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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빗구미 Aug 12. 2018

공작 활동 속 인물 사이의 긴장을 포착하다

-공작(2018)




어떤 목적을 위해 일을 꾸미는 것, 공작이 난무하는 시기 


 공작, 사전적 의미로 어떤 목적을 위해 일을 꾸미는 것을 말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은 무수한 공작이 난무하는 시기다. 아니 어쩌면 인간이 사회라는 시스템을 만들어낸 이후로 이런 공작들은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특히나 권력 주변부에서 일어나는 정치적인 공작은 전쟁을 불러오기도 하고, 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가기도 했다. 한국 역사에서도 그러한 공작에서 예외적이지 않다.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에도 존재했던 공작은 일제시대를 거쳐 특히 한국전쟁 이후에 남과 북으로 갈라서면서 서로를 적으로 삼고 여러 공작활동을 진행했다. 서로 국지적인 도발을 하기도 하고, 간첩을 침투시키기도 했다. 적을 대상으로 한 것뿐만 아니라 각각의 내부적인 상황에 따라 그 상황 안에서 다른 정당이나 세력들에게 공작을 하기도 했다. 이런 정치 공작은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현재 진행 중이며, 매우 치열하고 국지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최근에도 포털 사이트에서 댓글을 조작한다거나, 여론을 임의로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활동들이 벌어지고 과거 부패한 정권의 시스템에 있던 하수인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치 상황을 만들기 위해 온갖 수단을 이용한다. 사실 지금 공작활동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은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자세히 알기도 어렵고 실체를 파악하려고 해도 그 실체에 접근하기가 어렵다. 특히나 그것이 남북에 관한 문제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이런 다양한 공작을 영화적으로 이야기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액션 장르를 빌려 스파이들의 접근방식과 일처리 방식을 아주 가볍게 보여주는 방법이 있는데, 이런 접근은 선악 구분을 명확하게 하여 관객들에게 아주 단순하게 공작 이 진행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최근에 개봉했던 미션 임파서블-폴아웃(2018) 같은 영화가 일반적으로 많이 볼 수 있는 스파이 액션물이다. 대표적인 다른 방식은 고전적인 스파이 영화 방식인데, 실제 스파이들이 조직 내에서 공작하는 환경을 보여준다. 서로 믿지 못하는 각 등장인물들과 그 상황 아래 어떤 것을 결정하고 행동해야 하는 주인공의 갈등으로 서스펜스를 만들어낸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2011)같은 영화가 아주 전통적인 스파이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공작에 참여하는 인물들의 인간적인 부분을 강조한 드라마 형식의 이야기가 있다.  이런 영화가 특히나 한국 영화 중 많은데 대표적인 것이 의형제(2010)일 것이다. 



전통 스파이물과 드라마를 결합시킨 이야기


 윤종빈 감독은 전통 스파이물과 드라마적인 이야기를 결합하여 실제로 한반도에서 과거에 진행되었던 공작활동을 들려준다. 윤종빈 감독은 용서받지 못한자(2005), 범죄와의 전쟁(2011), 군도:민란의 시대(2014) 등에서 촘촘한 이야기와 등장인물의 관계들 속의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들려주었던 감독이다. 특히나 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갈등들을 통해 관객의 시선을 영화가 끝날 때까지 잘 잡아두는 능력이 있다. 그가 영화 공작을 선택한 것은 소재 자체가 흥미로워서도 있겠지만, 특별한 액션이 없는 이 영화를 긴장감 있게 연출하는데 장점을 가졌고 영화의 대부분의 등장인물의 관계를 세밀하게 묘사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벌어졌던 흑금성 사건을 바탕으로 주변 상황을 묘사하다


 영화는 남한의 흑금성/박석영(황정민)과 북한의 리명운(이성민)이 서로 부딪히고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과거 안기부의 주도하에 북풍을 만들어내기 위한 공작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흑금성 사건이다. 이미 이 사건에 앞서 총선 직전에 안기부는 북한에 요청하여 군사분계선에 포격을 하였고, 그렇게 만들어진 북풍은 총선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된다. 한 번 효과를 본 당시 여당은 일반 대중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 북한 관련 이슈, 즉 안보 이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이후에 다시 시도를 하게 된다. 영화는 흑금성이 북한의 핵무기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사업가로 위장하여 북한 수뇌부에 사업차 접근하는 최초의 과정부터 천천히 보여주며 그가 어떤 방식으로 북풍 사건에 개입하게 되는지를 잘 묘사하고 있다. 어떤 정치적인 의견을 최대한 배제하고 그저 그 사건의 관찰자 입장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초반부에는 흑금성의 침투를 보여주고, 후반부에는 북풍 사건과 연결되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흑금성 박석영과 리명운이 만나서 이야기할 때는 대부분 정무택(주지훈)과 김명수(김홍파)가 함께 등장하게 되는데, 이들은 리명운과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전개를 예측하지 못하게 한다. 특히나 정무택은 리명운과는 완전히 다른 관점으로 일을 진행시키기 때문에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박석영과 리명운이다. 이들이 식사를 하며 대화할 때, 그들의 얼굴이 클로즈업되고, 그들의 안경이 빛날 때 그 상황에서 그들의 표정만으로도 그 상황에 몰입하여 긴장하게 된다. 여러 번 위기를 맞게 되는 박석영의 상황도 긴장감이 있지만, 그들이 함께 김정일(기주봉)을 만나 이야기할 때는 그 장면에 등장하는 세 인물의 표정과 말 하나하나를 집중해서 보게 만든다. 


