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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빗구미 Sep 16. 2018

시리즈를 무덤으로 이끄는 나쁜 영화

-더 프레데터(2018)




외계 존재에 대한 상상을 바탕으로 한 영화들


지구가 아닌 외부에서 무엇인가가 지구에 나타난다면 어떤 일이 있을까? 과거부터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상상을 해봤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ET>(1982)는 외부에서 등장한 외계 존재에 대해 가장 긍정적으로 묘사한 영화일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선은 부정적으로 묘사되었다. <에이리언>(1987)과 <프레데터>(1987)는 외계의 존재를 두려운 존재로 묘사한 영화들 중 가장 유명한 영화다. 영화 제목부터 침략자의 이름으로 지어졌고,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에이리언과 프레데터의 외모도 인간이 무서워할 정도의 공포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이렇게 극대화된 외계인의 공포는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외계 존재의 공포심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영화 <에어리언>과 <프레데터>


영화 <에이리언> 시리즈는 그 이후로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4편까지 감독을 바꿔 이어지던 시리즈는 현재 1편의 감독인 리들리 스콧이 여전히 후속 편을 만들고 있다. 그만큼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외계 존재다. 반면, <프레데터> 시리즈는 2편까지 정통 시리즈가 이어지다가, 맥이 끊겼다. <에이리언>만큼 사랑받지는 못했지만, 많은 마니아층을 양산했고 몇 편의 <프레데터> 영화가 만들어졌다. 여전히 <에이리언>이 더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공포스러운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프레데터>는 <에이리언>의 경쟁자로 기억된다. 그래서 <에이리언 vs. 프레데터>(2004)같은 영화가 만들어져 주목을 받기도 했다. 



에이리언 캐릭터는 본능에 기반하여 사냥을 하고 인간을 공격하는데 반해, 프레데터의 존재는 극도로 발전한 문명의 기술을 기반으로 우주의 이곳저곳을 사냥하며 다니는 일종의 사냥꾼이다. 어쩌면 자신들의 발전된 기술을 과시하려는 듯한 그들의 문화는 공룡이나 야수 같은 포식자와 닮았다. 그래서 <프레데터> 시리즈 안에는 포식자의 동물적인 야심과 첨단 기술을 동시에 볼 수 있어 매력적이었다. 그 포식자의 사냥에 인간의 초라한 기술로 대립을 해야 했으니, 긴장감은 더 배가 되었다. 


프레데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보이지 않는 신작 <더 프레데터>


영화 <더 프레데터>(2018)는 전편인 1편과 2편의 뒤를 잇는 시리즈로 기획되었다. 아이언맨3(2013)의 감독인 셰인 블랙은 실제로 <프레데터> 1편에 호킨스 역으로 출연했었는데, 그 시리즈의 최신작을 그가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맡았다. 그 이외에 각본을 쓴 짐 토머스나 존 토머스도 과거에 <에이리언 vs. 프레데터2>(2007)의 각본을 쓴 경험이 있다. 다시 말해, 이번 최신작은 프레데터 캐릭터에 애정이 많은 사람들이 만든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영화 <더 프레데터>에는 이들의 애정이 보이지 않는다. 1편과 2편을 계승한다고는 하지만, 과거의 이야기가 스치듯 지나가고 그것을 다루는 부서만 있을 뿐, 전편이 가지고 있던 긴장감이나 서스펜스는 모두 사라져 버렸다. 프레데터 캐릭터의 등급을 나눠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그 마저도 이미 <프레데터스>(2010)에서 본 설정이다. 그리고 그들이 보여주는 최신 기술은 이제는 관객들에게 더 이산 새롭게 느껴지지 않으며, 과거 시리즈와 같은 극도의 공포심을 만들지 못한다. 이 영화를 공포스럽게 만드는 설정 가운데 가장 쉽게 쓰이는 방법이 잔인함의 극대화다. 죽는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은 몸이 잘리고, 내장이 나오는 등 심각하게 훼손되며 죽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과거와 같은 숨 막히는 느낌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영화는 주인공 퀸 맥케나(보이드 홀브룩)이 산속에서 자신의 부대 팀원과 작전을 수행하다가 외계 비행물체의 추락을 목격한 후, 프레데터와 전투를 벌이는 것을 시작으로 전개된다. 산속에서 진행되는 프레데터와의 액션 장면은 1편의 분위기와 비슷해 영화의 기대감을 높인다. 하지만 퀸이 도시로 돌아오면서 정부의 관리인인 윌 트래거(스털링 K. 브라운)에 의해 배척당하게 되고, 결국 프레데터가 연구소를 탈출하여 벌어지는 내용들이 전반적으로 담겼다. 퀸은 윌에 의해 군인들의 정신병원으로 이송되는데, 이때 만나게 되는 정신이상 군인들과 팀을 이뤄 프레데터와 전투를 벌인다. 


