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지만 자기 할 일은 하는 공포 영화

-<더 넌>(2018)

by 레빗구미



제임스 완이 만들어낸 <컨저링>(2013)은 최근 공포영화의 트렌드처럼 자리 잡았다. 과거 <엑소시스트>가 관객들에게 충격을 선사했던 것처럼, 제임스 완은 관객이 원하는 충격을 그대로 전달했다. 악령이 씌인 집, 그 집에 살게 되는 가족에게 일어나는 기이한 일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람들로부터 전해 듣는 괴담을 영화로 재구성하여 만들어진 <컨저링>은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 효과적으로 공포감을 전달한다. 어찌 보면 <컨저링>은 <엑소시스트>를 소프트한 버전으로 재해석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퇴마사가 등장해 어딘가 숨어있는 악령과 대결한 다는 점에서 그 뿌리는 <엑소시스트> 임이 분명하다. 영화 <더 넌>은 과거로 돌아가 전쟁 직후 폐쇄된 성스러운 공간으로 끌고 가 괴기스러운 고성의 분위기를 잘 전달한다. 이번 영화의 빌런인 발락은 얼굴이 보이지 않을 때 더 무섭게 느껴지지만, 왠지 누군가 쳐다보고 있을 것 같은 공포감을 잘 전달한다. 주인공 테리사 파미가가 연기하는 수녀는 하얀색 옷을 입었는데, 다른 수녀들과는 차별화되는 인물이라는 것을 색깔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나 아직 수녀가 되지 않았고, 환영을 봄으로써 다른 존재와는 차별화되는 캐릭터다. 영화의 중반 수녀들이 기도하는 공간에서 기도하는 그들을 내려다본 장면에서 주인공만 하얀 옷을 입고 가운데 앉고, 나머지 10명의 수녀가 검은색을 입고 앉아있는 장면은 흑백의 조화를 통해 어떤 의식이 행해지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으며, 그들이 서로 섞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곧 생과 사를 의미하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컨저링 시리즈보다 완성도 측면에서 좋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통 공포 영화로서 이 영화는 자기 할 일을 잘하고 있다. 이야기를 놓친 점은 아쉽지만 공포의 효과적 측면이나 색감 등을 활용한 화면은 좋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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