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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빗구미 Nov 06. 2018

#39. 집에서 육아하면 일은요?




한국의 출산율은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왜 떨어지는지는 모두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아니 출산 후 육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다. 아이를 본다는 것은 꽤나 힘든 일이다. 무엇보다 출산 이후 '엄마'라는 역할을 강제로 부여받게 되는 여성들은 자신의 커리어를 지속해 나가니가 힘든 환경이다. 아이는 아빠와 엄마가 같이 돌보는 것이지만, 이상하게도 한국에서는 육아에서 엄마의 역할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그래서 아이가 생기면 엄마들은 육아휴직을 얼마나 쓸지 고민하다 어느 정도 시점이 지나면 커리어를 계속할지 육아에 전념할지 더 심각한 결정을 앞에 두게 된다.  


나: 이제 출산이 얼마 안 남았어요. 자기 직장은 얼마나 쉴 수 있어요? 육아휴직이요.
아내: 얼마 전에 사장님하고 이야기해봤는데 3개월 정도는 쉴 수 있을 것 같아요. 직원이 두 명인데, 아마 중국 현지에서 내 일을 할 사람을 파견할 것 같아요.
나: 그래요? 근데 그게 대체가 되려나.. 한국 기업 상대하려면 힘들 텐데..
아내: 나도 그게 걱정인데요. 중간에 필요하면 연락하겠죠.
나: 어후. 그건 좀 아니죠. 그냥 전화 오면 받지 말자. 육아도 힘든데 그때는 일 생각은 안 하는 게 좋겠어요. 


아내는 중국에 본사를 둔 한국 지사에서 근무했다. 직원이 2-3명 정도만 근무했던 터라 특별한 부서가 없이 회사의 크고 작은 일을 거의 도맡아서 진행한다. 특히나 한국 기업과 중국 기업 사이에 중재 역할을 많이 해서 해당 분야의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회사에서는 아내를 필요로 했다. 아내의 출산으로 잠시 휴직을 한 사이에는 다른 직원이 아내의 업무를 담당했으나 일이 진행되는 것이 원활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가끔씩 아내에게도 연락이 왔고, 그 연락들은 어찌 되었든 처리를 해내야 했다. 그래도 3개월의 휴직은 보장이 되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우리는 친가 쪽의 도움을 조금 받았지만, 대부분의 육아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했다. 외가 쪽의 도움은 거의 받지 못했다. 중국 심천까지 가서 아이를 맡길 수가 없었기 때문인데, 그래도 가끔씩 3-4주 정도는 아내와 아이가 같이 가서 머물다 오기도 했다. 육아휴직 3개월이 다 지나가는 어느 시점에 아내는 한참을 고민했다. 



아내: 이제 육아휴직도 끝나가네요. 이제 어쩌죠? 당근이는 봐줄 사람이 마땅치 않은데요.
나: 어머니에게 부탁을 하면 어떨까요?
아내: 일주일 내내 어머니께 맡기긴 좀 그래요. 어머니 체력도 걱정이 되고요. 
나: 그럼... 어쩌죠? 자기 일을 그만두고 싶지는 않잖아요.
아내: 나 절대 일할 거예요. 나 내 일 잘 배워서 커리어 유지할 거예요. 
나: 그쵸. 당연히 그래야죠. 그럼.. 집에서 일할 수 있나요? 직원이 많지 않고 지금 당장은 사무실이 없잖아요. 도움 필요할 때 잠깐잠깐 어머니 도움받고요.
아내: 음.... 일단 제가 사장님과 이야기해볼게요. 


아내는 곧바로 중국의 사장님과 한참을 통화했다. 일단 사장님은 아내의 어려운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해 줬다. 재택근무를 하되, 미팅이나 출장이 잡히는 경우 가능하면 참석을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래서 육아휴직이 끝난 이후에도 집에서 일을 하며 육아도 병행할 수 있었다. 


사실, 이건 정말 힘든 일이다. 남편인 나는 아침에 일어나 아이 밥을 먹이고 출근하면 9시간 정도는 육아 부담에서 벗어난다. 그래도 퇴근하고 2-3시간 육아를 하면 바로 재울 시간이다. 그래서 평일에는 육아가 어렵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아내는 늘 녹초가 되어 있었다. 육아 중간중간 일을 처리하고 못 처리한 일은 저녁에 당근이를 재우고 나서 모두 처리했다. 그 일들을 다 처리하고 나면 또다시 개인 공부와 책 읽기를 이어간다. 


