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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빗구미 Aug 23. 2018

아빠, 실종된 딸을 찾기위해 SNS에 접속하다

-서치(2017)

브런치 무비패스 시사회를 통해 먼저 관람하였습니다


부모와 자식간의 어려운 소통, 전자기기로 더욱 멀어진 그들


 "당신의 아이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아마 대부분의 부모들이 고민하는 부분일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온갖 사랑을 주는 자식이라는 존재는 부모에게는 끝도 없이 사랑을 주고 싶은 보물과 같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아이가 부모도 잘 따르고 대화도 어느 정도는 통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어느 정도 아이가 자라고 사춘기 즈음이 되면 아이는 부모와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 부모도 조금 변해버린 아이와 소통하기 힘들어한다. 모두가 처음 겪는 상황에서 서로 다가가려 해도 쉽지 않다. 그렇게 서로의 벽을 만들고 서로의 관계를 서서히 포기해가며 멀어져 간다. 그렇게 몇 개월, 몇 년이 지나고 나면 식탁에 마주 앉아서 깊은 이야기도 할 수 없는 그런 존재가 되어버린다.


 특히나 요즘 같이 전자 기기로 소통하는 시대에 가족 서로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쉽게 연결될 수 있지만 그만큼 차단의 벽을 만들기도 쉽다. 전자 기술이 엄청나게 발달해 다양한 기기로 소통이 더욱 쉬워졌는데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의 자식과 소통하기는 더 어려워진 것 같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벽은 더 두꺼워져 소통을 방해한다. 자식들은 개인 SNS 계정을 비공개로 해두고 자신이 하는 생각이나 고민들이 부모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한다. 부모와의 단절을 만드는 데에도 기술적으로 개발된 차단 기능이 활용된다. SNS는 개인의 일상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기록되는 동시에 그 활동이 공유되는 주체를 개인이 차단하거나 선택할 수 있다. 



영화 서치는 가족 간의 소통에 대한 영화


 영화 서치는 기본적으로 가족의 소통 대한 이야기다. 그중에서도 아빠와 딸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의 첫 화면은 윈도우 시작화면이다. 윈도우가 부팅되는 과정을 디테일하게 보여주는데, 바탕화면의 파일이 조금 늦게 나타나는 과정과 시작 버튼을 눌러 원하는 파일을 재생시키는 등,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컴퓨터 전원을 켜고 이용하는 형태 그대로의 모습이 화면 속에 펼쳐진다. 그 장면을 보고 있으면 마치 내가 그 화면을 직접 클릭하는 것 같은 생동감이 있다. 특히나 애플의 맥북이나 아이폰을 쓰는 관객이라면 더욱 공감할 만한 장면이 많다. 


 초반부는 컴퓨터의 클릭과 동영상 재생만으로 데이빗의 가족이 어떤 상황을 맞고 지내왔는지를 보여주게 되는데, 이 가족의 가장 큰 사건이었던 엄마의 암투병과 죽음의 과정이 잔잔히 펼쳐진다. 여러 가지 동영상이나 메시지들도 눈길을 끌지만, 무엇보다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엄마의 암 투병 중 퇴원 날짜를 스케쥴러에서 날짜를 뒤로 몇 번을 옮기다가 결국 삭제하는 장면이다. 이 예정된 일정이 밀리고, 삭제된다는 의미는 곧 죽음을 뜻하는데 이것을 온라인 스케쥴러라는 단순한 툴을 바탕으로 영리하게 전달한다. 우리가 평소에 많이 사용하던 보편적인 디지털 기능을 통해  보편적인 감성을 전달하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영화의 흥미를 유발한다.



딸의 실종으로 깨닫게 되는 아빠와 딸의 단절


 평범한 목요일 저녁 딸 마고는 부재중 전화 3통을 남기고 연락이 되지 않는다. 불길한 마음으로 실종된 딸을 찾는 아빠 데이빗(존 조) 실종된 딸 마고(미셸 라)의 흔적을 컴퓨터나 웹에서 찾으면서 그 자신이 딸을 얼마나 몰랐는지 서서히 깨닫는다. 실종된 딸보다 더 무서운 것은 그의 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전혀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딸이 누구와 친한지도 모르고, 학교에서 무엇을 하고 다니는지 알지 못해 당황하는 모습을 통해 아빠와 딸이 가진 보이지 않는 단절을 잘 보여준다. 


