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아이는 부모의 걱정보다 더 잘 해낸다.

by 레빗구미


아내: 자기야 당근이가 이제 태어난 지 2년이 되었네요.
나: 그러게요. 시간이 참 빨라요. 자기가 고생이 많았어요.
아내: 같이 고생했죠. 근데, 나 당근이 두 돌 사진 찍었으면 좋겠어요. 자기가 어떠세요?
나: 스튜디오에서요? 이제 찍어도 될까?...
아내: 음... 이제 되겠죠?


아내의 질문으로 우리는 고민을 시작했다. 사실 당근이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원하면서 불안한 마음에 돌 스튜디오 사진도 포기한 터였다.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은 아이에 대한 불안감은 꽤나 오랜 시간 동안 머물렀다. 어쩌면 아이가 아팠던 그 모습을 마음에 새겼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식이 아프면 부모의 마음이 찢어진다는 그 말을 그제서야 이해했다. 그렇게 아이가 아플까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2년을 보내고 나니, 어쩌면 이제 이런저런 활동을 해도 괜찮을 거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당근이의 모습을 담기 위해 집 근처의 스튜디오를 알아봤다. 많이는 아니고 잘 나온 몇 장 정도면 충분했다. 그저 일반 사진을 보관하는 것처럼 휴대폰과 컴퓨터에 저장해 두고 두고두고 볼 사진이었다. 적당한 스튜디오를 찾아 예약을 했다. 나와 아내는 그래도 꽤 오래 걸릴 거라 생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갔었다. 당근이에게도 미리 일주일 전부터 이야기를 해줬다.


아내: 당근아 우리 다음 주에 사진을 이쁘게 찍으러 갈 거야. 무서워하지 말고 재미있게 찍자.
나: 다음 주에 우리가 사진 찍는 곳에 가서 새나 이쁜 모습을 찍을 건데, 카메라 아저씨가 찍을 거야. 마미랑 아빠가 같이 있을 거니까 안 무서워요~


누군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새로운 일을 할 때면 늘 미리 반복해서 설명을 먼저 해준다. 아이가 겁먹거나 어색해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실제로 당근이가 알아듣는 것인지 꽤 효과가 있었다. 사진 찍는 것도 마찬가지로 효과가 있었다. 스튜디오에 들어선 당근이는 한 번 주변을 쓰윽 보더니 사진 찍는 공간에 들어가 마구 뛰어다닌다. 뭔가 새로운 느낌이어서 좋았나 보다. 카메라를 든 사장님과 도움을 주시는 이모님 한 분이 사진을 찍어 주셨는데, 이모님이 당근이의 웃음을 유도했다.


사실 나와 아내는 많이 걱정했었다. 시간은 얼마나 걸릴지, 당근이가 울지는 않을지, 사진이 이쁘게 나올지... 그런데 예상과 다르게 당근이는 사진 찍는 것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환경에서 더 놀고 싶어 했고 표정도 밝게 잘 나왔다. 사진 찍는 시간도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아무리 약식이라지만 우리가 예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스튜디오에서 더 뛰어놀겠다는 당근이를 억지로 안고 밖으로 나와야 했다. 그만큼 아이는 그 순간을 너무나 좋아했다.


나: 아니. 당근이가 이렇게 좋아할 줄 몰랐네. 어색해하지도 않고.
아내: 그러게요. 이제 당근이가 좀 커서 그런가?
나: 성향은 자기를 더 닮은 것 같은데요? 나는 어렸을 때부터 완전 부끄럼을 많이 탔는데, 당근이 처럼 저렇게 밝지는 않았어요.
아내: 그런가요? 하긴 나는 별로 낯을 안 가렸다고는 해요.
나:어휴 그래도 잘 끝나서 다행이에요. 시간도 많이 안 걸리고, 사진도 꽤 잘 나온 거 같은데?
아내: 자기도 고생 많으셨어요. 근데 사진에 자기 표정만 너무 어색해. 하하하하.
나: 어... 뭐 맨날 사진 찍으면 나만 어색하지요 뭐..... ㅠ



아이는 부모의 걱정보다 빨리 자란다. 한 걸음을 걸을 때도, 처음 뛰기 시작할 때도, 말을 더듬더듬하기 시작할 때도, 부모인 우리는 늘 걱정하지만 어느 순간 아이는 기대치를 훌쩍 넘어서 있다. 그래서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놀라며 손뼉 친다. 사실 다른 누군가가 그렇게 한다면 박수까지 치며 기뻐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 아이가 세상 밖으로 한걸음을 떼고 하나씩 성장해 나갈 때, 우리는 마음에서 진정으로 나오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순간들을 지나고 보면, 너무 많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던 당근이의 밝은 모습처럼 새로운 무엇을 경험하고 도전하는 아이의 모습은 우리의 생각보다는 훨씬 밝을 테니까. 그 걱정들이 우리 자신을 잡아먹지 않도록, 괴물이 되지 않도록 적당히 조절하며 아이와 같이 성장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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