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고객 앞에서 뭔가 설명해야하는 일이 많다. 소심한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설명하는 직업 상 반복된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무대 공포증을 어느 정도는 덜어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 들앞에서 뭔가 이야기 하는 건 불편한 일이다. 비슷한 얘기를 하더라도, 한 사람 앞에서 이야기 하더라도 불편한 건 마찬가지다.
중국 상해에 출장을 가서 교육을 받았다. 한국 동료 뿐 아니라 중국에서 근무하는 중국인 동료들도 참석하여 같이 교육을 받았다. 강사는 인도네시아 사람이었다. 각자 국적이 다르고 쓰는 언어가 다르다. 그래서 강의는 모두 영어로 진행된다. 영어로 이야기하고 발표한다. 교육 시작전 강사는 늘 이렇게 이야기한다.
궁금하거나 할 이야기가 있으면 언제든 이야기 하세요.
당연한 말이다. 교육을 하면서 참여자 모두가 의견을 이야기 할 수 있다. 그래서 실제로 강의가 진행되면 많은 사람들이 중간중간 질문을 하고 강사의 질문에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대부분 중국 사람 위주로 이루어진다. 강사가 중국 사람을 선호해서가 아니다. 한국 동료들은 대부분 말이 없어진다. 강사가 물을 때 대부분은 강사의 눈을 피한다. 결국 더 적극적인 중국 동료가 대신 답한다. 이런 경향은 수업이 진행될 수록 더 심화된다.
워크샵 형식의 교육에서 발표는 필수다. 매번 다양한 주제로 여러 번 팀별 발표를 하게 되는데 나를 비롯한 한국 동료들은 발표하는 것만큼은 하지 않으려 한다. 우리는 발표가 두려운걸까. 아니면 그저 영어로 말해야 한다는게 두려운걸까. 사실 해외 교육에서 만나는 외국 동료들은 그저 잠깐 교육때만 인사할 뿐 나중에 다시 못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동료들은 말하는 것을 꺼린다.
한국 동료들과 저녁을 먹으며 그런 행동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중국 동료들은 굉장히 적극적이고 제시하는 의견들도 명확하다고. 그런데 우리 한국 사람들은 정말 남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너무 어색해한다고.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아주 어렸을 적 부터 주입식 위주의 교육을 받아서 그렇다고. 그런데 아무리 주입식 교육을 받았어도 그렇게 말하는 것에는 왜 익숙하지 못할까. 성인이 된 이후 40-50대가 되어도 남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다. 다들 그런 발표능력은 타고 난거라고 개인 성향이 많이 반영될 거라고 추측했다.
교육이 끝날 때즘 중국 동료들에게 물어봤다.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게 어색하지 않을지. 중국 동료는 전혀 그런 것은 없고 말하는 게 오히려 자신의 권리라고 말했다. 회사에서 해주는 교육이고 자신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뭔가 얻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 중국에서도 암기나 주입식 교육이 이루어지긴 하지만 수업시간에 비교적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 할 수 있는 편이라고 한다. 또한 최근에는 해외에서 교육을 받고 돌아오는 사람도 많아서 보다 자유로운 성향을 드러낸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대체적으로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앞에서 말하는 것이 틀려도 그것에 대해 나쁘게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냥 하고 싶은 말은 하는 거죠. 틀리면 어때요. 그걸 바로잡고 알려주는게 저 강사의 역할인걸요.
실제로 이 교육에서 발표는 대부분 중국 동료가 맡아서 했다. 그들은 매우 적극적이었고 즐거워 보였다. 강사가 묻는 질문에도 바로바로 대답하며 틀린 부분에 대한 지적도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그들은 그런 적극성으로 실제로 그들이 교육에서 얻고자 하는 바를 얻어간 것 같다. 물론 나와 다른 한국 동료들도 똑같이 교육을 받았으니 같은 걸 배워 돌아간다. 근데 미묘하게 뭔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다.
탑을 쌓으면 마쉬멜로우를 주는 마쉬멜로우 실험에서 대학원생이나 다른 어른들보다 유치원생들이 높은 탑을 쌓았다고 한다. 유치원생들은 다른 어른들이 탑을 쌓기위해 고민하는 동안 작은 실패를 하면서 그저 바로 문제를 직면했다. 어쩌면 같이 교육을 받았던 중국 동료들도 그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잘못된 부분을 지적 받으며 자신들을 발전시켜나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두려움을 앞세우기 보다는 그저 문제에 먼저 부딪히면서 그 두려움을 멀찌감치 떨어뜨려놓고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인을 짱개라고 부르며 낮춰 부르지만 그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다. 오히려 발표 수업 같은 분야에서 적극성은 우리보다 낫다. 우리 처럼 꽤 스마트하고 분명한 자기 철학이 있다. 어쩌면 우리 다음 세대 들은 좀 더 자신의 의견을 스스럼 없이 이야기 하고 적극적이지 않을까. 나와 비슷한 나이의 한국 사람들은 많은 경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어색해하고 불편해하지만 그래도 할 말이 있으면 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우리도 우리 자신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