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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빗구미 Oct 05. 2018

도와달라고 말하는 아이의 눈빛

-<미쓰백>(2018)




계속 증가하고 있는 아동학대의 실태


내 아이를 때릴 수 있을까. 내가 낳은 아이를 보일러실에 묶어두고 추운 길거리에 얇은 옷 하나만 걸친 채 내보낼 수 있을까. 어떤 부모는 돌이 채 안된 우는 아이를 창고에 방치하여 굶어 죽였다. 또 다른 부모는 화장실에서 아이를 때려죽였다. 그 옆의 부모는 아이를 때렸지만 죽지 않았다. 그들은 이야기한다. 죽을 만큼 때린 건 맞지만 죽지 않았으니 괜찮은 것 아니냐고. 그들의 아이는 고통 속에 신음했지만 부모는 그 아이들 옆에 없었다. 아이들이 고통스럽다고 이야기하면 더욱 모질게 그들을 몰아붙였다. 그래서 아이들은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실제로 아동학대가 이루어지는 가정이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학대피해아동보호 현황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1만 8,700건의 아동학대가 발생했다. 이는 전년 대비 7천여 건이나 상승한 것이고, 2011년 이래로 계속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뿐만 아니라, 우리가 접하게 되는 아동학대 뉴스는 현재 그런 악행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고 이야기해준다. 대중매체에서 나오는 것 말고도 침묵 속에 가려진 아동학대는 꽤 많을 것이다. 영화 <미쓰백>은 아동학대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폭력과 학대의 모습을 생생하고 디테일하게 담았다. 영화는 어릴 적 학대를 받았던 백상아(한지민)와 현재 학대를 당하는 아이 지은(김시아)을 통해 이것이 현재에도 행해지고 있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동학대를 당하고 있는 아이 지은은 실제 사례를 바탕의 인물


지은의 아빠는 친부이고 엄마는 계모다. 계모는 자신의 강아지는 이뻐할지언정 지은에게는 폭력을 행사하고 화장실에 가둬 놓는다. 아빠는 온라인 게임에 빠져 집에서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마우스를 클릭하고 있고, 아이가 방해할 경우 보일러실에 손과 발을 묶어 가둬둔다. 그들은 외부 활동을 할 때 타인들에게 친절하고 사교적으로 행동한다. 아이가 폭력으로 파출소에 가면 경관들은 부모를 불러 주의를 주고 다시 집으로 돌려보낸다. 그리고 학대는 다시 시작된다. 이 등장인물들의 아동학대 모습은 모두 실제 사례가 영화 시나리오에 반영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아동학대 실상이 영화에 그대로 고스란히 담겨 사실감을 준다. 



엄마의 음주와 폭력 이후 엄마에게 버려진 백상아는 청소년기 성폭력에 대항하기 위해 사람을 다치게 하면서 전과를 가지게 되는 인물이다. 엄마에게 버려졌다는 상처와 그가 자신의 삶을 망쳤다는 생각으로 인해 엄마를 증오하지만 그만큼 엄마로부터의 사랑에 대한 결핍을 느낀다. 그가 우연히 집 앞에서 추운 날씨에 서있는 아이 지은을 만나 도와주게 되면서 영화는 백상아가 변해가는 과정을 천천히 조망한다.


타인이지만 모성으로 서로를 지켜주는 두 주인공


사실 그들은 서로 아무 관계도 없는 타인이다. 하지만 그들은 본인들이 가진 몸의 상처들을 보며 동질감을 느낀다. 그 상처를 보고 보듬어 주는 것만으로 백상아는 엄마, 즉 모성을 느끼고 지은 역시 현재 그가 가지지 못한 모성을 느낀다. 서로 느낀 모성은 그들 각자의 엄마로부터 파생된 것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대상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그것으로 인해 그들은 일종의 모녀 관계가 된다. 그 모녀 관계, 모성은 결국 이둘의 연대를 확고히 한다. 그 연대 관계는 모성으로 소외되었던 이들을 연대 함으로써 백상아의 생각을 변화시킨다. 백상아가 가지고 있는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분노는, 지은과의 연대 속에서 엄마에 대한 이해와 슬픔으로 바뀌어 간다.



백상아의 엄마(장영남)는 과거 그의 폭력으로 딸이 상처 입고 누워 있던 한 방구석 똑같은 자리에서 고독사 한다. 알콜 중독 상태였던 그가 백상아를 버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 상황에서 딸을 지키기 위한 최선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백상아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엄마를 따라가고 싶었고 엄마가 마지막에 자신에게 물어봐 주길 바랐다. ‘이런 나라도 같이 갈래?’ 백상아는 그 지은에게 똑같이 묻는다. 그리고 지은은 과거 백상아가 엄마에게 하고 싶었던 대답을 내뱉는다. ‘네 같이 갈래요’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위한 영화


두 주인공이 처음 만나는 포장마차에서 지은은 계모가 자신을 찾아오자 백상아의 약지와 새끼손가락을 잡는다. 그렇게 나누기 시작한 그들의 온기는 월미도 바닷가에서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서로를 지켜주는 존재로 발전한다. 지은은 백상아를 미쓰백 이라고 부른다. 엄마라고 부르지는 않지만, 미쓰백이라는 호칭에는 이미 엄마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지은은 영화 말미에 유사 가족과 생활하게 된다. 형사 장섭(이희준)과 그의 누나(김선영)와 나란히 앉아 밥을 먹는 모습은 인물들이 웃지 않고 대화를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처럼 따뜻한 느낌을 준다. 영화는 보는 내내 관객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울리지만, 결국에는 따뜻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다. 특히 주인공 백상아를 연기하는 한지민의 연기는 그가 그간 출연한 작품 중에서 가장 훌륭하다. 차가운 눈빛에서 지은을 만난 후 따뜻한 눈빛으로 변해가는 백상아, 그리고 모텔 창문 옆에서 오열하는 장면은 그 감정을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시킨다. 아역배우인 김시아도 절망적인 상황 속 아이의 연기를 실감 나게 하고 있으며, 지은의 계모 역할을 맡은 배우 권소현의 연기도 눈에 띈다.  


영화는 백상아가 성장하는 만큼 관객도 성장하게 한다. 우리는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아동학대 가정의 실상을 보고 그들이 어떤 식으로 외부에 도움을 청하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어쩌면 세상의 모든 학대 아동들은 그런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말을 걸어주고, 손을 잡아주고, 안아주고 그 악의 구렁텅이에서 구해주길 바라는 그들은 여전히 어딘가에서 땅을 바라보고 있다. 이제 우리가 그들에게 다가갈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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