각 인물들이 가진 다른 정치적 의견


 보통 우리는 북한의 사회나 정치상황을 생각했을 때, 그들 내부의 의견이 통일되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남한은 지향점이 다른 정당들이 여러 개가 존재하고 다양한 의견 교류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시점이었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많은 의견 대립과 시위가 있었다. 영화 공작에서는 북한 내부에서도 정치적인 상황과 관계없이 남한에 대한 의견이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사회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세력에게 상황 통졔를 위한 적이 필요한데, 남한뿐만 아니라 북한도 내부 상황 통제를 위해 적이 필요할 수 있다. 영화의 다양한 남북한 인물들은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며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려 하는데, 박석영과 리명운을 제외한 다른 등장인물들은 서로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선택을 한다. 



북한과 스파이 활동에 대한 훌륭한 묘사


 이 영화에서 무엇보다 훌륭한 것들은, 북한 상황과 스파이에 대한 훌륭한 묘사다. 그 당시 어려웠던 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과감히 보여주고, 평양 시내의 모습, 김정일 위원장의 모습 등을 생생히 묘사하고 있어 영화의 몰입감을 높인다. 그리고 기존 한국 스파이물에서 잘 보지 못했던 보다 사실적인 스파이의 행동들을 아주 잘 묘사하고 있다. 그들이 액션을 잘하는 특수 요원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아주 평범한 외모를 가지고 있으며, 평범하게 행동하면서도 주변을 슬쩍 보며 많은 것을 파악하는 모습 등에서 실제 그 공작을 하는 공작원들의 삶이나 일이 어떤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걸 보는 관객들은 스파이의 정체가 들통날까 긴장하고, 공작을 실행하는 구체적인 모습들을 보며 재미를 느끼게 된다. 


 영화의 배우들 중 황정민과 이성민의 연기가 좋았다.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서 흔들리지 않는 눈빛을 보여주는데, 그들이 이전에 연기하던 다른 배역에 비해 힘을 조금은 뺀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어떤 인터뷰에서 황정민 배우는 실제 흑금성이란 인물을 만난 적이 있다고 이야기했었는데, 그 인물의 눈빛을 읽을 수가 없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실제로 이 느낌을 표현하기가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영화 공작 안의 박석영은 그 눈빛 만으로는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읽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황정민의 연기가 훌륭하게 느껴진다. 그 외 최학성역의 조진웅이나, 정무택역의 주지훈도 그들의 배역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전반부와 후반부의 이야기가 이질적


 이 영화에서 아쉬운 점은 영화의 전반부와 후반부가 서로 다른 장르처럼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초반부와 중반부는 첩보 장르로서 긴장감을 보여주지만, 중반 이후 후반부는 두 주인공의 관계를 통해 뭉클함을 주는 구조로 되어 있다. 중반부까지 스파이 활동의 긴장감을 보여주던 영화는 두 사람의 관계가 가까워지게 되는 특별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아 후반부가 다소 뜬금없이 느껴지기도 한다. 마치 두 개의 영화를 하나로 붙여놓은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이 영화의 재미를 떨어뜨리지 않으며 영화적 재미는 끝까지 잘 유지된다. 


 영화를 보고 나면 이런 북풍에 기댄 정치공작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지나면서 안보라는 탈을 쓴 북풍은 선거 때마다 늘 있어왔고 여론을 흔들어 놓았다. 오래전 과거 이긴 하지만 국회의원이 나라의 적국에 가서 가짜 도발을 요청하는 장면은 마치 블랙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어쩌면 최근까지 이런 공작은 계속되어 왔을지 모른다. 아니 실제로 계속된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남북 화해 모드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남북 간의 대화는 여러 공식 채널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공작적 관점보다는 외교적 관점에서 서로를 대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어 영화 공작과 같은 상황이 다시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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