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돌사진을 포기하다

by 레빗구미


아이가 크게 앓았던 경험은 부모 입장에서 질병에 대한 공포를 키운다. 아이가 기침 한 번만 해도, 기운이 없어 보여도 혹시 열이 있는 건 아닌지 체크해 보게 된다. 당근이는 태어나자마자 열이나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한 적이 있다. 그래서 퇴원 한 이우 나와 아내는 더욱더 위생에 신경 쓰고 감기를 조심했다. 늘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손을 꼭 씻고, 가능하면 깨끗함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아내: 자기가 얼른 손 씻어요!!
나: 응? 나 뭐 한 거 없는데요. 그냥 잠깐 현관 앞에 나갔다 왔는데...
아내: 그래도 씻어요!! 아직 당근이가 어려서 조심해야 합니다!!
나: 아.. 알았어요.
아내: 자기가 또 당근이가 아프면 좋겠어요? 조심하셔야죠.
나: 맞아요. 일단 우리가 최대한 조심하자. 또 열나고 아프면 진짜 맘이 아플 거예요.


당근이는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컸다. 다행히 한 번 아픈 이후로는 크게 아프지 않았다. 간혹 콧물감기가 걸린 경우가 있지만, 열은 나지 않았고 그렇게 큰 문제없이 지나갔다. 아기가 태어난 지 100일이 되고, 돌이 가까워 와도 우리는 특별히 스튜디오에 방문해서 사진을 찍거나 그런 계획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런 낯선 환경에 당근 이를 데리고 가는 것이 좀 불편했고, 걱정도 되었다.


이 걱정이란 게 참 요상한 것 같다. 나와 아내 자신의 걱정이 아니라 태어난 자식 때문에 걱정하는 건데, 그 아이는 아주 해맑게 돌아다니며 바닥을 빨거나, 장난감을 입에 넣는다. 그런 행동을 볼 때마다 여러 번 제지하지만 어느 순간 또 그걸 하고 있는 당근이다. 그렇게 우리가 걱정하는 건 나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서다. 나 자신의 일이라면 걱정보다는 그걸 어찌하면 이겨낼 수 있을지 고민하겠지만, 아이의 문제라면 딱히 내가 노력한다고 그 일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더 걱정하고 최대한 나쁜 일이 일어나기 전에 막으려고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일 수도 있다.


나: 당근이가 돌이 다되어가는데... 우리 100일 사진도 안 찍었잖아요..
아내: 그쵸. 그래도 우리가 당근이 사진 많이 찍었잖아요.. 핸드폰 사진에 들어있어요.
나: 에이. 그게 같나요? 스튜디오에서 찍으면 훨씬 잘 나올 텐데. 더 이쁘고.
아내: 자 핸드폰 사진 좀 봐요. 이렇게 많은데. 다 이쁘지 않아요? 그리고 나도 스튜디오 사진 찍고 싶죠.
나: 자기도 찍고 싶죠? 그럼 우리 돌 사진은 찍을까?
아내: 자기야 우리 돌 사진은 좀 고민해 보자. 당근이가 또 아플까봐 걱정이에요.
나: 음.. 그럼 우리 좀 더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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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너무 많은 걱정일 수 있다. 그저 하루 몇 시간 정도 아이와 사진을 찍으면 되었다. 그런데 쉽게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아마도 우리는 당근이가 병원에 있을 때의 모습을 이후 일 년이 넘도록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것 같다. 불쑥불쑥 그 모습이 떠오르면 더욱 조심해서 육아를 했다. 아내도 삐쩍 말랐던 당근이의 그 모습 때문에 더욱 조심했던 것 같다.


주변의 누군가는 그랬다. 너무 앞서간 걱정이라고. 너무 유난 떤다고. 애들이 다 아프면서 크는 거라도. 자기는 3개월부터 어린이 집에 맡기고 아프면 아픈 대로 병원 가서 약 먹고 키웠다고.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 아프면서 크는 거니까. 그런데 우리는 그 시지를 최대한 좀 뒤로 미루고 싶었다. 가능하면 일 년 정도까지는 아이가 아프지 않고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돌사진을 포기했다. 이쁜 사진보다는 당근이가 편안하고 안정적인 것을 선택했다. 물론 돌잔치 당일에는 간단히 스냅사진을 찍긴 했다. 하지만 그 전에는 어떤 사진도 찍지 않았다. 그저 집과 근교에서 찍은 사진들이 핸드폰에 담겨있을 뿐이다.


아내: 자기야 우리 스튜디오 사진은 다음에 찍자.
나: 그래요 우리 맘도 편하고 당근이도 좀 편하게 다음에 찍자.
아내: 당근이가 좀 더 크기 전에 언젠가 찍으면 돼요. 이제 돌 지나면 좀 자유롭게 키우자.
나: 그래요. 나중에 스튜디오 사진 찍을 때 자기도 이쁜 옷 입고 찍자.
아내: 얼굴이 이뻐서 아무거나 입어도 다 이쁘죠~
나: 그런가?
아내: 어이~ 당근이 아버님~
나: 다 이뻐요 ^^
아내: 우리 나중에 찍을 때 가족 커플 티 입고 찍어요~


육아에 정답은 없다. 큰 방향은 있지만 아이의 특성도 다르고 부모의 경험도 다르다. 그저 부부가 맞고 서로 동의하는 방법을 택하고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면 방향을 수정하여 또 그쪽으로 나아가면 된다. 아이 100일 사진을 안 찍어도, 돌사진을 찍지 않아도 별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단지 그때 아이의 모습을 스튜디오에서 담지 못할 뿐이다. 대신 우리에겐 스마트폰이 있다. 언제 어디서든 다양한 앱을 이용해서 이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당근이의 이쁜 모습은 스마트폰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것도 날짜별로 차곡차곡 저장된다.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는 사진이다. 그 사진은 USB와 하드디스크에 저장되어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그게 우리가 선택한 돌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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