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여러 가지 노트북 브랜드가 있었다. 그 당시에 사람들이 많이 구입하던 일본 브랜드 중 후지쯔라는 브랜드가 있었다. 후지쯔에서 출시하던 라이프북 시리즈는 작고 깨끗한 디자인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었다. 그에 대항하는 브랜드로 소니 노트북이 있었는데, 보다 고사양에 큰 사이즈의 노트북이 많았다. 모두가 개인 노트북을 사던 시기는 아니었다. 그저 큰 일반 컴퓨터를 사서 집에 놓고 작업할 일이 있으면 집이나 학교 컴퓨터실에서 했다. 그 당시 나는 노트북 구입에 목말라 있었다. 많은 숙제와 아르바이트로 하는 보고서 정리를 하기 위해서는 컴퓨터가 꼭 필요했다. 자취방에는 할 수 있는 도구가 없었다. 그래서 학교의 노트북 장비를 대여하여 작업을 했었는데,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몇 달 동안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가지고 중고 노트북을 하나 구입하기로 했다.
그 당시에도 중고제품을 거래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여러 쇼핑몰을 돌아다니다 후지쯔 노트북을 보고 이걸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작은 라이프북을 하나 사서 대학 생활 내내 들고 다녔다. 그렇게 내가 스스로 번 돈으로 처음 구입한 그 노트북을 정말 사랑했다. 후지쯔 노트북을 보면 만족감이 내 마음속을 가득 채웠다. 내 스스로 무언가를 해낸 기분이었을까? 언젠가 회사에 취업하고 나면 새 후지쯔 노트북을 구입해야겠다고 늘 생각했었다. 그 후 몇 년이 지났다. 내가 직장인이 되고 노트북을 새로 살 여유가 생겼을 때, 한국 후지쯔는 노트북 사업에서 철수해버렸다. 그렇게나 사고 싶었던 그 브랜드를 이제는 더 살 수 없게 되었다. 일본 후지쯔 본사에서 생산하는 라이프북의 종류도 현저하게 줄었고 거의 출시가 되지 않는다.
지금은 YOLO의 시대다. 한 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자는 의미라는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꿈꾸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YOLO를 실행하려고 하면 제일 먼저 걸리는 것이 돈이다. 생활비, 거주비, 교통비 등 당장 걸리는 것이 많다. 지금 세대의 아이러니는 하고 싶은 것을 하게 만들기 위해 돈을 벌지만, 그 와중에 정말 하고 싶었던 것들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데 있다. 유행은 순식간에 지나가, 새것을 금방 헌것으로 만들어버린다. 결국 다른 곳으로 들어가는 돈을 아껴 중고 쇼핑몰을 전전하게 만든다. 결국 자기가 꼭 해야 하는 것은 지키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어느 정도 타협하게 된다. 지금의 우리 사회라는 것이 그런 많은 소심쟁이들을 낳았다. 그만큼 안정적인 삻이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
하지만 그 순간을 놓치면 정말 다시는 가지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내가 정말 가지고 싶던 후지쯔 노트북은 기업의 경영악화로 순식간에 사라져 갔다. 물론 다른 회사 제품이 많이 있었지만,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아니다. 차선책을 선택하고 다른 제품을 구입하지만, 그때 구입하지 못했던 아쉬움은 오래 남는다. 어느 정도의 금액이 모였을 때, 후지쯔 노트북이 존재하던 그 순간에 원하던 것을 샀다면 어땠을까? 지금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어떤 것이 사라지기 전에 바로 그것을 취하면 삶이 많이 힘들어질까? 아니다. 삶은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고단함만으로 삶이 구성되는 것은 아니다.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지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우리는 우리의 삶에 나만의 색깔을 입혀간다. 많은 대학생들과 직장인들은 여전히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갈등한다. 이 문제는 언제나 반복될 것이고 우리 머릿속에서 우리를 고민하게 할 것이다.
후지쯔 노트북이 사라져 갔고, 소니 노트북도 사라졌다. 소니의 VAIO 브랜드도 더 이상 구입할 수 없게 되었다. 세상의 많은 공산품들은 어쩌면 이렇게 사라져 갈 운명인지도 모른다. 여전히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을 과거에 구입했던 물건들을 사용하고 있다. 자신이 원하던 것을 얻게 되면 그 자체로 그 순간에 행복하고 그 제품을 진정으로 아끼게 된다. 특히나 그것을 앞으로 구입할 수 없다면 더욱더 마음을 쏟을 수밖에 없다. 원하는 것을 바로 얻기 힘든 세상일지라도 할 수 있을 때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원하는 것을 지금 하지 못한다면 내가 원하는 그것은 홀연히 사라져 버릴 것이다. 지금 세상은 모든 것이 빨리 변하고 빨리 사라져 버린다. 우리가 망설이는 지금도 많은 것들이 사라져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