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격은 지키면서 일하자

by 레빗구미


사람들은 각자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일괄적인 교육을 받는 중고등 교육을 받고 대학에 가면 각자의 개성을 찾고, 살리기 위해 애쓴다. 거기서 찾은 자신의 성향과 기질을 가지고 취업전선에 뛰어든다. 사회생활에서 만나는 여러 상급자, 팀장, 임원들은 정말 하나하나 다 다른 기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때때로 그런 생활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최근에 상급자의 갑질이 자주 뉴스에 등장한다. 주로 한 기업의 대표나 사장, 회장 등 기업의 꼭대기에 속한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개개인의 특성 따위는 고려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원하는 대로 꼭두각시처럼 해주길 바란다. 아니 어쩌면 노예로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자기들은 월급이란 걸 주는 사람이니까. 돈을 주고 노동력을, 사람을 산다고 생각하니까 더욱 그렇게 대하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높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사무실에서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얼마 전부터 이슈가 된 어느 IT회사의 사장은 사무실에서 직원에게 욕을 하고 소리치고 심지어 때린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모욕을 당하는 동안 주변의 동료들은 그저 책상 앞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함부로 나섰다가 같이 모욕을 당하기 딱 좋다. 그리고 그 날이 마지막 출근 날이 될 수도 있다.


과거에 연구원 생활을 할 때였다. 이직 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연차도 높지 않아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서툴렀다. 팀장은 팀원들에게 많은 압박을 주는 스타일이었다. 그 압박까진 좋은데, 많은 사람들이 있는 사무실에서 고함을 치거나 호통을 치는 것이 압박하는 주요 수단이었다. 모욕적이었지만, 그저 참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 다그침에는 욕설은 없었다. 단지 일에 대한 지시나, 프로젝트가 잘 진행되지 않는 것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내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나에게도, 내 바로 위 직급에게도 호통이 쏟아졌다. 그래서 늘 팀 분위기는 무거웠고, 다들 그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일을 할 뿐이다.


어느 날 제안서 작업을 하고 출력하여 해당 기관에 직접 제출해야 하는 건이 있었다. 한 시간 전까지도 팀장이 시킨 제안서 수정을 하다가 조금 늦게 출발했는데, 결국 길이 막혀 5분이 늦었다. 제안서는 마감시간 이후에 받지 않았다. 담당자를 여러 번 설득했지만 결국 출력한 제안서를 그냥 들고 사무실로 왔다. 그때 어떤 팀장이 내게 말했다.


어휴, 너 오늘 3,000만 원짜리 날린 거야.


머리 속에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겁이 났다. 나는 아직 3,000만 원을 모으지도 못했는데, 회사에서 물어내라고 하면 내가 낼 수 있을까. 회사에 손해를 많이 입힌 걸까. 수만 가지 걱정과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 말은 그대로 상처가 되었다. 내 심리 상태는 더욱 위축되고 있었다.


shame-799097_1920.jpg


그 뒤에는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했다. 하지만 역시나 팀장 눈에는 차지 않았다. 늘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당했고, 자신감을 점점 잃어갔다. 호통을 들었던 어느 날은 회사 계단에 앉아 남동생에게 전화 걸어 펑펑 울었다. 제발 다른 사람 앞에서만 안 그랬으면 좋겠다고, 다른 사람 시선이 너무 무섭다고. 나를 얼마나 바보로 알겠냐며, 한참을 하소연했다. 그러다 그만두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동생은 아주 간단하게 대답했다.


그럼 그냥 그만둬.


나는 팀장에게 그저 일 못하는 일벌레였다. 이직할 때 올려주기로 한 연봉도, 직급도 모두 실현되지 않았다. 회식 때나 회사 행사 때 팀원들이 앞에 나가 춤을 추거나 스타가 되길 바랬다. 그래서 앞에서 노래도 하고 참여도 했다. 그런 날은 행사 이후 화장실에 가서 구토를 했다. 그래도 그건 받아들일 수 있었다. 사무실에서 소리치는 건 정말 나를 내가 아니게 만들었다. 우울한 기분에 죽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정말 그만둬야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 길로 출근하자마자 그만두겠다고 이야기했다.


사회생활 중 가장 내 인격이 폄훼당했던 시기였다. 존중받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뉴스를 보면 그때 생각이 많이 떠오른다. 내 성향과 기질이 다 무시당하고 그저 능력 없던 사람이 되었던 그때. 알고 보니 나는 생각보다는 일도 잘하고, 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잘하는 부분도 있었다. 다 못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나중에 만난 다른 팀장은 나의 그런 장단점을 고려해 업무를 시켰다. 그래서 회사 내에서도 가진 장점을 최대한 발휘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무실 내의 갑질에 아무 소리 못한다. 잘못 참견했다가 자신도 곤경에 처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그런 행동을 회사의 임원이나 사장이 한다면, 더욱더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만약 내가 사무실에서 맞는 사람이라면 당장 그만둘 것 같다. 그 회사에는 절대 다닐 수가 없다. 사원 개개인의 인격을 존중하지 못하는 리더 밑에 있는 것은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각각의 성향이 틀리듯, 리더십의 성향도 틀리다. 만약 회사를 이끌고 있는 리더가 망신, 호통의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면 빨리 떠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계속 그 아래 있으면서 자신의 자존감을 갉아먹는다면, 결국 우울함의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될 것이다. 아무리 돈이나 경력이 소중하다지만 내 인격만큼 소중한 것이 또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글을 쓰며 알아가는 나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