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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빗구미 Sep 23. 2018

양만춘의 리더십을 실감나는 전투에 담다

-<안시성>(2018)


여전히 부족한 한국 영웅 이야기의 영화화


우리나라의 영웅을 떠올려 보라고 하면, 이순신 장군이라는 대답이 제일 먼저 나올 것이다. 그 다음은? 김구, 안중근, 윤봉길 등의 항일 독립 운동가를 제외한다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인물이 많지 않다. 을지문덕 장군이나, 강감찬 장군, 계백 장군, 김유신 장군 등 몇몇 인물들이 떠오르긴 하지만 그 인물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한국영화는 많지 않다.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의 역사 속에는 그래도 다양한 인물들이 있고, 영웅들이 있다. 이미 미국이나 유럽, 중국 등의 나라에서는 자신들의 영웅을 바탕으로 많은 역사 영화들을 만들어냈었다. 몇 번이나 영화화된 <킹 아더>(2004)는 대표적인 유럽의 영웅이고, 중국 소설 <삼국지> 의 이야기도 여러 번 영화화 되어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었다.


최근에 한국에서도 과거의 영웅들에 대한 영화가 하나 둘 만들어지고 있다. 영화 <명량>(2014)은 대표적인 한국 영웅 영화였다. 개봉한 그해 1,761만명을 동원했고 이 흥행 기록은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영웅에 대한 이야기를 궁금해했다. 그동안 이런 과거의 한국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다루어지지 않은 것은 그만큼 많은 제작비가 동원되고, 영화 제작의 기술적인 문제가 고려되어 제작이 어려웠었다.


고구려 성주, 양만춘의 리더십을 들려주는 영화 <안시성>


이번 추석 연휴에 개봉한 영화 <안시성>은 고구려의 성주 양만춘(조인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실 양만춘이라는 고구려 성주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진 정보가 없다. 그래서 그동안 다양한 사극 드라마나, 소설에서 그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는데, 대부분은 당 태종(박성웅)의 침략을 물리친 안시성 전투에 관한 내용이었다. 영화 <안시성>도 안시성 전투에 집중하면서, 그가 가진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영화는 고구려 태학고 수장인 사물(남주혁)의 관점으로 영화를 이끌어가는데, 사물의 관점은 곧 관객의 관점과 같다. 양만춘이라는 성주에 대해 아무 정보없이 시작하는 영화는 이야이의 후반부로 갈 수록 양만춘 이라는 인물에 대한 호감을 끌어올린다.


좋은 리더란 무엇일까. 각 시대마다 그 시대가 원하는 리더의 형태는 다를 것이다. 어떤 시기는 카리스마형 리더가 필요하기도 하고, 어떤 시기는 세심한 리더가 필요하기도 하다. 그저 작은 성주였던 양만춘은 어떤 리더십을 가진 영웅이었던 것일까. 영화는 그의 리더십을 세심하고 감성적인 리더로 설명하고 있다. 대표적인 장면이 당 태종과의 전투 직전에 한 가정에 방문해 출산을 축하하는 장면일 것이다. 그들과 함께 기뻐하고 아이와 눈을 맞추며 대화하는 그 표정에서 그가 어떤 성주였고, 어떤 생각으로 안시성을 다르렸는지를 알 수 있는 장면이다.

등장인물 사물의 시선으로 양만춘의 리더십을 조망하다


또 다른 장면은 양만춘이 사물을 대하는 모습이다. 사물은 사실 양만춘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연개소문(유오성)이 보낸 암살자다. 하지만 안시성 사람들에게 진심을 다하는 모습과 전투가 끝난 후에 죽여도 늦지 않는다는 말로 사물의 마음을 돌리게 만든다. 사물은 그런 양만춘의 모습에서 진정성을 느끼고 그것이 진정 고구려를 위한 것임을 알게된다. 영화 <안시성>은 양만춘의 모습과 별개로 사물이 그를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양만춘의 리더십을 더욱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양만춘의 주변에는 추수지(배성우), 풍(박병은), 활보(오대환), 파소(엄태구), 백하(설현) 등의 부하들이 있고, 그들은 성주에 충성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는 부하들에게 카리스마있는 모습을 보이기 보다는 감성적인 면을 보듬고 챙겨주면서 결국 그들의 마음을 끌고온다. 그 행동 자체가 결국 주변 사람들을 하나로 모은다.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성벽에서 벌어지는 전투 장면이다. 당 태종이 끌고온 20만 대군을 실감나게 보여주고, 전투에 활용되는 투석기 등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 네 번 정도 반복되는 전투가 각기 다른 매력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역동적으로 슬로우 모션이 섞여있는 카메라 워크를 통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액션이 어떤 것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스피디한 속도감도 놓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양만춘, 즉 배우 조인성이 보여주는 액션 장면은 관객들에게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그가 당 태종에게 일격의 활 시위를 쏘는 순간의 통쾌함은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또한 전투에서 그는 부하들을 다그치는 액션 보다는 부하를 보호하고, 전체 집단의 단합을 이끌어내는데 더 힘을 쏟는다.


이 영화의 최대 강점은 실감나는 성벽 전투


비록 중앙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던 리더였지만, 그가 이끌었던 안시성에서 그는 최고의 리더로 인정 받는다. 어쩌면 2018년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가 어떤 타입인지를 영화가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어쨌든 리더는 내부적으로 누군가와는 대립을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가 일반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는 리더라면 그는 조직을 더욱 단합시키고 위기를 돌파하게 만들수 있을 것이다. 영화 <안시성>은 가장 이상적인 성주 양만춘의 리더십을 통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야기가 훌륭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양만춘의 주변 인물들 중 기능적으로 활용되는 인물들이 많아 그들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기는 어렵다. 그래서 전투장면을 제외하면 이야기가 너무 산만하게 보인다. 하지만 역사적 전투인 안시성 전투를 사실감있게 역동적으로 연출한 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가치가 충분하다. 지금까지 등장한 한국사극 영화의 전투 장면 중에서 가장 훌륭한 결과물이다. 이제는 우리도 우리만의 영웅 이야기를 같이 들어볼 때가 되었다. 우리에게도 좋은 리더십의 영웅이 여전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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