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아내에게 선사하는 자유로운 주말

by 레빗구미


아내는 엄청 바쁘다. 그 바쁘다는 것이 설명하기 쉽지는 않은데, 재택근무를 하면서 3가지의 일을 한다. 각기 다른 일을 적절히 조절해 가면서 하는데, 아이를 보는 육아까지 일부 더해지면 아내의 일은 4가지가 된다. 돌보미 등 외부의 도움을 몇 시간 받긴 하지만 그래도 쉽지 않은 일이다. 재택근무 이기 때문에 아이는 집 어딘가에서 잘 놀다가도 엄마한테 쪼르르 달려가 안아달라고 한다. 그만큼 자유도는 떨어진다.


나: 자기가 일이 너무 많아서 큰일이에요. 잘 먹지도 않고...
아내: 일 많으면 좋죠. 돈 많이 벌 수 있어요.
나: 그래도 너무 몸이 힘들잖아요. 아프면 어쩌려구요.
아내: 좀 피곤하긴 하네요. 당근이가 말 안들을 때는 짜증도 많이 나요. 특히 밤에 안 잘 때!!!
나: 자기가 밖에 카페 같은 데서 일하는 게 어때요?
아내: 아니요. 저는 집이 편해요. 예전에 공부할 때도 절대 다른데 안 가고 집에서 했어요. 나에게 가장 맞는 곳은 집이에요.
나: 신기하네... 나는 독서실 같은 데 가서 공부했는데... 지금도 카페 가면 더 집중이 잘되고요.


아내가 외부에서 일을 할 수도 있지만, 굳이 집을 고집하는 건 집에서 일하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아내의 어린 시절부터 외부 보단 집에서 앉아 공부하는 것을 선호했다고 한다. 그게 집중이 훨씬 잘된다고 한다. 그래서 아내를 외부에서 일하라고 하는 것은 아내에게는 맞지 않는 제안이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내는 점점 지쳐간다. 외국인인 아내는 한국에 친척도 친구도 거의 없어서 집에서 일을 안 할 때는 책을 보거나 영화를 보고 가끔 나가 혼자 쇼핑을 하기도 한다. 평일에는 업무에 육아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몸도 피곤해서 주말 즈음이 되면 점점 허리가 굽는다. 실제로 계속 앉아만 있다 보니 허리도 아프고 어깨도 많이 뭉쳐있다.


나: 나 주말에는 당근이와 둘이 나가서 오후 늦게 올게요.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좀 쉬어요.
아내: 정말 할 수 있겠어요? 혼자서 힘들 텐데.
나: 그럼요 할 수 있죠. 걱정 말고 하고 싶은 거나 생각해 봐요.
아내: 그럼 나 마사지 좀 받고 싶어요. 어깨가 너무 아파요.
나: 그래요. 자기가 예약하세요~



그렇게 처음 주말에 당근이와 나만 나가기로 한 날, 걱정을 많이 했다. 내가 혼자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래도 아이의 기저귀와 옷 등 짐을 챙겨 나갔다. 오전에는 아이와 키즈카페를 가서 점심때까지 놀았고,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잠을 재웠다. 당근이는 뛰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트램펄린이 있는 키즈카페에 가면 정말 신나게 뛰어논다. 한 주 한 주 지나 갈수록 아이도 나와 나가는 것에 익숙해지고 나도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키즈카페에서 아이와 신나게 같이 놀고 나와 점심은 주로 우동을 먹는다. 잘게 썰어주면 당근이가 아주 잘 먹는다. 그리고는 유모차에 태워 쇼핑몰 한 바퀴를 돌고 나면 아이는 잠이 든다.


처음에는 아내에게 주말 휴식시간을 주고자 시작한 외출은 시간이 지나면서 너무나 당연한 것이 되었다. 당근이는 이제 주말이 되면 아빠가 출근하지 않아도 되고 같이 놀러 갈 수 있다는 걸 안다. 그래서 주말 아침만 되면 현관문 앞에서 연신 손잡이를 돌려댄다. 그 아이에게 옷을 입히고, 머리띠로 머리카락을 묶고 신발을 신기고 밖으로 나가는 건 모두 나의 몫이다. 못할 것만 같았던 그 모든 준비과정을 이제는 차근차근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당근이는 밖에서 나에게만 안아달라고 한다. 당근이를 안고 돌아다닐 때 항상 이야기한다. “당근아 이제 당근이가 많이 커서 좀 무거워요. 그러니까 밖에서는 마미한테 안아달라고 하면 안 돼요!”. 이렇게 반복해서 이야기를 하니 이제 나와 아내가 같이 있는 상황이면 나에게 안아달라고 한다. 어쩌면 이것도 내가 아내에게 줄 수 있는 작은 휴식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아내는 여전히 바쁘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도 많지 않다. 그저 밥을 하고, 청소를 하고, 아이와 밖에서 놀아주면 아내는 그 시간에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다. 아내는 천성적으로 가만히 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웬만하면 쉴 때도 뭔가 생산적인 것을 하려고 한다. 옆에서 볼 때 아슬아슬 하지만,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좀 더 시간을 주는 방법뿐이다.


다이아몬드 반지, 목걸이, 가방 같은 좋은 물건을 사주는 것도 물론 좋지만, 상대방에게 자기만의 시간을 주는 것도 좋은 선물인 것 같다.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도 좋지만, 어떤 시간들은 그저 혼자 만의 시간을 가지도록 해주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주도 어디론가 놀러 갈 계획을 세운다. 물론 나와 아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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