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아이가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 바로 가세요?

by 레빗구미




언젠가 ‘안아키’ 인터넷 카페가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아이를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의 약자였던 그 카페의 부모들은 약을 먹이지 않고 자연 요법으로 여러 자기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었다. 왜 그런 극단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나 역시 조금이라도 아프면 병원에 갔고, 약을 처방받아 잘 챙겨 먹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아프면 병원을 가고, 약은 잘 챙겨 먹어야 한다는 교육을 꾸준히 받아왔다. 그래서 지금도 감기 기운이 있으면 병원으로 곧장 향하는 편이다. 그래서 더욱더 그런 부모들의 선택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내는 중국 특히 그중에서도 홍콩권의 영향을 받고 자랐다. 한 때 사스가 유행하던 곳이어서 그런지 면역력에 대한 관리가 굉장히 철저하다. 웬만한 감기는 병원에 가지 않고 자가 치료를 한다. 웬만해서는 병원에 가서 항생제 처방을 받지 않는다. 아니 병원에 가는 것 자체를 조금 꺼리는 경향이 있다. 아내 역시 그런 문화 속에서 꾸준히 교육을 받아왔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이 감기 걸려 병원에 자주 가는 것에 대해 전혀 이해를 못한다.


아내: 나 감기 걸린 거 같아요. 기침이랑 콧물이 심해지네요.
나: 그럼 병원에 다녀와요. 약 먹으면 금방 나아요~
아내: 아니에요. 병원 가면 항생제 많이 줘요. 면역력 나빠져요.
나: 그래도 힘드니까 약 먹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시간 낭비도 안되잖아요.
아내: 항생제 먹으면 나중에 더 아파요. 지금 내 몸의 힘으로 감기를 이겨낼 수 있어요. 어차피 감기는 딱 맞는 약도 없는 걸요.
나: 그렇긴 한데... 암튼 그럼 따뜻한 물이라도 많이 마셔요!


늘 나나 아내가 감기에 걸리면 이런 실랑이가 벌어진다. 내가 감기에 걸리면 난 아내에게 이야기하고 얼른 병원에 다녀온다. 그래도 결혼 전에 비해서는 횟수가 줄긴 했다. 가능하면 나도 최대한 감기는 스스로 이겨보려 노력하게 되었다. 그래도 정말 심해지면 병원에 가서 처방받은 약을 먹는다. 생각해보면 병원 약을 먹을 때와, 안 먹을 때 감기의 호전 속도는 크게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단지 약을 먹으면 기침이나 콧물 등을 잠시 완화시켜주기는 한다.


사실 이런 아내와의 의견 차이는 아이가 아플 때 본격적으로 더 느끼게 된다. 당근이가 몇 번 감기에 걸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나는 얼른 보내야 한다는 쪽이었고, 아내는 가능하면 병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관리 치료하는 것을 주장했다. 그때 마나 내 머릿속에는 안아키 카페가 떠올랐다. 병원에 보내면 아이가 좀 덜 힘들 것 같은데, 자꾸 안 보낸다고 하니 부모로서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내에게도 어떤 원칙이 있었다.


나: 이번에도 병원 안 보낼 거예요? 좀 보내죠?
아내: 기침이란 콧물이 좀 많긴 한데, 열이 없잖아요. 집에서 따뜻하게 있으면 될 것 같아요.
나: 지난번에 열 있었을 때도 병원 안 갔잖아요?
아내: 그땐 열이 37도에서 37.5도 사이였잖아요. 굳이 병원 안 가도 돼요.
나: 어휴. 38도 고열에만 병원에 가나요?
아내: 그래야죠. 근데 자기도 나중에 알겠지만 고열 이어도 병원에서 특별히 해주는 건 없어요. 독감 검사하고 해열제를 줘요.


아내 말은 사실이다. 그걸 아이가 몇 번의 감기를 앓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보통 감기는 병원에 굳이 가지 않아도 잘 관리해주면 나았다. 기침이나 콧물이 오랜 시간 지속되거나 고열이 있을 때 병원에 갔다. 해열제를 먹이고 나면 고열에서 미열로 온도가 떨어졌다. 그런 감기를 몇 번 앓은 당근이는 지금도 기침감기를 앓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병원은 가지 않았다. 사실 내 부모님이나 주변의 어르신들은 전혀 이해를 못하셨다. 애초의 나와 마찬가지로 병원에 빨리 다녀와야 한다고만 생각하셨다. 어느 날은 안아키 카페 기사를 보여주시며 병원에 안 가는 것이 심각한 거라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병원에 안 가는 게 아니다. 최대한 집에서 아이의 상태를 호전시키려 노력하면서, 아이의 면역력이 최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리고 정말 심각한 상황이면 바로 병원에 갔다. 새집으로 이사 온 날도 아이에게 열이 났는데, 한 밤을 지나며 고열이 되어 바로 근처 응급실로 향했다. 독감도 아니었지만 의사의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아 그 이후엔 조금씩 먹였다. 약이라고 해봤자 해열제였다.


앞으로도 우리는 감기 때문에 아이를 병원에 자주 보내지는 않을 것 같다. 안아키 카페가 주장하는 것처럼 아예 안 보내면서 자가치료를 하겠다는 건 아니다. 아이가 어떤 상태인지를 잘 살피고, 만약 아이의 증상이 감기라면 최대한 집에서 관리하여 낫게 하고, 피부나 다른 쪽의 질병이라면 아마도 바로 병원에 데려갈 것이다. 아내는 감기에 대한 치료 방법에는 철저하지만 잘 모르는 다른 질병에 대해서는 바로 병원에 보내는 편이다. 아마도 아내가 그런 성향을 가지게 된 건, 홍콩 권역에서 받은 교육 때문인 것 같다. 그렇게 면역력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자란 것이 성인이 되어서 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에서 병원에 가는 것도 쉽지는 않다. 한국은 주변의 작은 개인 병원들도 전문의 자격증을 가진 전문의가 많다. 하지만 중국이나 홍콩은 전문의 자격증이 없는 일반의에게 먼저 진료를 받고 더 심해지는 경우, 큰 병원의 전문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보다 전문적인 진료를 받는 것에 시간이 좀 더 걸린다. 물론 병원에 가면 사람도 많아서 대기 시간도 상당히 길다. 그런 나라 시스템의 차이도 아내의 판단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이제 어린이 집에 다니기 시작한 당근이는 언젠가 또 감기에 심하게 걸릴 것이다. 물론 안 아프고 지나가면 좋겠지만, 늘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다. 아내와의 문화적 차이는 결국 어느 한쪽으로 귀결되게 된다. 우리는 아내 쪽의 방향을 택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런 방향으로 관리를 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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