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애매한 위치에 있는 스릴러

-<이스케이프 룸>(2019)

by 레빗구미

방 탈출 게임이 한참 유행하고 있다. 갇힌 방에서 수수께끼나 숨겨진 원리들을 찾아가면서 어딘가를 탈출한다는 건 사람들에게 묘한 쾌감을 주는 것 같다. 해낼 것 같지 않았던 문제를 풀고 밖으로 나가는 그 해방감이 많은 이들을 그런 놀이에 참여하게 한다. 영화 <이스케이프 룸>은 요즘 유행하는 방탈출 게임을 스릴러 형식으로 바꾼 영화다. 이 영화의 설정을 따라가다 보면 여러 영화가 떠오르는데, 가장 먼저 <큐브> 시리즈를 떠올리게 된다. 주인공들이 눈을 떴을 때, 전혀 모르는 장소임을 인지하고 방같이 생긴 곳을 탈출하려고 애를 쓰는 설정이 닮았다. 그 외에도, <쏘우> 시리즈나 <데스레이스>가 떠오르기도 한다. <쏘우> 시리즈처럼 누군가가 설치해 놓은 극악한 게임을 해결해야 하는 설정과 주인공들이 어려움을 겪는 과정을 생중계한다는 점에서 <데스레이스>의 설정이 떠오른다. 주이(테일러 러셀), 벤(로건 밀러), 제이슨(제이 엘리스), 마이크(타일러 라빈), 아만다(데보라 앤 월), 대니(닉 도다니) 등 6명의 등장인물들은 서로 공통점이 전혀 없어 보이지만 각자가 가진 특성과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영화에서 이들을 매우 기능적으로 활용한다. 어쩌면 이런 류의 영화들은 설정을 먼저 해 놓고 시나리오를 쓰는지도 모른다. 모든 게 딱딱 맞아떨어지며, 방을 탈출할 때마다 영화의 반전을 위한 세팅을 해 나아간다. 그러다 보니 영화를 보아 나갈수록 인위적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보는 재미는 있다. 시종일관 주인공들의 고난은 강도가 심해지고, 그 와중에 죽어나가는 인물들도 있으니 가슴 졸이며 영화를 끝까지 따라가게 된다. 그렇게 쉽게 따라가게 되는 만큼 휘발성도 강해 극장을 나설 때면 뭘 봤는지 조차 잊게 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이 영화만의 특성을 꼽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쏘우> 시리즈처럼 극악의 장치가 있다거나 잔인함을 극도로 밀어붙이지 않고, <큐브> 시리즈처럼 기발한 상상력을 보여주지도 못한다. 그렇다고 <데스레이스>처럼 액션 장면이 훌륭한 것도 아니다. 그런 점들이 이 영화를 더욱 평범하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속편이 만들어질 것 같다. 제작비가 적기도 하거니와 많은 수의 관객들은 극장에서 이런 종류의 작은 오락영화들을 꽤 즐기는 것 같다. 제작자 입장에서 실패할 확률이 낮은 영화이고 할 이야기도 남아있으니 속편이 안 나오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할 상황이다. 2편에서는 좀 더 기발하거나 도발적인 설정을 가지고 오면 좋겠다.


thermometer-1539191_1920.jpg
c7ed7c6f886248d8ac93057a5732d7aa154993306328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