동석)은 세 차사들의 과거를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과거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며, 그와 함께 차사 강림도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수홍에게 들려준다. 이 두 명의 과거 이야기가 이번에 개봉한 인과 연의 주요 내용이 된다. 1편이 사회적 최약자 가족의 이야기를 보여줬다면, 2편은 먼 과거의 귀족 계급, 현재의 최하층 가족 이야기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면서 영화의 결말부에 인연에 대해 하고자 하는 결론을 보여주고 있다. 


이야기의 밀도와 설득력을 강화한 신과 함께-인과 연


 이야기의 밀도 자체는 1편 죄와 벌보다는 좋은 편이다. 차근차근 과거의 일을 보여주면서 등장인물들이 어떤 방식으로 이어지고 왜 이런 상황이 되었는지 하나씩 설명을 해준다. 그래서 이들의 과거 이야기를 잘 듣다 보면 결말부 반전에 가슴이 먹먹하게 된다. 이야기는 수홍과 차사 강림이 지옥에서 재판을 받는 것과 다른 차사인 해원맥과 덕춘이 현실 세계에서 현동 가족과 성주신을 만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전편이 신파에 높은 비중을 줬다면, 이번 인과 연에서는 신파를 줄이고 내용의 반전과 과거와의 연결을 통해 보다 감정적 묵직함을 주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배경만 차지하는 CG, 그리고 이야기 속 많은 사족


 인과 연은 전편처럼 신파에 대한 우려를 줄이긴 했지만, 이야기를 듣는 입장에서 감정적으로 큰 임팩트가 있는 장면이 없어졌다. 물론 이 영화가 재미없다는 것은 아니다. 즐기기에 충분한 재미가 있고, 특히 CG가 중심이 되기보다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흥미롭게 흘러가기 때문에 2시간 반이 훌쩍 지나가게 만든다. 하지만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에 있어 몇 가지 부분은 불필요하게 너무 많다고 느껴진다. 영화 중 세 차사의 과거 이야기는 영화의 중심 내용이기 때문에 꼭 필요한 내용이지만, 수홍의 이야기나 현동 가족의 이야기는 영화의 주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억지로 붙인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수홍과 강림이 재판장을 지나며 벌어지는 괴수들과의 전투나 장면들은 CG를 보여주기 위해 넣은 장면들처럼 보이고, 현동 가족의 이야기는 성주신을 등장시키기 위해 일부러 만들어낸 에피소드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전편이 일반적으로 우리가 어머니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감정을 신파의 힘을 빌려 크게 보여주는 영화라면, 이번 인과 연은 아버지에 대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과거의 이야기에 강림의 아버지, 강림의 동생 이야기를 통해 아버지와의 애증을 보여주고, 그 과거에서 행했던 행동에 대한 대가를 어떤 방식으로 가지고 가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역시나 이번 인과 연에서도 강조되는 건 가족 간의 관계와 사랑이다. 직접적으로 사랑한다는 표현은 등장하지 않지만,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그 사랑을 갈구하고 원한다. 그래서 그들과 멀리 떨어진 상황에서도 다른 방식으로 그 사랑을 표현한다. 현재의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그렇게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전편만큼 많은 관객들이 볼 것 같다. 날씨가 더운 영황과 많은 상영관 때문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의 콘텐츠 자체가 현재 사회 상에서 우리의 마음속을 파고드는 것이 있다. 가족에 대한 아련함과 따뜻함, 그것이 이 시리즈를 이끌어가는 가장 큰 동력이다. 아마도 시리즈가 계속되더라도 이 정서는 계속 유지가 될 것이다. 


눈길을 끄는 해원맥, 배우 주지훈


 이번 인과 연에서 가장 돋보이는 배우는 해원맥을 연기하는 주지훈이다. 사실 저승차사 해원맥은 그저 까불고 멋 부리는 캐릭터였다면 과거의 해원맥은 매우 진중하고 심각한 인물이고, 복잡한 과거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출중한 무술 실력,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또한 성주신을 맡은 마동석도 싫어하는 관객은 없을 것 같다. 그가 가진 특유의 긍정적인 정서와 유머가 시종일관 웃음을 유발한다.  






#. 작년에 썼던 신과 함께-죄와 벌의 리뷰 링크도 같이 첨부합니다.

https://brunch.co.kr/@moviehouse/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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