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세상에서 관종으로 살기

by 레빗구미


오늘도 페이스북에 접속해서 다른 사람의 글에 좋아요를 누른다. 내가 올린 글의 좋아요를 몇 명이나 눌렀는지 확인한다. 사실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이다. 그저 습관적으로 그곳에 접속해서 여러 글들을 본다. 이런 습관이 언제 부터였더라. 아마도 대학교 시절 싸이월드가 한참 유행하던 그때 였던 것 같다. 내 친구가 몇 명인지, 오늘은 몇 명이나 내 홈페이지에 방문했는지 늘 신경썼다. 그러다 내 사연이 싸이월드 메인 페이지에 떴을 때면, 엄청난 방명록 글이 등록되었었다. 어쩌면 오프라인에서 받고 싶었던 관심을 온라인을 통해서라도 받아보려고 했던 것 같다.


온라인이라는 공간은 참 신기한 공간이다. 말없고 별 생각이 없어 보인는 사람도 온라인에서는 반짝반짝 빛이 나는 사람같아 보인다. 하늘의 무수한 별들 가운데서도 더 밝게 빛나는 신성처럼 그 사람을 더 돋보이게 하고, 나 자신도 그런 신성으로 거듭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노력이 필요하다. 늘 그곳에 접속해 신경을 써야하고, 뭔가 새로운 것을 자주 업로드 해야한다. 사진을 찍었다면 사진 편집도 또 하나의 일이다. 그만큼 시간을 많이 써야하는 일이다.


야 너 싸이월드 메인에 떴더라


대학원 시절 한참 재미있는 술자리를 하고 있던 어느 날, 전화한 친구가 그렇게 이야기 했다. 술기운에 심하게 헤롱대던 그때, 잠시 정신을 좀 차리고 접속을 해보니 정말 메인에 내 사진이 떠있다. 기분이 좋았다. 내가 유명인이 된 것만 같은 느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여러 통의 전화와 문자를 받았다. 술기운에 헤롱대면서 또다른 달콤한 술을 마신 것처럼 정신이 더 몽롱해졌다. 기분이 너무 좋았던 그 날. 난 택시비가 없어 영등포에서 집까지 2시간을 걸어 갔다. 그래도 날아갈 것 같은 기분으로 소리치며 집을 향했고,, 도착하자마자 쓰러졌다.


다음 날 머리가 너무 아팠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두통이어서 한참을 침대에서 천장만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다 싸이월드 생각이 났다. 얼른 일어나 접속을 한다. 조회수도, 방명록 글 수도 상상을 초월한 숫자였다. 오 이런게 유명해 진다는 건가. 완전 대박인데. 혼자 웃음을 지으며 그 상황을 즐겼다. 내가 알지 못하는 무수한 많은 사람들이 게시판이나 방명록에 댓글을 달았다.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주욱 글들을 보다 보니 좋은 글들도 있지만 악플도 많았다. 아마 그때가 내가 어떤 평가를 받았던 때 였던것 같다. 불특정 다수가 나의 외모, 나의 사진, 나의 행동을 평가하며 댓글을 단다. 한참을 보고나서야 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나를 알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날 이렇게 평가할까. 결국 난 이렇게 살면 안되는 존재였던거야. 왜 사연을 올렸을까. 나는 역시나 바보네. 몇 시간 후에는 부정적인 생각들이 두통과 함께 머리를 맴돌았다. 꽤나 아프고 심리적으로 위축된 날이었다.


그렇게 최고의 날을 만들어 주었던 온라인 상의 이벤트는 금방 최악의 날을 만들어줬다. 주목받길 원했던 그 마음은 괜히 시도했다는 후회로 가득찼다. 나의 행동에 대해, 나에 대해 세상이 분노하는 것만 같은 느낌. 그때는 그렇게 기억된다. 신성으로 떠올랐지만, 별똥별로 금방 떨어졌던 날. 나는 그 이후로 싸이월드에서 점차 멀어졌다.


넌 왜 페이스북 안해? 관종이면 어때? 하고싶으면 하는 거지.



온라인 세상은 떨어지기 쉽지 않다. 누군가 페이스북을 권했다. 다시 가입을 하고 로그인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싸이월드 처럼 자신만의 공간에 자신의 이야기와 사연을 올린다. 가입하고 가끔씩 사진이나 글을 올렸지만 특별히 반응은 없다. 그냥 편하게 하려고 했다. 하지만 얼마 시간이 지나고 난 후, 관심받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나타났다. 누군가 그랬다. 관심종자면 좀 어떠냐고. 관심받고 싶은 욕구는 누구나 있는거 아니냐며. 맞다. 누구나 관심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래서 소셜 네트워크에 그렇게 목메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과거와 같이 큰 이벤트를 해서 유명해지고 싶지는 않다. 그저 내 일상을 공유하고, 내 글들을 다른 사람이 읽을 수 있게 공유하는 공간이 필요하다. 그 공간에서 누군가는 좋다면 좋아요를 누를 것이고, 누군가는 그냥 스쳐 스크롤을 올릴 것이다. 그건 개인의 선택이다. 무조건 좋아요를 누를 의무는 당연히 없다. 당연히 좋아요를 받을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관점에서 좋아요가 많은 글들을 보면 사람들이 어떤 글에 더 관심이 있는지가 살며시 보인다.


그냥 좋아요의 숫자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아무 의미없는 좋아요도 누르지 않는다. 정말 좋은 사진과 좋은 글들에 좋아요를 누른다. 그런 판단 속에 좋아요를 누르면 더 가치가 있을 것 같다. 내 좋아요의 무게는 그래도 꽤 무겁지 않을까. 무심하게 지나가야 상처받지 않는다. 글을 공유하고 좋아요 숫자를 보고, 어쩌면 나는 조금 이성적인 관종이 된 것일까? 무슨 관종이건, 관종이면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