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크리스마스는 그저 노는 날이었다. 연애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무조건 시내로 나가 친구들과 만났다. 대부분은 음주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늘 그런 모임에 다른 이성이 따라오진 않았다. 그저 친구들과 진탕 술을 퍼먹을 뿐이었다. 그래서 짝이 없다는 외로움을 더욱 키웠었다. 내가 겪은 크리스마스들은 특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그렇게 특별할 것도 없는 그저 일년에 하루 있는 휴일일 뿐이었다.
아내는 평생 크리스마스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살아왔다. 중국에서 크리스마스는 쉬는 날이 아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낼 지언정 이 날 쉬면서 모임을 한다던가 특별한 무엇인가를 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아무래도 불교의 색채가 더욱 강한 중국에서는 특정 종교 행사에 쉬는 것이 더욱 이상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나: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네요! 하루 쉴 수 있어요. 연말이니까 그냥 연차 쓰고 쉬죠.
아내: 그 날 쉬는게 신기해요. 중국에서는 그 날 그냥 다 일해요.
나: 정말요? 우린 크리스마스를 좀 특별하게 생각해요. 연인들이나 싱글들이 특히 더 즐기죠.
아내: 그래요? 우리는 그냥 평일이랑 똑같아요. 그리고 홍콩 쪽은 날씨가 춥지 않잖아요. 트리나 그런것도 많이는 안해요. 참. 심천은 안하고요. 홍콩은 또 챙겨요.
나: 아.. 그렇구나. 중국 본토랑 홍콩은 또 다르군요. 같은 문화권인데 경계만 넘으면 휴일도 다르네.
아내와 처음 크리스마스를 맞았을 때, 나는 뭔가 특별한 것을 하길 원했었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에버랜드에 방문했었다. 아내는 그렇게 화려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거의 처음 접하는 것이어서 그때 날씨가 추웠음에도정말 신나게 돌아다녔던 기억이 있다. 서로 크리스마스 카드도 쓰고 선물도 사주고 한껏 그 분위기를 즐겼다.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생기면서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는 나와 아내는 이제 특별히 그 기분을 느끼지는 않는다. 그저 쉬면서 카드를 주고 받고 케이크를 사먹는 정도 뿐이다. 이제는 친구와 밖에 나가지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기지도 않는다. 그냥 평범한 휴일처럼 느껴진다.
아내: 다음 주가 크리스마스인데 뭐 할까요?
나: 뭐 할게 있나요. 그냥 마트가서 당근이 선물이나 사주자.
아내: 그럴까요? 점심은 면으로 먹자. 당근이가 우동 좋아하니까요.
나: 그래요. 자기는 뭐 하고 싶은거 없어요?
아내: 어휴. 크리스마스에 밖에 나가면 사람이 너무 많아요. 하고 싶은 건 나중에 하자.
이제 더 이상 복잡한 시내를 좋아하지 않는다. 시끌벅적한 크리스마스 시내의 풍경은 우리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그저 가까운 마트에 가서 당근이의 장난감을 선물로 사서 주고 간단한 식사를 하고 돌아올 뿐이다. 어쩌면 이 크리스마스라는 건 가족들에게 더 적합한 휴일일지도 모른다. 아이가 점점 커가면 같이 선물과 카드를 주고 받고 트리를 장식하고 사진을 남길 것이다. 그런 추억들이 하나 하나 쌓이다 보면 그 추억들이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만들어줄 것이다.
크리스마스의 즐거움 보단, 한 해가 이렇게나 빨리 지나갔다는 느낌이 더 많이 머리 속을 채운다. 당근이는 훌쩍 컸고 한 해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크리스마스 당일에도 당근이는 열심히 뛰어 놀다가 갑자기 먹었던 것을 다 토했다. 그러고는 또 아무일 없었다는 듯 뛰어논다.
가족이 함께 둘러앉아 한 해를 돌아보고, 카드를 주고 받으며 눈빛을 맞이하는 그 순간이 바로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는 때 인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싱글 시절 밖에서 친구들과 보냈던 시간들도 재미있었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내 가족들과 같이 있는 순간은 각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채우고 있을 것이다. 중국에서 보내지 않았던 크리스마스, 시끌벅적한 크리스마스, 기도하는 크리스마스.. 각자가 휴일을 보내는 방식은 다르다. 하지만 결국 그 곁엔 가족들이 채운다. 그래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크리스마스가 좋다. 이렇게 또 한 해의 크리스마스를 보낸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