 영화에는 다양한 SNS 사이트들이 나온다. 페이스북, 트위터, 텀블러, 인스타그램, 최근에 많이 사용하는 개인 방송 등 온라인 네트워킹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계정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웹 사이트들이다. 데이빗은 딸이 방문하는 개인 계정들을 하나하나 들어가면서 딸이 그동안 얼마나 외로웠고 감정적으로 힘들었는지를 알게 되면서 딸의 실종에 관한 실체에 점점 접근하게 된다. 



영화의 처음 부터 끝까지 컴퓨터 화면으로만 진행되는 이야기


 서치는 기본적으로 컴퓨터 화면으로 모든 장면을 중계한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니터 외부를 비추지 않는다. 컴퓨터 화면 속에서 주고받는 메시지, 전화, 화상통화, 인터넷 뉴스 그리고 많은 SNS 사이트가 나온며 이들을 실제로 로그인하고 사용하는 모습이 그대로 나온다. 마치 한정된 공간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다양한 컴퓨터, 카메라 화면을 활용해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며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초반에는 주로 데이빗이 집에서 컴퓨터로 전화를 하거나 검색하는 장면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야기 전달에 문제가 없지만, 후반부 데이빗이 외부에 나가서 벌어지는 장면들은 뉴스 라이브 중계나 동영상을 이용해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영화 <폰부스>(2002)는 오프라인의 공중전화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협박 스릴러의 이야기를 한 시간 반 동안 진행한다.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지만, 다양한 이벤트를 발생 키키고 여러 방향에서 벌어지는 리액션을 통해 강한 긴장감을 유발했던 영화였다.  


 영화 서치는 온라인 버전의 <폰 부스>로 불릴만하다. 첫 화면을 컴퓨터 윈도우 부팅 화면으로 시작해 주인공의 클릭과 영상통화, 문자를 통해 효과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데, 특히 시간이나 거리를 전달하는 부분이 아주 영리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보여주기 위해 윈도우 로그인 후 노턴 바이러스 프로그램에서 바이러스 검사를 마지막으로 한 것이 얼마나 되었는지 알람을 통해 보여줘 엄마가 죽은 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려준다거나, 데이빗이 집에서 라이브 동영상 실행 후 라이브 촬영 장소에 도착했을 때 라이브 영상의 러닝타임이 22분이라는 것을 보여주며 집에서 그 장소까지 22분이 걸리는 거리라는 것을 보여주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하여 관객에게 필요한 정보들을 전달하고 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


 이 영화의 컨셉만을 놓고 보면 이야기의 전개가 심심하거나 지루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영화는 아빠 데이빗이 딸 마고의 개인 계정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하나씩 확인할 때마다 발견되는 실종에 대한 단서나 정황들은 스릴러 장르로서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 영화는 그런 단서들을 적절한 시점에 하나씩 등장시켜 영화적 반전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관객의 시선을 놓지지 않는다. 또한 영화에 등장하는 경찰 로즈메리 빅 형사(데브라 메싱)도 형사로서의 카리스마와 함께 아들을 가진 엄마로서 주인공 데이빗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이 영화가 부모와 자식 관계에 대한 영화라는 것을 더욱 공고히 한다. 


 결국 이 영화는 부모가 자식에 대해 이해하는 영화다. 아버지로 등장하는 데이빗은 영화의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딸의 마음과 생각을 이해하게 되고, 로즈매리 형사도 아들을 이해하고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애쓴다. 자식들이 막아놓은 단절의 유리벽은 어쩌면 부모 스스로가 걷어내야 할지 모른다. 부모가 발 벗고 나서 먼저 이해하려 하고 자식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 그들이 소통하고 있는 다양한 SNS 들을 통해 먼저 다가간다면 그 유리벽은 서서히 얇아져 갈 것이다. 그것이 이 영화가 말하는 현대의 디지털 소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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