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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빗구미 Sep 09. 2018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훌륭한 결합

-업그레이드(2018)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기술발전으로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하는 현대


현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하는 시기다. 아니 이미 많은 아날로그는 점점 갈 곳을 잃어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과거 아날로그 기술에서 편리한 디지털 기술로 많은 것을 바꾸고 있다. 타이핑으로 입력하던 문서는 모두 컴퓨터 키보드를 통해 입력하고 테이프로 녹화나 녹음을 하던 콘텐츠들은 모두 디지털카메라를 통해 저장되어, USB나 하드 드라이브 같은 기기에 디지털 정보로 저장된다. 뿐만 아니라 TV, 전화기, 냉장고, 세탁기, 자동차 등 우리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많은 아날로그 기기들이 이미 우리 주변에서 사라졌다. 심지어 손목시계를 포함한 시계 조차도 디지털로 변환되는 시기를 맞고 있다. 


기술의 발전은 정말 우리의 삶은 변화시키는 걸까? 과거 말을 타고 다니던 서부 시대를 생각해보자. 전화기가 없어 직접 방문하거나, 누군가를 통해 편지를 전달해야 멀리 떨어진 상대방과 소통을 할 수 있었다. 이런 소통을 하려면 말이나 마차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점점 현대에 가까울수록 기술의 발전으로 전화기나, 자동차 등이 생산되었는데, 특히 포드의 컨베이어 벨트 생산라인의 개발과 프레드릭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이 강조되던 19세기 초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많은 제품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빠른 속도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대량생산, 컴퓨터/인터넷 기술의 발전으로 디지털 전환의 속도를 내다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사람들이 기술 습득을 하는 시간도 빨라졌다.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발전 속도도 엄청나게 빨라졌다.  1980년대에는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되기 시작하여 각종 정보를 디지털로 변환하여 저장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의 컴퓨터는 매우 단순하고 조악했지만, 이 시기부터 사람들은 어려운 계산이나 간단한 정보를 컴퓨터에 저장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 시기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하기 시작한 시기로 볼 수 있다. 그 당시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개념이 없었지만, 컴퓨터가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디지털로 전환되는 정보의 종류는 많아졌다. 


지금은 어떤가.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온라인 공간에 방대한 정보가 있고, 그 정보를 언제 어디서든 검색해 볼 수 있다. 다양한 아날로그 정보인 책이나 신문 등의 정보는 이미 디지털화되어 온라인 공간을 떠돌아다니고 있다. 각종 사진, 문서, 논문 등 문서뿐만 아니라, 물건을 사고파는 것에 대한 정보나 다른 나라의 정보같이 과거라면 쉽게 하지 못했던 것들을 지금은 단 몇 초면 검색해서 찾을 수 있다. 



디지털화되었을 때는 어떨까에 대한 상상을 한 영화


어디까지 디지털화가 가능할까. 이미 많은 영화들이 그런 상상을 표현해 냈다. 영화 <매트릭스>(1999)에서는 인공지능 컴퓨터가 인간을 시스템의 에너지로 활용하면서 그들의 의식을 가상공간에 가둬 그들의 의식을 디지털화했다. 영화 <트렌센던스>(2014)에서는 자신의 두뇌에 있는 모든 지식이나 의식을 온라인 공간에 저장하는 것을 보여줬다. 리메이크된 <로보캅>(2014)에서는 불구가 된 주인공에게 디지털로 제어하는 로봇 몸체를 이식하는 데 성공한다. 영화 <엑스 마키나>(2015)에서는 AI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 인간의 감정을 이용해 인간들을 교묘히 속이고 세상 밖으로 나간다. 어쩌면 곧 다가올지도 모를 디지털 세상의 미래 모습이 여러 영화들에 나눠 담겨있을지 모른다.


최신작인 영화 <업그레이드>(2018)는 앞서 언급된 영화들의 개념들을 모두 합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속에는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기가 언제인지 설명하지 않는다. 근미래로 예측되는 시기에는 드론이 무수히 하늘을 날아다니고, 디지털 자동 주행 차량이 사람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주인공 그레이 트레이스(로간 마샬 그린)는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를 선호하는 인물이고, 특히나 아날로그 기술이 필요로 하는 아날로그 자동차의 수리를 직업으로 가지고 있다. 그는 많은 것이 자동으로 되는 디지털보다는 자신의 감각이나 몸을 이용해서 움직일 수 있는 아날로그 자동차를 선호한다. 또한 그의 의식 자체도 디지털 기기의 활용보다는 아날로그를 더 활용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아날로그 선호자 주인공 그레이가 디지털 기술과 만나 벌어지는 일


영화는 누군가의 조작으로 디지털 자동차에 기능 에러가 나면서 사고로 전복되고, 그 이후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들이 나타나 그의 아내(멜라니 발레이오)를 죽이고 그레이를 불구로 만들면서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이후 얼굴 외에는 거의 모든 부분을 움직일 수 없는 그에게 한 기업 운영자 애론 킨(해리슨 길버트슨)이 본인이 개발한 AI 칩 스템을 척추에 이식하는 것을 권유하고, 실제로 그레이가 그 칩을 이식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영화의 전반을 걸쳐 담겨있다. 


