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수 200명이 된 즈음에...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8개월이 지나간다. 사실 글쓰기를 배운 적은 한 번도 없다. 중고등학교 때는 외우라는 것을 외우고 이해해 수능을 치렀을 뿐, 쓰는 건 배우지 않았다. 대학교에 가서 전공 수업을 들을 때 미약하게나마 배운 것을 기초로 내 의견을 덧 붙이는 글쓰기를 할 수 있었다. 역시 누가 알려준 것은 아니고 전공 서적이나 시험을 준비하면서 공부한 것이 전부다. 외우는 것을 잘 못했으니, 그래도 빈 종이에 아는 내용을 엮어 채워나가는 것이 더 쉬웠다. 그래서 객관식 시험 위주인 과목보다는 주관식 시험 위주인 전공과목들의 성적이 훨씬 좋았다.
사실 책을 많이 읽지는 않는다. 소설책 중심으로 중학교 때부터 이런저런 서적을 읽었는데, 주로 법정 스릴러나 의학 스릴러가 많았다. 그리고 퇴마록이나 삼국지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으며 보냈다. 중간중간 다른 장르의 소설도 많이 봤다. 역시나 대학교, 어른이 되어서도 교양서적보다는 소설이 더 눈에 들어왔다. 가시고기나, 등대지기, 엄마를 부탁해 같은 책을 보며 펑펑 울고 셜록홈스나 다빈치 코드 같은 추리 스릴러 물을 읽으며 박진감을 즐겼다. 어쩌면 그런 소설들을 보고 나만의 감성을 키워 나갔는지 모르겠다.
영화는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당시 비디오 가게에 있던 신작들은 다 빌려보고 B급 영화도 빌려볼 정도로 많은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그게 중학교 시절 무렵이었다. 그렇게 보기 시작한 영화는 지금까지 총 2,418개나 된다. 예전엔 온갖 B급 공포 영화들과 액션 영화들을 굉장히 많이 봤었는데 지금은 시간이 없어 그렇게는 못한다.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건 순전히 영화를 보고 난 후 정리를 해두고자 하는 목적이 컸고, 또한 좀 더 생산적인 일을 해보라는 아내의 권유가 있었다. 막상 브런치에 가입 신청을 하고 합격 통보를 받고 글을 쓰기 시작하니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나왔다. 최소 일주일에 하나의 글을 쓰기로 원칙을 세우고 한 주에 하나씩 보는 신작 영화에 대해 리뷰를 적었다. 사실 활용할 시간이 많지는 않다. 평일 아침에 출근하여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7시 반 즘이 되고, 아이와 놀아주고 씻기고 재우고 나면 9시 반 정도가 된다. 이때부터 12시 정도까지가 자유 시간인 셈인데, 다른 할 일들을 처리하고 나면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은 고작 1시간 남짓이다.
그래서 글을 쓴 후에 퇴고할 시간적 여유가 많이 없다. 12시 넘어까지 글을 수정하고 늦게 자면 다음 날 육아에 지장이 많다. 특히 주말에는 하루 온종일 아이와 외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글을 될 수 있는 한 빨리 쓴다. 다 쓰고 마지막 한 번 읽으며 퇴고를 하고 바로 발행해 버린다. 만약 브런치 무비 패스 같은 시사회가 있는 날이면, 참석한 당일 영화를 보고 오면서 지하철에서 글을 대부분 다 써버 린다. 그렇지 않으면 쓸 시간이 마땅치 않다. 그렇게 매주 몇 번씩 글을 쓰다 보니 어느덧 습관이 되어 밥 10시 즘이 되면 글쓰기 모드로 변하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내 글이 특별하진 않다. 늘 급하게 쓰다 보니 내 글의 색깔이 어떤 것인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최근에 오마이 뉴스에도 같은 영화 리뷰를 송고하면서 기사 등급을 심사받는데, 초반에는 편집부로부터 나만의 색깔이 글에 안 보인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 이후 좀 더 내 생각을 담으려 애썼다. 그러다 보니 좀 더 글의 방향이 명확하게 보이게 된 것 같다. 영화 리뷰가 메인이지만, 내 연애와 결혼 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하나씩 정리하고 있다. 시점도 왔다 갔다 하고, 주제의 깊이도 오락가락하지만, 이렇게 정리 해 두면 나중에 누군가는 내 글을 보고 영감을 받거나 도움을 얻는 경우가 있을 것 같다.
나는 사회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쓰는 글 자체가 조금은 딱딱하고 이성적인 느낌을 가진다. 여기에 어느 정도는 감성적인 접근과 시각을 담으려 노력하고 있다. 사실 쓰고 싶은 글의 느낌은 둥글둥글하고 따뜻한 글이다. 그런 글을 써보려 노력해 보지만, 사실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어쩌면 이렇게 계속 글을 써가며 내 스타일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올해 구독자 수 목표는 10명이었다. 처음에는 누가 내 글을 볼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구독자 수를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쓰자는 다짐을 계속했다. 그런데 카카오의 힘인지 어느덧 구독자수가 200명이 되었다. 카카오 플랫폼에서 다양하게 소소하게 내 글이 소개되고 다양한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스쳐 지나간다. 그러다 내 글들이 마음에 들었던 몇몇 분들이 브런치 구독을 눌렀다. 구독 후에도 어떤 사람을 하나하나 챙겨보고 어떤 사람은 원하는 주제의 글들만 볼 것이다. 어쨌든 고정적으로 내 글을 받아보는 사람이 200명이나 생겼다는 건 좋은 일이다.
10년 후 나도 내 책을 쓰고 출판하는 꿈을 꿔본다. 이제 갓 쓰기 시작한 초보자 입장에서 10년 후는 그리 먼 시점은 아닌 것 같다. 브런치를 둘러보다 보면 글 잘 쓰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다. 사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색깔의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그래서 나도 일주일에 3-4번, 하루 1시간 정도는 글을 쓰며 보낸다. 이렇게 쓰다 보면 언젠가는 진짜 작가라는 소리를 들을 날이 오겠지? 아니 그런 꿈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좋다. 지금 어떤 글을을 어떤 식으로 쓸지 고민하며 자판을 두드리는 내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제 글을 구독해주시는 200명의 구독자분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