그런 생활을 2년 넘게 지속하고 있다. 아내의 회사는 한국에 직원도 늘리고 사무실도 다시 세팅을 했지만 아내는 여전히 재택근무를 하며 일을 한다. 언젠가는 다시 출근을 해야 할 것이다. 아마도 내년 당근이가 어린이 집에 가게 되면 시도를 하게 될 것 같다. 그전까지 재택근무를 하면서 육아를 병행해야 한다. 


아내: 자기야! 혹시 다음 주 수요일 휴가 하루 쓸 수 있나요?
나: 왜요? 일정 보니까 가능할 것 같아요.
아내: 하루 휴가 쓰세요. 나 출장이 잡혔어요. 갔다 다음 날 와요. 다음 날은 내가 어머니께 부탁을 좀 할게요.
나: 아.. 그래요. 내가 얼른 회사에 연차 낼게요. 
아내: 우리 회사는 항상 이렇게 갑자기 잡히는 출장이 많네요.
나: 어이쿠. 그럼 내가 연차를 좀 아껴 써야겠다. 
아내: 그래요. 우리 좀 아끼자. 내 상황 상 어쩔 수가 없어요. 


중간중간 출장이라도 가게 되면 내가 휴가를 썼다.  그래서 연차 휴가를 최대한 아껴 썼다. 언제 아내의 출장이 잡힐지 전혀 예상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만약을 위해 그렇게 해야 했다. 필요한 경우 어머니의 도움은 하루 정도만 받았다. 그래도 너무 죄송스러워 퇴근하고 나면 서둘러 집으로 갔다. 




무엇보다 집에서 일과 육아를 병행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아내가 그것을 매일매일 해내고 있는 걸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켠에서는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늘 지쳐있는 모습이어서 가능하면 주말에는 내가 당근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간다. 조금이나마 개인 시간을 주기 위함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내에게 묻는다. '일하면서 아이를 보는 게 가능해요?' 아내는 답할 것이다. '못할 건 없죠. 다 할 수 있어요. 근데 좀 많이 힘들어요'. 두 가지를 같이 병행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이 문제는 아이를 마음 놓고 맡길 곳이 많지 않다는 데에도 이유가 있다. 그리고 회사의 배려가 없다면 이런 육아와 일의 병행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결국 힘든 육아는 출산율을 떨어뜨리는 큰 요인 가운데 하나다. 적어도 아이를 마음 놓고 맡기고 여성들이 커리어를 지속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리고 아빠도 육아 휴직을 써서 엄마와 번갈아 가면서 아이를 돌봐야 한다. 현재와 같이 아빠는 늘상 일을 하고, 엄마만 휴직을 하는 상황에서는 육아 불평등은 계속될 것이다. 아무리 아빠가 육아를 위해 애를 쓴다고 하여도 결국 엄마의 육아 부담은 줄어들지 않는다. 그리고 커리어를 위해 아이를 누군가에게 맡기고 출근하는 엄마들은 왠지 모를 죄책감 때문에 늘 마음이 무겁다.  하지만 엄마들의 커리어는 계속되어야 한다. 아빠 육아 휴직을 정착시키고,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한국의 출산율은 계속 떨어져만 갈 것이다. 


실제로 중국에도 똑같은 문제가 있다. 아직까지 중국에서는 출산 후 육아를 대부분 부모님에게 맡긴다. 그래서 중국의 노인층에서 육아에 대한 불만이 무척 많다. 그래서 이 부담을 다시 엄마에게 돌려주는 집도 많다고 한다. 사회가 고도화되고 도시화가 빠르게 되면서 육아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지는 못한 것 같다. 결국 현재 모든 세대가 고민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 고민을 우리 부부도 하고 있다. 하지만 해결책은 요원하다. 결국 그 부담의 무게추는 여전히 아내에게 기울어 있으며, 나는 그저 그 무게추를 덜기 위해 낑낑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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