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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빗구미 Feb 18. 2018

홍콩 느와르 영화의 되새김질

-추룡-Chasing the Dragon(2017)


90년대 홍콩 느와르 영화의 맛을 살린 실화 범죄 영화


 설 연휴를 맞아 처가를 찾았다. 처가는 심천에 있는데, 심천의 극장에는 아직 보고싶은 영화가 개봉 하지 않았다. 블랙팬서는 홍콩에서는 개봉했지만, 중국 본토는 3월 초에나 개봉하는 것으로 나온다. 그래서 추룡(追龙)을 다시 한 번 보았다. 추룡은 지난 추석 때 중화권에서 개봉하여 히트한 영화다. 나는 그 때 마침 대만 여행을 하고 있어서 극장에서 영어 자막으로 상영하는 추룡을 관람했었다. 오랜만에 중국영화를 극장에서 관람한 것인데, 최근 중국/홍콩 영화는 질적으로 매우 낮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접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그 당시 시간을 내서 일부러 이 영화를 관람 했었다.


 과거 90년대 홍콩 영화 중 여락(1991) 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유덕화가 주인공인 여락으로 나오는 영화인데, 여락은 과거에 홍콩에서 실존했던 경찰이다. 홍콩 경찰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인데, 50-70년대까지 홍콩 경찰 내부에서 홍콩의 부정부패를 척결하는데 도움을 준 인물이다. 홍콩에서는 그가 일종의 영웅으로 분류가 되어서, 그를 싫어하는 홍콩사람은 없다. 중국 본토에서도 그 경찰은 매우 유명한 인물이어서 여락 이라는 영화가 개봉 했을 때 큰 흥행을 했었다. 아마도 한국에서 홍콩 영화가 유행하던 90년대 이 시리즈를 본 사람이 꽤 있을 것이다. 그 당시 유덕화는 여락의 신입 경찰 시절을 연기하고 있는데, 정의로운 이미지가 그에게 딱 맞아서 유덕화가 바로 여락이었다.


정의로운 경찰 여락 & 의리 있는 갱단 조세호의 이야기


  그 여락이 영화 추룡의 주인공 중 한 명이다. 배우는 유덕화가 그대로 여락 역할을 하고 있고, 여락의 40대 이후 높은 위치에 올라갔을 때의 이야기이다. 여락도 그랬지만, 추룡도 실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주인공은 오세호(견자단)라는 인물로, 70년대 가장 유명했던 갱단의 두목이다. 그는 1963년에 본토에서 홍콩으로 밀항을하여 구룡에 자리잡고 밑바닥 부터 시작하게 되는데, 그와 여락의 관계가 이 영화의 중심이다. 이 당시 홍콩은 아직 영국 식민지 시기로 경찰에도 영국인이 있었고, 한참 발전을 하는 시기였으나, 부정과 부패가 만연한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그때 오세호와 뜻을 같이하는 그의 일행은 여러가지 기회를 이용해 차근차근 갱단의 위쪽을 향한다.


 오세호와 여락의 만남은 오세호가 유치장에 수감된 후, 영국 경찰과의 마찰이 있었던 때 여락이 난처한 오세호에게 도움을 주면서 시작되는데, 그 둘은 의형제를 맺고 홍콩을 보다 나은 도시로 만들기 위해 힘을 모으게 된다. 사실 여락은 경찰이고, 오세호는 갱스터의 주요 인물인데, 그 당시는 워낙 혼란스러웠던 사회 환경이었기 때문에, 이런 관계가 가능했던 것 같다. 물론 지금 현재의 경찰은 갱스터와의 끈을 가지고는 있으나, 의형제를 맺을 정도로 가깝지는 않다. 과거와 같이 혼란스러운 사회 배경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관계도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여락이 오세호와 그런 관계가 된 것이 몇 가지 사건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 당시에는 워낙 믿을 수 있는 정보원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오세호 세력을 키워 주면서, 다른 갱스터의 힘을 약화 시켜 홍콩의 매춘, 도박, 마약 등의 지하 경제를 컨트롤 하려고 했었다.

