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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빗구미 Oct 16. 2018

#36. 결혼 후 영주권을 받기까지



아내가 처음 한국에 온 것은 약 7년 전이다.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내는 조금 다른 환경에서 다른 교육을 받고 싶어 한국으로 건너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저 공부를 열심히 해, 관련 회사에 취업을 하고 다시 중국으로 건너가 자신만의 경력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아내의 목표였다. 일반 비자를 이용해 한국에 들어와 취업비자로 바꿔 취업을 하고, 나를 만나 결혼비자로 다시 비자의 종류를 바꿨다. 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상대방에게 주는 영향이 참 큰 것 같다. 


나: 자기가 비자 만기가 언제예요?
아내: 비자 1년에 한 번씩 바꿔야 되는데, 다음 달에 가서 다시 해야 되네요. 
나: 매번 직접 가야 하나요? 출입국 사무소로 가면 되나?
아내: 네 직접 가야 되고, 가서 번호표 뽑아도 되는데 사람이 많아서 한참 기다려야 돼요. 
나: 헉? 사람이 그렇게 많아? 그럼 미리 예약도 되나요?
아내: 네 미리 인터넷에서 예약되는데 시간도 미리 정해야 돼요. 그러면 안기다려도 돼요.
나: 생각보다 복잡하네 이그.
아내: 자기가 인터넷으로 좀 해주세요. 자기가 IT왕이잖아요? 능력자~
나: 엄... 나 잠깐 잘래요. 귀찮아. 
아내:....(등짝 퍽! )


비자는 국가가 외국인의 입국을 허가하는 증명서다. 최근에는 무비자로 갈 수 있는 나라가 많지만, 비자가 있어야 입국할 수 있는 나라가 있다. 중국인은 한국까지 비자를 계속 연장해야 했다. 결혼을 하면서 일반 비자를 결혼비자로 바꾸려고 관련 서류를 알아봤다. 기본적인 인적사항 관련 서류뿐 아니라 서로가 만난 과정까지 세세하게 기록하여 출입국 사무소에 제출해야 한다. 실제 중국에 등록된 출생자료 등을 준비해 와야 하는데, 중국어 버전과 번역하여 공증받은 버전을 같이 내야 해서 굉장히 복잡한 과정이었다. 


결혼비자를 신청하고 나서 거의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했다. 사실 일반 비자로도 큰 불편함 없이 생활하고 있었지만, 결혼비자를 받고 나면 1년에 한 번 받던 재심사를 2년에 한 번 받아도 되었기 때문에 비자를 신청하는데 드는 비용과 시간을 과감히 투자하기로 했다. 


나: 이렇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데 투자한 보람이 있겠죠?
아내: 그럼요. 이렇게 해놓으면 재심사 텀이 길어지니까 편리해요. 신원도 더 확실해지는 것도 있고요. 무엇보다 이게 내가 유부녀라는 증명도 되잖아요.
나: 그런 걸 증명하고 싶어요? 하하하
아내: 그럼요. 나 유부녀야~
나: 그런데 나도 중국에서 오래 거주하면 거주권이 나오나?
아내: 네 중국에서도 중국인과 결혼한 외국 사람한테 발급하는 비자가 있어요. 받기 좀 까다롭고 오래 걸리긴 하지만... 근데 영주권 같은 건 없어요. 


결혼비자를 받고 몇 년 지나지 않아 당근이가 생겼다. 당근이가 세상에 태어나고 별생각 없이 육아에만 전념하다가 아내가 중국에 간 어느 날, 한국 영주권 생각이 났다. 찾아보니 아이가 생겼고 결혼비자 발급 후 몇 년정도가 지나 신청 요건이 되었다. 아내가 한국으로 들어온 이후 아내에게 물어봤다. 



