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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빗구미 Oct 03. 2018

외계 존재와 인간의 공생으로 탄생한 안티 히어로

-<베놈>(2018)



영화 <업그레이드>의 생물학적 버전, <베놈>


다른 존재가 우리의 몸을 좀 더 진보적인 존재로 살게 해준다면 우리는 그것과 같이 살아갈 수 있을까. 이 화두는 얼마 전에 개봉한 영화 <업그레이드>(2018)에서 먼저 제시되었던 질문이다. <업그레이드>에서는 AI가 인간을 통제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SF 액션의 틀 안에서 보여주었다. 영화 속 주인공은 결국 AI의 통제를 받아들이고 몸에 대한 주도권을 잃는다. 일련의 과정을 보여주며 AI가 발전하고 있는 현 시기에 적절한 화두를 던져주었고 과연 우리가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데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이번에 개봉한 영화 <베놈>(2018)은 AI를 외계 존재로 바꾼 이야기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에디 브록(톰 하디)은 외계 존재의 숙주가 되어 혼란의 시기를 맞는다. 이 영화는 다른 존재가 인간을 통제한다는 측면에서 영화 <업그레이드>의 화두와 비슷하지만, 여기에 정신적인 측면을 좀 더 부각하여 에디에게 좀 더 선택권을 줬다. 베놈이라는 존재는 외계의 존재이고, 숙주가 있어야 살아갈 수 있는 일종의 기생충 같은 존재다. 동물이나 인간을 숙주로 삼아 자신을 발전시키고, 삶을 살아간다는 측면에서 영화 <인베이젼>(2007)이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베놈> 이 다른 영화들과 다른 것은 한쪽이 주도하는 위치가 아니라 서로 공생하는 관계라는 것이다.



심비오트에 감염된 에디 브록의 이야기


외계 존재를 가지고 돌아오던 비행선이 추락하면서 시작하는 영화는 외계 존재인 심비오트를 전면에 내세워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다. 이미 이 심비오트를 과거의 <스파이더맨 3>(2007)에서 다뤄진 적이 있다. 원래 스파이더맨 원작 시리즈의 주요 악당 중 하나인 베놈을 안티 히어로로 재포장하여 단독 영화를 만들어냈다. 


에디 브록의 직업은 기자다. 다른 기자에 비해 좀 튀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열정이 있고, 감춰진 진실을 추적하여 레포팅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가 뜻하지 않게 회사에서 해고당하고 연인 앤 웨잉(미셸 윌리암스)과 헤어지면서 일종의 정신적 공황 상태를 맞게 되는데,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에 우연히 심비오트에 감염되어 몸에 침입한 강력한 존재와 주도권 싸움을 한다. 


심비오트 베놈과 에디 브록의 공생으로 탄생한 안티 히어로


심비오트는 인간의 몸이 있어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존재도, 에디는 심비오트가 주는 육체적 능력을 이용해야만 라이프 파운데이션이라는 제약회사의 만행을 막을 수 있다. 대부분의 위기 장면에서 심비오트, 즉 베놈이라는 존재가 에디를 조정하게 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에디가 다시 주도권을 찾는다. 영화는 그가 왜 다른 인간들과 다르게 심비오트와 교류하고 주도권 싸움을 할 수 있는지 특별히 설명하지 않는다. 단지 에디에게 숙주 하는 베놈이 다른 심비오트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밝힐 뿐이다.  



베놈은 에디의 정신적인 피폐함을 육체적인 우월함으로 메워 주게 되고, 그들의 주도권 싸움은 쉽게 마무리된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 공생하는 관계로 거듭난다. 하지만 베놈은 에디의 몸에서 언제든 벗어날 수 있고, 조정도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공생관계가 얼마나 오래갈지 알 수가 없다. 서로 깊이 신뢰할 수 없다는 것, 이것이 영화의 긴장감을 유발하는 하나의 요소로 작동한다. 


심비오트의 특징을 이용한 액션 시퀀스의 향연


영화에 등장하는 제약회사의 이름이 라이프 파운데이션인 것은 작년에 개봉했던 영화 <라이프>(2016)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 영화도 제작사가 소니였고, 외계 존재가 지구로 향하며 결말을 맺는데, 마치 영화 <베놈>이 영화 <라이프>의 후속편 같은 느낌도 들어 흥미를 더한다. 또한 에디가 베놈의 조정을 통해 벌이는 액션 시퀀스들은 박진감이 넘치고 흥미롭다. 무엇보다 과거 <스파이더맨 3>에서 보여줬던 심비오트의 CG가 더욱 사실감 있게 묘사되어 영화의 후반부는 꽤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베놈과 또 다른 심비오트가 서로 싸우는 하이라이트 장면은 심비오트의 특성을 잘 살려 다양한 시퀀스를 보여준다. 



에디는 결국 베놈을 받아들이고, 그에게 대다수의 착한 사람은 건드리지 말자는 일종의 협정을 맺는다. 하지만 이 협정이 어느 정도 지켜질지는 알 수 없다. 베놈이라는 캐릭터는 안티 히어로다. 다시 말해 히어로가 아닌 나약하거나 사악한 존재다. 에디가 결국 진보한 존재가 되었는지는 이 영화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육체적인 능력은 진보를 이뤘으나, 정신적으로 여전히 에디는 성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향후 이 시리즈가 계속된다면 에디와 베놈의 주도권 싸움이 여전히 흥미로운 볼거리로 남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배우들의 연기는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다. 에디 브록을 연기한 톰 하디보다는 악역인 칼튼 드레이크 박사 역의 리즈 아메드의 연기가 더 인상적이다. 영화는 본 내용 이후 쿠키영상에서 후속편을 예고하지만 시리즈가 계속될지는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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