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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빗구미 Sep 13. 2018

보이지 않는 미래를 쟁취하기 위한 암투

-명당(2018)

브런치 무비패스 시사회에서 먼저 관람하였습니다  



미래의 불운을 피하기 위해 과거부터 이용된 역학


인간은 먼 옛날부터 불운을 피하고 길운을 받으려고 애썼다. 좋은 관상을 찾아 좋은 사람을 찾아 부리고 좋은 명당을 찾아 후대까지 편안한 터를 알아보러 다녔다. 현대까지 많은 사람들은 관상이나 사주, 명당 등의 역학에 관심이 많다.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이런 비과학적인 힘을 더욱 찾게 만든다. 이런 역학의 힘은 안 좋은 시기엔 더 조심하게 만들고 좋은 시기는 더욱 앞으로 치고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순간을 만든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은 미래의 목소리를 찾아 나선다.


영화 <관상>(2013) 은 실제 역사적 사실 사이에 허구의 이야기를 끼워 넣어 사실감을 극대화시킨 사극이었다. 관상에 대한 부분을 각 인물 사이사이에 배치하여 주인공 내경(송강호)이 겪게 되는 역사적 사건들을 흥미롭게 풀어놨다. 이야기 자체도 흥미 있었지만 무엇보다 송강호, 이정재, 백윤식, 김혜수 등 쟁쟁한 배우들의 연기가 그 이야기에 힘을 불어넣었다. 그 해 913만 명이나 되는 많은 관객이 그 영화를 관람했다.



역사적 사실 사이에 허구를 끼워 넣은 사극


이번에 개봉을 앞두고 있는 <명당>은 풍수지리를 역사적 사실 사이에 끼워 넣은 사극이다. 자연스럽게 <관상>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이 영화의 배우들도 쟁쟁하다. 조승우, 지성, 백윤식, 김성균 등 연기를 잘한다는 배우들이 나와 극의 이야기에 사실감을 더한다.


<명당>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은 박재상(조승우)이다. 풍수지리 전문가인 그는 죽은 선왕의 묘자리가 좋지 않다는 반론을 제시한 이유로 장동김씨 김좌근(백윤식)에게 아내와 자식을 잃게 된다. 그의 비극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13년의 시간을 지나 박재상이 왕가의 다툼 속으로 서서히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숨가쁘게 보여준다.



영화 속 명당자리는 현재를 변화시키는 마법을 가진 보물


영화 속 그 시기는 풍수지리에 대한 믿음이 강한 시기였고, 조상 묘자리의 위치가 고위 관직자나 왕에게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다. 또한 일반 백성 사이에서도 좋은 자리를 택하면 모든 일이 좋은 방향으로 바뀐다고 믿었다. 실제 박재상도 자신의 풍수지리 지식을 활용하여 시장의 구조를 재배치하거나 집안 구조의 재배치로 상황이 긍정적으로 바뀌게 만든다. 이것이 정말 명당의 효과였을까. 영화는 이야기 속에서 그렇다고 계속 이야기한다. 명당자리는 이 영화에서 어떤 숨겨진 보물이나 절대반지와 같은 존재로 믿어지고 좋은 자리에 조상을 묻거나 이장하면 그 효과는 바로 나타난다. 그래서 영화 속 인물들은 명당자리에 심하게 집착한다.


특히 김좌근과 그의 아들 김병기(김성균)의 명당에 대한 집착은 결국 많은 피를 보게 만들고 그들을 권력 위에 군림하게 만든다. 영화는 그들이 가진 야심 혹은 왕권 찬탈에 대한 생각을 명당에 대한 집착으로 보여준다. 김좌근을 연기하는 백윤식이 이빨을 살짝 드러내며 껄껄 웃을 때 그가 가진 욕심이 여실히 드러난다. 또한 흥선군(지성)이 그가 가진 욕심을 드러내는 장면도 좋은 명당자리에 대한 욕심이다. 바보 연기를 하던 그가 그의 아들에게 왕의 태도에 대한 교육을 하던 그 눈빛으로 그는 명당자리를 노린다. 흥선군과 김좌근이 충돌할 때 영화의 긴장감은 극대화된다.



권력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는 풍수지리 전문가 박재상


그들은 모두 명당이 그들 자신의 미래와 후손에게 좋은 기운을 가져올 것이라 믿는다. 그 믿음은 그들이 권력을 쟁취하려고 하는 그 욕심을 정당화시키고 어떤 일도 할 수 있게 만든다. 권력을 향한 그들의 욕심은 나라를 위한 것이 아닌 그들 자신을 위한 것이다. 박재상은 그들 사이에서 그 좋은 자리의 힘이 나라 전체를 위한 것이 되도록 그들을 통제하려 애쓴다. 일종의 균형추로 작용하고자 한 것인데, 영화 내내 강한 힘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린다. 영화의 중반 이후 박재상의 역할은 그가 하려고 하는 아내와 자식에 대한 복수는 휘발되어 버리고, 권력들의 암투 속에 그저 바라보는 역할로 축소되어버리고 만다.


영화는 등장인물들이 보이지 않는 미래를 쟁취하기 위한 암투를 흥미롭게 보여주지만, 명당의 힘을 극대화시켜 모든 인물들이 권력을 잡기 위해 명당에만 집착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 이외의 요소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좋은 명당만 얻는다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 그들의 싸움을 땅따먹기로 보이게 만든다. 실제로는 명당은 어떤 명분과 목적 때문에 이용하고, 다른 여러 가지 정치적인 요소를 이용하여 권력 싸움을 벌였을 것이다.


명당에 집착하는 등장인물들에 생명을 불어넣는 배우들의 열연


영화 <퍼펙트 게임>(2011), <인사동 스캔들>(2009)를 만들었던 박희본 감독이 들고 돌아온 명당은 이야기 자체가 너무 단편적이고, 등장인물들의 명당 중독이 사실감을 떨어뜨린다. 또한 영화 <관상>과 구도가 비슷하고 역학자의 역할이 후반부 너무 축소되는 등 단점이 보이는 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의 백미는 배우들의 호연이고, 이야기 전개를 빠른 호흡 진행시켜 그 단점들을 상쇄시킨다. 등장인물들의 관계와 행동을 쫒아가다 보면 어느덧 상영시간이 훌쩍 지나있을 정도로 몰입감은 높은 편이다. 단, 맨 마지막 에필로그 장면은 너무 끼워 맞춘 느낌이 강해 실소를 자아낸다. 마지막 역사적 사실로 흥선대원군과 장동 김씨 집안의 이야기를 자막으로 보여준 후 바로 엔딩 타이틀이 올라갔다면 더욱 여운이 남는 결말이 되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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