나: 자기가 영주권 신청하면 어때요?
아내: 영주권 받으면 좋은 게 있을까요?
나: 영주권 받으면 비자 갱신을 안 해도 돼요. (최근 영주권도 10년에 한 번씩 갱신해야 되는 것으로 제도가 변경되었다)
아내: 그럼 편하겠네요! 매번 출입국 사무소 안 가도 되고. 근데 자격 조건은 되나요?
나: 당근이가 있고, 자기가 결혼비자받은 지 3년이 지나서 신청 가능해요. 아이가 있으면 한국어 능력 검증도 안 받아도 되네요~
아내: 오 그럼 해보자!!


그렇게 영주권을 신청하기로 하고 서류를 준비해서 신청을 해 두었다. 영주권 심사는 거의 1년이 걸린다. 1년의 심사 기간 동안 법무부에서는 중간중간 추가 필요서류를 더 요청하기도 하고 직접 거주하는 집에 와서 실사를 하기도 한다. 실제로는 1년 반이 조금 넘게 걸린 것 같다. 드디어 영주권을 받게 되었을 때, 왠지 모를 뿌듯한 느낌이 있었다. 긴 과정을 기다려서인지 작은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다. 


나: 드디어 받았네요. 자기는 느낌이 어때요? 
아내: 별 느낌이 없네요. 그냥 아주 긴 또 다른 비자를 받은 느낌?
나: 엥? 겨우 그거예요? 난 좀 뿌듯한 느낌인데. 뭔가 해낸 거 같고.
아내: 나는 이미 내가 받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이런 거 안될 리가 없잖아.
나: 와! 참 긍정적이시네요. 자기가 짱임. 


사실 영주권을 받는다고 해서 특별히 생활이 달라지거나 혜택이 늘어나는 것은 없다. 그래서 아내도 그냥 또 다른 비자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도 한국이 영주권 심사는 꽤 까다롭다고 들었다. 발급이 안될 수도 있는데 당연히 된다고 생각하고 있던 아내는 왜 그렇게 자신이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한국 영주권을 받은 것에 대한 자부심은 없을까? 


아내는 중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이 강하다. 당연하다. 자신의 나라이고, 자신이 자란 나라다. 그 나라를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빨간색의 중국 여권을 들고 해외를 나갈 때, 아내는 가장 자연스럽다. 그래서인지 아내는 한국 국적으로의 귀화는 고려하지 않는다. 귀화를 하려면 하나의 국적을 버려야 한다. 자신의 국적을 선택하는 것을 가족이 강요할 수 없다. 그리고 꼭 귀화를 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것은 이용 가능하다. 오히려 두 나라에서 자연스럽게 받을 수 있는 서류 발급이나 혜택이 줄어든다. 그래서 영주권은 신청하지만 귀화까지는 고려하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이 자주 묻는 질문 중에는 귀화에 관한 것이 많다. 아내가 언제 귀화를 하는지에 관해서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들에게 귀화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귀화를 함으로써 우리가 얻는 이득이 없고, 앞으로 우리가 해외에서 거주하는 경우 귀화는 큰 의미가 없게 된다. 그래서 아내는 영주권으로 한국에 머무를 것이다. 아내는 중국 국적, 나와 당근이는 한국 국적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우리 가족은 두 나라의 제도와 사회에 대해 공유하고 알아가야 한다. 지금도 자주 생각한다. 나중에 당근이가 크면 나와 아내의 국적과 비자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설명해야 할까. 아마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아내가 한국에 와서 나를 만나고 당근이를 만나면서 결국 한국의 영주권을 받았다. 아내는 별일이 아닌 듯 이야기 하지만 어쨌든 반 정도는 한국인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그리고 나 또한 반 정도는 중국인이 되어가는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우리 가족이 중국으로 이주하여 생활할 수도 있다. 그때는 반대 상황이 될 텐데, 만약 중국에도 장기 거주 비자가 있고 그것을 받게 된다면, 나는 굉장히 뿌듯한 감정을 가지게 될 것 같다. 나와 아내는 이렇게 진정한 국제 부부가 되어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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