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가만히 쳐다보며 하루를 보냈다. 파란 가을하늘이 정말 투명하게 보인다. 왠지 여름의 막바지가 되면 가을의 맛이 느껴지는 것 같다. 뭔가 상큼한 듯 달콤한 느낌. 더운 기운이 서서히 사라지고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하늘도 투명하게 바뀌어간다. 늘 가을의 입구에서 느껴지는 그 특유의 느낌이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가을이라는 계절을 특별하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가을이라고 별거 없는데, 똑같이 먹고, 자고, 마시고, 공부하고, 일하고. 다를게 없다. 단지 기온과 바람만 바뀌었을 뿐. 이런 가을의 초입에 하늘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이 잘 간다. 그 깨끗한 모습 때문에 더 그렇게 바라보고 있게 되는건가. 한 편으론 여름을 보내야한다는 것에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여름에 겪었던 많은 일들, 엄청난 무더위, 그 속에서도 일하기 위해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들.
우리는 계속 그 자리에 있는데 계절은 계속 바뀐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환경은 바뀌지만 특별히 개개인의 일이 바뀌는 건 없다. 우리는 농사를 짓지 않기 때문에 하는 일이 비슷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사이클 속에서도 가을은 뭔가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특히나 김광석의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를 많이 듣게 된다. 제목에 가을이 들어가기도 하고, 가을에 들으면 더 아릿한 무언가가 마음을 파고든다. 가을 하늘은 맑은 하늘이 많은데 왜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야할까. 맑은 가을 하늘도 보기 좋지만, 흐린 가을 하늘이라면 뭔가 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주윤발 마냥 버버리 코트를 입고 입에 성냥개비를 물고 있으면 혼자 영웅본색이라도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그 노래로 시작한 음악 듣기는 김광석의 모든 노래로 번져 종일 그의 노래를 들으며 또 하루를 보낸다. 가을은 왜 이렇게 다른 느낌일까.
점점 나이가 먹어갈수록 가을 이라는 계절은 외로움을 타기 좋은 계절인 것 같다. 꼬마 때는 모르다가, 한 살 한 살 먹어가면, 점점 가을의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아니 늙어가기 때문에 스스로 만들어내는걸까.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외로움을 느끼는 걸까. 왜 사람들은 점점 외로움을 더 많이 느끼게 될까. 어쩌면 나이 들어가면서 서서히 줄어드는 인간관계때문일수도 있고,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유독 가을에 외로움을 달랠 누군가를 만들려는 본능이 발현한 것일수도 있다.
가을엔 먹어야지, 전어, 대하, 이거 다 먹고 가을을 보내자
어느 친구가 전화가 와서는 마침 제철이 다가오는 전어나 새우를 먹으러가자고 한다. 가을은 외로움을 탄다고 하는데, 외로워서 배부르게 먹고 외로움을 잊는 건가. 참 가을 하늘 보며 쓸데 없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 파아란 하늘을 보면서 접시 가득히 담긴 전어를 떠올리고 노릇노릇 구워지는 대하를 떠올린다. 언제부터 사람들은 가을에 이걸 먹기 시작했을까. 많은 사람들이 멀리까지 가서 이런 제철 음식들을 먹는 것도 어쩌면 그 외로움을 달랠 포만감을 얻기 위해서 일지 모른다.
열심히 가을하늘에 편지를 쓰고, 제철 음식을 먹고 가만히 하늘을 보다보면 어느 덧 겨울이 찾아온다. 그 겨울이 오기전에, 가을의 외로움을 만끽하고 작은 포만감으로 그 외로움을 달래면 가을을 잘 보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도 김광석의 노래를 부르며 가을의 문을 열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