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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빗구미 Sep 02. 2018

상류사회 묘사에 실패한 하류영화

-상류사회(2018)




상류사회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


누구나 좋은 삶을 꿈꾼다. 그 좋은 삶의 대한 기준은 개개인이 다르다. 보편적으로 좋은 삶, 또는 이상향의 삶은 돈과 권력과 연결된다. 돈과 권력이 있는 삶은 그것을 소유하지 못한 층과는 확실히 대비된다. 최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기업 대표들의 갑질은 그들의 속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항공, 종근당, 대웅제약 등 이른바 돈을 가진 층에서 가지지 못한 층을 무시하고 비인간적인 태도를 드러낸다. 이 시대의 권력이라고 부르는 정치권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다수의 정치인들은 일반 국민에게 딱 선거 때만 고개를 숙인다. 선거 이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치인들에게 무시당한다.


상류사회란 무엇일까? 그들의 삶은 우리와 정말 많이 다른 걸까? 이미 이런 주제를 다룬 영화들이 많다. <돈의 맛>(2012), <그때 그 사람들>(2005), <내부자들>(2015) 등이 대표적으로 정치인이나 재벌들의 삶을 보여준 영화들이다. 때론 블랙코미디로, 때론 스릴러로 그들의 행태를 보여주면서 그들이 그들보다 낮은 계급이라고 생각되는 층에게 어떤 태도를 보여주는지, 그들은 어떤 욕망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는지를 잘 묘사해 그들을 간접 체험하게 한다. 이러한 시도는 그들의 행동을 우스꽝 스럽게 묘사해 비웃음의 쾌감을 주고, 어떤 법적 복수를 통해 그들이 벌을 받게 만드는 통쾌함을 주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결국 그 상류사회의 삶이란 것은 일반인의 시각에서는 비정상적이고 별것 아니라는 것, 즉 허탈한 꿈같은 것이라는 것이 이런 류의 영화들이 보여주는 것이다.



두 주인공의 상류사회 진입 이야기


변혁 감독이 새롭게 들고 온 영화 <상류사회>는 이런 과거 영화들에서 보여준 내용들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영화 속에는 정치인, 예술인, 재벌 등 상류사회를 누릴 법한 인물들이 다수 등장한다. 영화 속 중심인물은 교수인 장태준(박해일)과 미술관 부관장 오수연(수애)이다. 그들은 부부로 좋은 삶을 살고 있지만, 보다 높은 곳의 상류사회 어딘가로 진입하고 싶어 한다. 영화의 초반부는 그들의 삶을 보여주면서 왜 그들이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고 하는지를 보여준다. 자기의 의도대로 미술관을 움직이고, 정부의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그들은 각자 미술관 관장과 국회의원을 꿈꾼다. 결국 그들은 각자의 기회를 잡아 그 상류사회의 문 앞에 진입한다. 


그들이 진입한 그 문이 정말 상류사회로 가는 문인지는 영화 내내 알 수가 없다. 영화 속에서 그들은 뭔가를 이루기 위해 사람을 만나고 누군가와 성관계를 갖는다. 영화는 상류사회로 가려는 욕망을 가장 원초적인 형태인 성관계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데, 확실히 불편한 구석이 있다. 문제는 오수연과 장태준의 원초적인 욕망은 보이지만, 다른 욕망들은 도대체 왜 그 자리에 오르려고 하는지 영화를 보고도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그 원초적 욕망인 다른 사람과의 성관계는 신분 상승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들이 신분 상승한다고 해서 그러한 관계를 못 가지게 되는 것도 아니고 그 중요한 시기에 그런 원초적 욕망이 그렇게 중요한지 모르겠다. 영화 속 두 사람의 성관계는 그저 원초적으로 소비되고 휘발되어 버린다. 



묘사되는 재벌의 비정상적 모습

그들이 싸우는 권력인 한용석(윤제문)은 상류사회의 맨 꼭대기에 있는 인물이다. 여느 영화에서 처럼 변태적인 구석이 많은 재벌인데, 전혀 재벌 같아 보이지 않는다. 몰론 최근에 떠오르는 재벌인 대한항공의 임원들의 갑질 수준에 비하면 어린아이 장난 같은 갑질 수준인데, 이게 정말 어린아이 장난 같아 보인다. 그가 가면을 쓰고 폭력을 행사하는 부분이나, AV배우와 성관계를 나누는 장면은 그가 어떤 변태적인 인물인지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이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등장하는 갑부 한용석은 그냥 변태로만 보일 뿐 재벌로써 어떤 명석한 능력이 있는지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 특히 배우 하마사키 마오와의 정사 장면은 그 자체로도 불필요할뿐더러 시간도 너무 길어서 불편하기만 한 장면이다.


실제로 영화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재벌들이 바보 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의 행동들 중에는 원초적인 성욕도 있겠지만 그들은 이미 그 욕정을 어떤 방식으로 채우면 안전한 지를 다 알고 있다. 심지어 그 욕정은 과감히 포기하기도 한다. 그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정치권을 이용하고, 돈을 더 버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단순하지 않고 욕정에 휘둘리지도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엘리트들이 그들 주변부를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배우 윤제문이 연기한 한용석과 같은 인물이 실존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가 극 중에서 하는 행동을 보면 기능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악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행동은 너무 뻔한 길로만 간다. 



전혀 설득력이 없고 여성의 치부를 이용한 두 주인공의 복수 방법


결론부에서 주인공 오수연과 장태준이 하게 되는 행동도 너무 갑작스럽다. 협박받던 오수연이 너무나 쉽게 상류사회로의 길을 포기하고, 그 자신과 관련된 비디오를 만인 앞에 공개하게 되는데, 그때 남편 장태준은 국회의원 선거만 포기할 뿐 다른 것을 잃지 않는다. 결국 여성인 오수연이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면서 상류 계층에게 복수하게 되는데, 쉽게 납득 가기 어려운 방법이다. 특히나 장태준 보다는 오수연이 더욱 강한 욕망을 드러냈는데, 후반부 그의 선택이 이렇게나 쉽게 바뀐 것은 캐릭터 자체가 붕괴되었다는 생각마저 든다. 


영화는 상류사회가 어떤 것이라고 설명은 하지만 그것이 정말 현실감 있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여기 등장하는 정치인, 조폭, 예술인들은 그들만의 상류사회가 있지만, 그들의 행동은 모두 어린아이 장난같이 행동한다. 이런 비현실적인 묘사에도 불구하고 아주 원초적인 욕망에 대해서 이야기하긴 한다. 그 욕망을 아주 고급스러운 화면에 먹음직스럽게 담아 관객에게 전달한다. 보는 관객들은 그 고급스러운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하지만 그것을 다 보고 나면  그렇게 만족감을 느끼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욕망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 영화는 상류사회를 제대로 찔러 보여주는 것에서는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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