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일년에 한 두번은 해외 출장을 가야할 때가 있다. 일이나 교육때문에 방문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해외에 나간다는 생각에 조금은 들뜬 기분이 들기도 한다. 분명히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그랬다. 아내도 나도 중국 출장이 많은 편인데, 아내는 늘 출장을 나설 때면 중국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내곤 했다. 그만큼 출장이라는 것이 뜻밖의 이벤트로 느껴졌던 것 같다. 그래서 출장이 잡히면 일단 기대감이 마음 속을 채운다.
나: 자기야 나 출장이 잡혔어요. 10월에 가네요.
아내: 얼마 동안 있다 오세요?
나: 출국, 입국날 까지 하면 4일 정도 되네요. 실제 일정은 2일 이지만요
아내: 그렇구나. 가서 맛있는거 많이 먹고 올 수 있겠네요. 사진 찍는 거 잊지 마세요~ 나도 자기가 뭐 먹는지 알고 싶어요.
나: 그래요~ 알았어요. 출장 간다니까 뭔가 기분이 좋네.
아내: 가서 놀지 말고 열심히 하고 오세요~ 나는 집에서 혼자 놀아야겠네요.
나: 미안해요!
업무 때문에 가는 출장이라면 부담감이 더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교육으로 가는 출장이라면 그만큼 덜 힘들고 덜 부담스럽다. 아내는 늘 업무로 인한 출장을 가고 일정도 매우 빡빡하게 소화한다. 나는 주로 교육으로 가는 출장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빡빡하다. 그래서 출장을 갈 때면 조금은 여유로운 표정을 하고 가기 때문에 아내는 늘 그걸 좀 부러워했다. 당근이가 생기고 나서는 한동안 출장갈 일이 없었다. 그러다 돌 즈음에 출장이 잡혔다.
한참 육아에 손이 많이 가는 시기였기 때문에 부담감이 좀 많았다. 내가 4일 동안 자리를 비우면 그 육아는 대부분은 아내의 몫이 된다. 집에서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아내로서는 청천벽력과 같은 이야기였을 것이다. 나도 회사에서 처음 교육 일정을 전달 받았을 때, 고민을 좀 했다. 정말 가야할까? 그냥 못간다고 해야하지 않을까? 바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자기야 당근이는 자나요? 나 올해 출장이 다음달에 잡혔어요.
아내: 당근이는 조금 전에 잠들었어요. 오! 잘 되었네요. 자기 언어 공부할 좋은 기회!!
나: 아니 그래도 자기가 혼자 육아 해야하는데 괜찮겠어요?
아내: 그렇네요. 이번에도 4일 인가요? 음... 어쩔 수 없죠.
나: 그냥 못간다고 할까요? 4일 빠지면 너무 길잖아요.
아내: 무슨 소리에요!!! 꼭 다녀오세요. 가서 교육도 받고 발전해야죠! 좋은 기회를 포기하지 마세요.
나: 아... 그래요. 알겠어요. 나는 걱정이 되어서...
아내: 걱정 말아요.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면 안돼요. 절대 취소하지 마세요.
결국 4일의 출장을 떠나왔을 때, 약간의 흥분감을 느꼈다. 가서 배웠던 중국어와 영어를 써보고 중국음식도 먹을 수 있다. 아내는 최대한 내가 걱정하지 않도록 배려해줬다. 출장 가서 하루에 두 번은 꼭 영상통화를 하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래서 하루 일과 시작 전과 일과가 끝난 후 중국 메신저인 위챗으로 전화를 걸었다. 나에 대한 인지가 전혀없었단 한 살 즘의 당근이는 나를 화면에서 보고는 멍하게 있다가 손을 흔드는 정도로 인사를 했다. 아내는 영상통화를 하는 동안 이것저것 물어봤고 웃으며 내 이야기를 들었다.
실제로 출장에 동료들과 가서 일과가 끝난 후 저녁을 호텔이 아닌 외부에서 먹어야 했다. 주변의 중국 식당을 찾아 들어가 주문을 하고 이것 저것 물어볼 때, 내 중국어를 아주 잘 사용했다. 모기만했던 내 목소리는 큰 소리로 변했다. 자신있게 이것 저것 주문하기 시작했다. 아주 짧은 실력이었지만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었다. 그렇게 찾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중국 상해의 시내로 나가 쇼핑지를 안내하고 길잡이 역할을 했다. 동료들에게 중국 문화나 한국과 다른 점도 설명하면서 가이드 역할도 할 수 있었다.
출장에서 돌아온 날, 아내는 엄청 반가워했다. 너무 힘들었다며, 당근이를 내게 안겨줬고 그렇게 나와 당근이는 다시 재회했다. 그때의 당근이는 나를 못알아 봤기 때문에 애뜻한 그런 느낌은 사실 없었다. 그 뒤로 일년 후 다시 잡힌 출장은 조금은 덜 부담스러웠다. 육아 문제가 여전히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이제 어느 정도는 말을 알아듣는 당근이를 아내에게 맡기고 갈 수 있었다. 출장을 와서 영상통화를 하면 이런 패턴이 이어진다.
나: 당근아, 아빠야~ 맘마 많이 먹었어요?
당근이: 아빠! 아빠! 아빠 어디갔어요?
나: 아빠 출장왔지.
당근이:응. 아빠 회사가써. 아빠 왜요??~~
나: 뭐가 왜요에요?
당근이: 아빠 빨리와~ 어디가써~~
나: 아빠 출장왔지.
당근이: 아빠~~~ 아빠~
아내: 자기야. 이거 끝이 없을 것 같네요. 이제 치카치카 해야되니까 저녁에 전화 주세요~
당근이와 끝없이 이어지는 대화를 끝내면 뭔가 애뜻하고 아릿한 느낌이 찾아온다. 출장와서 저녁 시간에 창밖을 쳐다보고 있으면 어떤 적막감과 고독감이 찾아올 때가 있다. 주변을 구경하면서 아내와 당근이와 같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수도없이 한다. 지나가는 가족을 볼 때, 뛰어가는 아이를 볼 때, 나중에 같이 와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쇼핑몰을 돌다가 아이 장난감 코너를 보면 쉽게 발을 돌리지 못한다. 집에 있는 당근이가 눈에 밟혀 결국 하나를 사고야 만다. 아내는 절대 아이 선물을 사지 말라고 몇 번이다 당부했다. 그래도 결국 하나를 사가지고 돌아간다. 나는 칠푼이 딸바보니까.
물론 아내에게 줄 선물도 찾아본다. 하지만 아내 동의 없이는 사지 않는다. 보통 내가 사는 선물들은 아내가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기 때문에 완전한 동의가 없이는 절대 사지 않는다. 대신 음식사진은 꼭 찍어서 보낸다. 아내는 그 중국음식 사진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낀다. 아무래도 먹고 싶었던 음식이니 위시리스트에 넣어두고 다음에 중국에 갔을 때 먹기 위해서 인듯하다. 늘 자기는 그걸로 만족한다고 이야기 하니, 항상 맛스럽게 찍은 사진을 아내에게 공유한다.
출장은 체력적으로 힘든 경험이지만 여러가지를 배우고 자극이 된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좋은 것 같다. 잠시 일상의 업무환경에서 벗어나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고 커뮤니케이션 한다는 것이 어떤 재충전을 해 주는 느낌도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의 소중함을 더욱 느끼게 된다. 옆에 없는 가족을 생각하며 줄 선물을 찾아보고, 영상통화를 하며 그들의 얼굴을 눈에 담는 그 순간들이 우리에게 또다른 추억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