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것에 전혀 소질이 없다. 일단 내가 누군가의 피사체가 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늘 내가 있는 사진을 보는 것이 어색했고 자신이 없었다. 한참을 보고 또 봐도 민망하고 이상했다. 그래서 고등학교 이후 20대가 끝나갈 때까지 내 사진은 찾기가 힘들다. 늘 사진을 찍을 순간에 누군가의 뒤로 숨거나 잘 안 나오는 곳에 위치했다. 사진을 찍히는 것은 나에게 굉장한 스트레스였다. 찍는 것도 마찬가지다. 내가 찍은 사진은 흔들리거나 투박하거나 머리가 크고 다리가 짧게 나왔다. 그래서 나에게 찍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불만을 토로했다.
아내: 우리 사진 찍자. 저기 저 앞에서 찍어요.
나: 아.. 네.. 사진 얼른 찍어요. (찰칵)
아내: 저 혼자 한 번 찍어주시겠어요?
나: 그럼요. 이쁘게 서봐요. (찰칵) 이쁘다. (찰칵) 너무 좋아요.
아내: 잘 찍었어요? 한 번 봅시다.
나: 너무 이쁘게 나왔어요.
아내: 뭐가 이뻐요!!! 정말 이상하게 나왔는데... 다리도 짧아 보이고, 같이 찍은 건 왜 자기 머리가 한참 뒤에 가있어요? 내 머리가 남산만 하게 나오는데....
늘 이런 식의 대화가 반복된다. 내가 찍은 사진에는 아내가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당근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사진을 많이 찍지 않으려고 했다. 나에게 사진 찍는 일은 쉽지 않았고 피하고 싶은 것 중 하나였다. 아내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아내의 사진 찍는 실력은 그렇게 훌륭하진 않았었다. 그래서인지 아내는 당근이를 출산 하고 몇 개월 후에 사진 찍는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중국에는 위챗이라는 좋은 SNS가 있다. 한국의 카카오톡과 비슷한 것인데, 여기서 동영상과 텍스트를 활용한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아내는 이 플랫폼에서 진행하는 사진 수업을 하나 들었다. 한 주에 2-3번씩 사진 찍는 과제가 주어지고 평가받는데, 사진은 모두 스마트폰으로 찍는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전문가처럼 찍는 방법을 알려주는 수업이었다. 아내는 꽤나 열의가 있었다.
나: 재밌어요? 뭘 그렇게 집중해요.
아내: 이거 재밌어요. 내가 사진 찍어야 되니까 자기가 당근이 좀 봐주세요. 나갔다 오셔도 됩니다.
나: 그래요. 집에 있으면 당근이가 자꾸 만지고 돌아다니니까 놀이터 다녀올게요.
아내: 나중에 자기도 꼭 사진 수업 들으세요. 이거 하니까 정말 많이 늘어요.
나: 어.... ㄴ... 네...
아내의 사진 찍는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그렇게 배운 기술로 당근이 사진을 엄청나게 찍어댔다. 하루하루 수백 장의 사진을 찍었다. 누군가 그랬다. 아이가 태어나고 모든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라고. 사진에 커가는 모습을 담으면 나중에 아이가 어느 정도 컸을 때, 커가는 과정을 알 수가 있다고. 그래서 아내와 는 매일매일 엄청난 사진을 남겼다. 나도 거기에 동참에 내 카메라로 찍어 담았다.
물론 아내가 찍은 사진이 몇 배는 더 이쁘고 선명하게 나왔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내 사진은 어디에도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내가 그렇게 수업을 들으라고 재촉했는지도 모르겠다. 당근이가 태어나고 돌이 되기 전까지 우리가 담은 사진은 수백 장, 수천 장이 될 것 같다. 같은 구도, 같은 옷의 사진을 얼마나 많이 찍었는지 모른다. 그 사진들을 지금 보고 있으면 정말로 당근이가 성장한 과정을 단계별로 볼 수 있다.
2.6kg의 작은 꼬마 아가씨가 하루하루 커가는 과정은 정말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그 모습을 담은 사진들에는 아이의 모든 순간이 담겨있다. 나와 아내의 모습은 그 사진 속에 많지 않다. 그저 우리는 사진을 찍으며 그 사진 뒤에서 가만히 웃음을 짓고 있을 뿐이다. 카메라를 통해 보는 당근이의 모습은 사진으로 남았고, 그리고 살며시 미소를 짓는 아내의 모습은 내 머릿속에 담았다.
나: 자기야, 우리가 당근이 사진 찍는 게 많이 줄지 않았어요?
아내: 그쵸.. 이제 3년 차인데, 아무래도 태어나고 1년이 미친 듯이 찍는 시기인 것 같아요.
나: 왜 우리는 지금 사진을 많이 찍지 않을까요. 지금도 여전히 당근이를 사랑하는 건 변함없는데.. 귀찮아 진건가.
아내: 아니죠. 아기들이 태어나고 1년 동안 가장 많이 크잖아요. 그래서 그 과정들을 다 남기려고 많이 찍는 거 같아요. 실제로 꼬물꼬물 하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요.
나: 맞아 그러고 보니 그러네. 1년 이후에는 키나 몸이 그렇게 확확 바뀌진 않으니까요.
아내: 근데 사진 수업은 언제 하실 거죠?
나: 음.. 우리 외식할까요?
아내: 또 딴소리!!!
아내는 여전히 사진을 즐겨 찍는다. 당근이와 외출하면 나와 새나가 노는 모습을 멀찌감치서 찍기도 하고, 둘이 이쁘게 셀카도 찍는다. 그 사진들은 모아서 나중에 앨범을 만들 수 있을 만큼 퀄리티가 좋다. 아내가 찍은 사진을 보면 그 사진 찍던 당시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어쩌면 아내는 그 감정까지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기 위해 사진 수업을 배웠는지 모르겠다. 그 순간의 모습을 남기고, 그 순간의 감정을 남기고, 그 순간의 사랑도 남긴다. 그 횟수는 줄었지만, 여전히 우리는 많은 순간을 사진으로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