액션씬은 볼만 하지만, 불필요한 설정과 캐릭터


 정신이상자들이 프레데터와 전투를 벌이는 액션 장면 자체는 재미있다. 엄청난 화력을 쏟아부어 강력한 외계 존재와 벌이는 전투는 충분히 오락영화로서 충실히 기능한다. 하지만 전개과정에서 등장인물의 가벼운 유머가 던져지고, 의미 없는 대사들이 나옴으로 인해 영화가 지나치게 너무 가벼워졌다. 이런 유머는 전작들과 같이 심각한 분위기를 원하던 관객들에게 비판받을 소지가 크다. 또한 영화에서 분자생물학자로 등장하는 케이시 브래킷(올리비아 문)은 영화 내내 등장한 이유가 없다고 해도 좋을 만큼 없어도 되는 캐릭터다. 그 캐릭터가 분자생물학자일 필요가 전혀 없고, 그 지식이 쓰이지도 않으며, 그저 영화 내내 열심히 총을 쏴댄다. 심지어 그는 군인도 아니다. 



과거 <에이리언 vs. 프레데터>에서도 한쪽은 인간을 도와줬다. 이번 <더 프레데터>에서도 인간을 도와주는 쪽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는 지구에 지구인을 도와주려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만날 때 아주 잔인하게 죽인다. 그렇게 잔인하게 죽이는데 망설임이 없다. 그런 존재가 지구를 도와주러 왔다는 설정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장면은 영화의 맨 마지막 장면일 것이다. 인간을 돕기 위해 온 프레데터가 인간에게 남긴 기술은 자연스럽게 영화 <아이언맨>의 기술을 떠올리게 한다. 감독 셰인 블랙이 <아이언맨 3>의 감독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는 후속 편이 계속 이어질 수 있는 설정을 남기고 싶었겠지만, 이 시리즈가 계속 이어질 수 있는 동력을 완전히 땅에 묻어버렸다. 



프레데터 시리즈로 인정하고 싶지 않을 만큼 실패한 영화


이 영화는 과거의 <프레데터> 시리즈가 왜 성공했는지를 잃어버리고, 완전히 다른 영화를 만들어버렸다. 과거의 <프레데터>는 압도적인 기술과 힘을 가진 초월적 존재와 인간의 대결을 긴장감 있게 그렸었다. 프레데터와 대결하기 위해 인간 캐릭터들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모두 쏟아부어야 했다. 그런 절실함에 많은 관객들이 가슴 졸이며 주인공을 응원했다. 심지어 2010년이 실패한 후속작 <프레데터스>에서 조차 그런 설정이 그대로 계승되어 있다. 하지만 <더 프레데터>에는 이런 절실함이 없다. 그저 가볍게 상황을 만들고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물론 프레데터 캐릭터들의 디자인은 멋있다. 외모상으로, 기술적으로 압도감을 준다. 하지만 매우 멍청하다. 그들은 그저 인간들에게 당하는 동물로 전락했을 뿐이다. 이런 모든 점들을 고려할 때, 이 영화는 프레데터의 진정한 속편이라고 할 수 없다. 이 영화는 프레데터와 상관없이 그저 킬링타임용으로 소비되는 또 다른 오락영화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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