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은 up, 추리는 down
다시 돌아온 김민&서필 콤비
조선명탐정이 결국 3편까지 나왔다. 아주 큰 스케일이거나, 큰 재미를 가지지는 못한 시리즈인데, 캐릭터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연출자인 김석윤 감독은 과거에 ‘올드미스다이어리(2004)’를 TV 에서 연출했고, 영화판까지 연출했다. 그래서 그의 유머감각은 어느정도 대중에게 먹히는 편이다. 과거에 올드미스다이어리 극장판(2005)를 배꼽잡으면서 봤던 기억이 있다. 조선명탐정은 주인공 김민(김명민)과 서필(오달수)의 콤비 플레이를 보여준다. 과거 1편과 2편에서도 쿵짝이 잘 맞았고, 늘 명절 전에 개봉해서 편하게 가족들과 관람하고 싶은 관객들에게 어필했다. 대박은 아니었지만, 중박 정도로 꾸준히 괜찮은 결과를 보여왔다.
이번 3편은 흡혈귀를 등장시켜 좀 더 판타지적인 요소를 받아들이고, 이를 수사하거나 추리하는 방식으로 풀어나간다. 묘령의 여인인 월영(김지원)의 과거를 숨김으로써, 긴장감과 궁금증을 유발하게 하는데, 사실상 이번 3편은 전편들에 비해 여자 주인공의 과거이야기에 좀 더 방점을 찍고 있다. 이게 주객이 전도되어 월영이 더 주인공으로 보이는 것은 어쩌면 이 영화의 가장 큰 약점일 것이다. 김민이 사건을 접하고 수사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우스꽝스러운 행동과 유머는 여전히 사랑스러운 느낌을 주고 웃긴다. 하지만 그것이 반복되어 후반부로 갈수록 유머의 힘이 떨어지고, 후반부의 심각한 부분과도 잘 연결되지 못한다.
무엇보다 주인공 김민이 너무 능력이 없다. 실제로 조선명탐정이라는 그가 수사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 없다. 단지, 다음 살인을 예측하고, 과감하게 범인을 추적하고, 그리고 기절한다. 이 패턴이 영화 내내 반복된다. 그래서 영화를 봐나갈수록 통쾌함 보다는 답답함이 느껴지고, 결말부에 가서도, 어떤 후련함이 없다. 김민의 동료인 서필도 마찬가지다. 그가 가진 능력이 사실 전혀 없어보인다. 또한 월영의 과거와 김민의 과거가 얽히고 섥혀 있는데, 그 과정에서 김민이 특정 누군가를 이해하게 되거나 상대방을 이해시키는 부분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흑도포(이민기)가 주요 빌런으로 등장하는데, 그가 월영에게 쓰는 말투는 조작에 가깝다. 후반부에 비밀이 밝혀지면 말투가 바뀌는데, 그가 전반부에 굳이 그렇게 말투를 바꿔가며 월영에게 말할 필요는 전혀없었다. 천무(김범) 또한 빌런으로 등장하는데, 초반에 굉장한 힘이 있을 것 같은 그는, 흡혈귀에게 아무 해도 가하지 못한다. 전반적으로 이런 인물들은 긴장감을 강제로 만들기 위해 인위적으로 배치되고 행동하는 것처럼 보여, 영화를 다 보고 나면, 허무해진다. 영화가 몇 번의 반전을 거친 후 후반부 클라이막스를 향하게 되는데, 그 때 관람자 입장에서는 누구 편에서 이야기를 봐야하는지 혼란이 온다. 그야말로 관찰자로서의 혼란이 온다.
능력없는 주인공들과 헷갈리는 영화의 중심
영화는 과거의 어떤 쿠데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자기와 다른 편을 이용하여 정권을 취하고 이득을 취하려는 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이는 가볍게 나마 현재 정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담고 있다. 물론 현대는 쿠데타가 일어날 수는 없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어떤 상대를 특정 프레임에 넣어 여론 등으로 그 힘을 뺄 수 있다. 감옥에도 갈 수 있다. 그가 다시 힘을 회복하면, 복수하려고 한다. 결국 복수는 누군가가 멈추지 않으면 계속 반복된다. 조선명탐정은 그 반복되는 역사의 한 순간을 이용하여 영화의 전반적인 복선과 반전을 구성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은 코미디
그 구성의 중심에는 월영이 있는데, 주변부에 김민과 서필이 있다. 이들이 벌이는 슬랩스틱 코미디나 엉뚱한 행동들은 대부분의 관객들이 좋아할 것이다. 전편들과 마찬가지로 깔깔 거리며 보게 만드는 매력은 여전하다. 김민과 서필이 영화 속에서는 허풍이 심하고 무능력해 보이지만, 결국 그들이 쫒고자 하는 건 정의의 실현일 거다. 그런 점은 영화에 확실히 보이며, 후반부 김민이 심각해 지는 순간 그런 부분이 드러난다. 앞서도 말했지만, 이 영화는 월영의 영화다. 그만큼 그녀의 역할이 중요하고, 영화에서 호기심을 자아내는 유일한 부분이다. 영화의 미스테리는 모두 이 캐릭터가 가지고 가기 때문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한 편이다. 김명민과 오달수는 이전편에서 보여줬던 그 힘뺀 연기를 여전히 잘 해내고 있으며, 이 영화에서 특히 돋보이는 배우는 역시 김지원이다. 그녀의 첫 사극 연기인데, 강인한 여성의 연기를 잘 보여주고 있으며, 기억을 잃은 텅빈 모습의 연기도 좋다. 특히 후반부의 감정섞인 장면들은 이 영화에서 감정을 끌고가는 유일한 연기이다.
이번에도 설 명절 직전에 개봉한 이 시리즈가 이번에도 어느 정도 성공한다면, 아마도 4편이 다시 나올 가능성이 크다. 다음 편이 다시 나온다면, 김민과 서필이 뭔가 직접 해결 할 수 있는 능력을 주는 건 어떨까. 그들이 너무 바보가 되어 버리면, 영구와 땡칠이 시리즈와 다를게 뭔지 모르겠다. 조선명탐정이라는 이름과 맞게 그들이 어느 정도 능력이 있는 인물이면 좋겠다. 보는 관객이 그저 웃으려고 이 영화를 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