이렇게 오세호 독점으로 만들면서 홍콩의 범죄가 더 혼란스러워지고, 중앙집권화 되면서 보이지 않는 다양한 범죄집단과 범죄를 어느 정도 조정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박진감 넘치는 구룡 골목길 액션


 영화 추룡에서는 이 둘과의 관계가 흥미진진하게 그려지는데, 처음 만난 상황부터 중반 구룡 골목길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까지는 과거 홍콩 영화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홍콩 영화의 힘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오세호의 인간적인 성향을 보여주는 초반부는 오세호의 매력을 한 껏 높여주고, 부패한 상급자를 추락시키는 여락의 등장 장면은 마음 속에 어떤 불꽃을 일게 한다. 구룡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은 어떤 반전으로 시작되는데, 매우 박진감 있으며, 긴장감이 있다.


 구룡의 전투에서 두 사람은 겨우 살아남게 되는데, 이 때는 어려움에 빠진 여락을 오세호가 구해 구고 그 자신의 다리를 희생함으로써 두 사람 간에 어떤 신뢰가 만들어진다. 이 이후는 서로를 의지하여 홍콩의 범죄집단을 중앙 집중화하여, 조세호에게 집중 시키고, 여락이 그 통제권을 나눠가지는 일련의 과정이 나오게 된다. 문제는 중반 이후 이러한 과정을 보여주는 이야기는 너무 지루하고 정신없이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인물들이 주변인물로 등장하게 되고, 특정 인물이 죽음으로써 어떤 계기가 만들어지는데, 그 계기를 준 영국 경찰이 추룡의 주요 빌런이 된다. 이 빌런은 영화 처음 부터 끝까지 계속 등장하는데, 그가 등장할 때는 너무 뜬금없고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해 일부러 짜맞춘 듯한 장면들이 연결된다. 두 주인공의 관계에 긴장감을 주고 끈끈하게 만드는 요소로 영국인 경찰을 비롯해, 부패한 경찰 간부, 조세호에 반하는 갱스터 등이 등장하지만, 이들이 왜 함께 두 주인공을 괴롭히는지, 왜 같이 등장하는지에 대해서는 영화를 다 보고도 알 수가 없다.


 영화 종반에 결국 오세호가 마약 사업을 독점하게 된 이후, 조세호에게 당한 주요 빌런들에게 복수를 당하면서 비극적인 결말로 향하게 된다. 조세호의 행동은 결국 영화속 거울처럼 등장하는 여락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되고, 결국 조세호는 홍콩에서 추방되고, 여락은 그의 지위를 잃게 된다. 조세호가 다시 홍콩에 귀국할 때까지 여락과 그가 만나거나, 통화한 적이 없는데, 둘 다 나이가 지긋이 들고 홍콩이 반환될 무렵, 그 둘은 통화를 했다고 영화는 전하고 있다.

홍콩영화의 추억 되새김질 혹은 심폐소생


 추룡은 최근에 등장한 홍콩 영화 중에서는 그래도 매우 매끈하게 구성된 영화다. 중반 이후가 아쉽긴 하지만, 두 주인공의 관계 설정이 매력적이고 무엇보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이 보는 이들에게 긴장감을 유발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예전 홍콩영화의 명성을 되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영화는 2시간을 훌쩍 넘기는데, 필요없어 보이는 군더더기가 너무 많다. 그래도 영화를 이끌어가는 유덕화와 견자단은 해당 인물로 분해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최근의 홍콩영화는 매우 황당하거나, 매우 지루한 부류가 많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거의 소개되는 일이 없다. 에전에 유명하던 거장 감독들은 다들 나이가 들어서 감을 잃었거나, 최근 영화 트렌드를 자국 영화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고 추룡 정도의 완성도를 가진 영화가 꾸준히 만들어진다면, 영화관에 가서 홍콩영화를 볼 의향이 있다. 어떤 이들은 영화 추룡도 쓰레기 영화라거나, 재미없는 영화 등으로 폄하를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까지 홍콩영화가 어땠는지, 그리고 90년대 홍콩영화가 어땠는지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추룡으로 과거를 추억하거나, 향후 홍콩영화에 대한 기대를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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