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 잔에 드러내는 나만의 개성

by 레빗구미

소주 한 잔을 따르고, 잔을 부딪히고 마시고. 또 한 잔을 따르고 마시고. 오늘도 시원한 야외에서 또 한 잔을 기울인다. 술이란 왜 이렇게 정신을 놓게 하는걸까. 서로 인사도 안하고 어색했던 사이가 술이 들어가면 편하게 말을 하게 된다. 내가 왕년에 말이야. 하고 자신의 과거를 술술 이야기 하고. 혹시 이 영화 좋아하세요. 하고 취향을 고백하기도 한다.


어쩌면 술자리는 자기 취향을 설파하는 자리인지도 모른다. 혹시 낚시 해봤어요. 내가 대어를 낚았는데.. 이때는 무슨 고기를 잡으면 그냥 올라와요. 난 영화를 보는데 이런 영화사 좋아요. 한바탕 자신의 취향을 일장연설을 하고 나면, 누군가 그걸 받아 이야기한다.


자, 술 한 잔 하시죠!


술의 힘을 빌려 취향도 이야기하고 연애 이야기도 하고 가족 이야기도 한다. 다양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느새 상대방과 어떤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한 사람 한 사암 친해지다보면 다양한 경험들을 귀로 듣게 된다. 그렇게 들은 그 경험들이 내것이 되기도 하고 그냥 지나가는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직장생활의 어려움을 이야기 할 때, 누군가는 들어주고 누군가는 자기 경험을 들려준다. 그래서 늘 고민한다. 술이 마시고 싶을 때 오늘은 듣는 친구와 마실까. 말하는 친구와 마실까. 에이 모르겠다. 다 부르자.



늘 생각한다. 많은 술자리에 가고 싶다고. 많은 사람의 경험을 듣고 내 경험도 말하고 싶다고. 여느 술집을 지날때 들려오는 사람들의 웃음 소리를 들으면 나도 그 옆에 앉아서 같이 웃고 싶을 때가 있다. 그만큼 사람이 그리운건가. 하지만 그런 사람의 기운에서 어느 순간 멀어지고 싶을 때가 있다. 응? 가까이 하고 싶다가도 멀리 있고 싶다고! 그렇다. 그럴 때도 있고 이럴 때도 있다. 내가 필요할 때만 사람을 찾는 건 아닌가. 아니 사람은 누구나 필요할 때 다른 사람을 찾는다. 그리고 다른 친구가 자기를 찾는다면 그 자리에도 가게된다. 나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내가 그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즐거움을 기꺼이 느낄 수 있으니까.


오늘도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회사 이야기, 낚시 이야기, 취미 이야기, 육아 이야기, 아이 이름 짓기 등등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가 던져지던 술자리는 두 시간 만에 끝난다. 즐겁기 않아서일까. 날씨가 추워서일까. 피곤해서일까. 다들 서둘러 집으로 향한다. 죄송한데.. 3... 3차 어떠세요! 그 말은 차마 나오지 않는다. 뭔가 응가하다 급히 나온 기분이다. 이런 아쉬움이 드는 건 내 이야기를 많이 못해서 일 것 같다.


니 얘기도 해봐. 가만히 있지말구. 니 생각도 궁금한데...


멍하니 있으면 누군가는 이렇게 물어온다. 내 생각은 어떤지 그럼 또 대답한다. 한참을 그렇게 주고받다 보면 어떤 만족감이 채워진다. 결국 내 이야기를 해야 맞춰지는 퍼즐이다. 술자리에서 한참 이야기를 하다보면 말을 주고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주고 받아야 더 재미있게 이야기 하게 되고 지루하지 않다. 어쩌면 술을 빌려 말하게 되는 그런 자리가 개개인의 다른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자리 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너무 내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한다. 특히나 개성넘치는 대학생활을 마치고 접하게 되는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개개인의 성향은 무시되고 획일화되는 자신을 계속 보게 된다. 그걸 느낄 때 즘이면 이미 늦었다. 가끔씩 술자리에서나 자신을 드러내지만,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면 그 개성은 획일화에 자취를 감춘다. 술자리에서 그렇게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던 사람들은 일할 땐 왜 개성을 감춰버릴까. 그 개성이라는 건 예술인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걸까.


어느 순간 개성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있다. 엑셀을 남들과 다르게 구사하고, 파워포인트를 예술적으로 만들고, 프리젠테이션을 아주 능숙하게 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개성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술자리에서 그 개성을 확연히 드러낸다. 자유롭게 느껴지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술자리에서도 재미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잘 들어준다. 결국 그 개성이라는 것도 다른 사람과 어떤 소통을 하느냐가 결정짓는 것 같다. 결국 그걸 개성이라고 해주는것도 다른 사람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나만의 개성을 분출하려고 해야한다. 남들이 알지 못해도 내가 믿는 개성을 계속 분출하는 것. 그것이 투명색이라고 해도 그게 내 개성이라고. 내 특성이라고 말하며 남들에게 떠들어 댈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술의 힘을 빌려 이야기하면 어떤가. 그렇게 나 자신을 드러내다보면 그게 진정한 내 개성이 된다. 그래서 오늘도 술 한잔 하며 관종이 되어본다. 나 글써요. 좀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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