그레이가 이식한 스템은 그를 걸을 수 있게 하고, 그에게 의식으로 말을 걸어 그가 원하는 부분을 할 수 있게 해 주고, 철저히 그의 의견에 맞춰 모든 일을 해결해 준다. 그레이의 적응기가 끝난 이후, 그레이는 스템과 함께 아내를 죽인 일당들을 찾아 나선다. 실제로 이 영화의 전개 내내 그레이는 아날로그의 신봉자임을 여러 장면에서 드러내고 있다. 그런 그에게 최첨단 디지털 기술이 몸에 장착되어, 그는 아날로그 신봉자로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는 사람이 된다. 


아날로그 기술을 신봉하던 사람들이 실제 현실에서도 많이 있었다. 그들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아날로그 제품을 고집했고, 일부는 아직도 그것을 사용하고 있다. 그들은 과거의 물건들을 쉽게 포기하지 않으며, 디지털로 넘어가면서 어떤 감성적인 느낌을 잃어버린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디지털 기술로 다양한 것들이 자동화가 되어 가는데, 이 자동화에 대한 믿음이 높지 않다. <업그레이드>의 주인공 그레이도 디지털 기술의 자동화를 완벽히 믿지 않는다. 그리고 그 기술에 통제당하는 것을 철저히 경계한다. 



디지털화되는 과정을 긴장감 있게 묘사하는 영화 


하지만 그레이는 영화가 진행되어갈수록 점점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의구심을 지워간다. 실제로 많은 아날로그 주의자들은 실제로 디지털 기술을 접한 이후 점차적으로 디지털에 익숙해져 간다. 어떤 사람들은 그 기술에 신봉자로 바뀌게 되는데, 영화에 등장하는 테러리스트 피스크(베니딕트 하디)와 그 집단이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그들은 아날로그인 그들의 몸에 칩을 이식하고 각종 무기를 이식하여, 인공지능 기술이 그들의 행동을 이끌어가게 만든다. 그들의 우두머리인 피스크는 그 기술을 이용하여 주인공 그레이의 아내를 죽이고, 그레이와 전투를 벌인다. 그 전투는 실제로 인공지능과 인공지능의 싸움이다. 아날로그인 인간은 의식 내부에 있을 뿐 그들을 조정하는 건 인공지능이다. 그 치열하고 승부를 가를 수 없는 전투에서 변수를 주는 건 예상할 수 없는 인간의 행동이다. 


영화 내내 그레이는 디지털 기술과 싸운다. 인공지능과 끝까지 자신의 몸을 통제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심지어 죽은 그의 아내가 가진 직업도 디지털 자동차와 관련된 것이어서 아내와의 대화에서도 장난스럽게 디지털 기술의 가능성을 낮추는 등 논쟁을 벌인다. 그가 그 자신의 몸을 통제하려고 많은 노력을 하지만 그는 결국 실패한다. 결국 그도 디지털 기능이 주는 달콤한 맛에 도취되고 만다. 영화의 후반부에는 그와 인공지능이 그레이의 몸을 차지하기 위한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하지만 결국 그레이도 디지털화되어버리고 만다.  



현재도 무수하게 개발되고 있는 디지털 기술들을 우리는 아무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고 사용한다. 그 사용 편리성에 도취되어 우리는 더욱더 그 기술을 신봉한다. 아직은 우리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지만 언젠가는 그 주도권은 인공지능이나 기타 디지털 기기로 넘겨줄지도 모른다. 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화되는 과정과 결국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잡아먹는 과정을 영화 <업그레이드>는 매우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있다. 


영화 <업그레이드>에는 이런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결합을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잡아먹어버리는 형국을 스릴 있게 담고 있다. 이 영화의 액션 장면은 주인공 몸의 시점에서 보여지는데, 그의 몸이 뒤집어 지거나 공격받아 날아가면 그 장면 그대로 카메라를 회전시켜 몰입감을 준다. 많은 액션 장면이 나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카메라 효과로 순간적인 긴장감을 유발해 관객의 시선을 끈다. 주로 공포영화의 각본이나 연출을 했던 감독 리 워넬은 이번 영화로 액션 장르에도 소질이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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