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그 사건이 있던 5년 전, 그리고 지금

by 레빗구미




오늘은 그날이다. 성인이 된 후 잊을 수 없는 날. 매년 돌아오는 4월 16일은 내 평생에 가장 층격적이고 가슴 아픈 날로 기억된다. 어쩌면 매년 이 날이 오면 그 당시를 생각하며 또다시 똑같은 글을 써내려 갈지도 모른다. 5년 전 그 날은 한참 회사 업무를 시작하던 찰나였다. 긴급 속보로 떠있는 사고 소식을 보고 큰일 날 뻔했다고, 곧 구조될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며 업무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점심때 즘 다시 찾아본 기사에는 구출했단 이야기가 없었다. 아직 수백 명의 사람들이 그 배안에 있다는 소식뿐이었다. 그때부터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속보를 들락날락 거리며 구출자가 나오기를 바라며 시간을 보냈다.


끝내 누군가를 구출했다는 뉴스는 나오지 않았다. 해경, 경찰, 해군, 해병대와 같은 수많은 공권력의 인력들은 잘 보이지 않았다. 당연히 구출될 거란 수많은 탑승자들은 세상과 이별하고 말았다. 이 사건의 충격이 그만큼 큰 건, 국가가 구출하려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배가 진정으로 침몰한 원인도 밝혀지지 않았다. 사실 과거에도 예상하지 못했던 사고들이 많았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성수대교 붕괴 사고, 대구 지하철 참사 등 큰 재난들이 많았고 거기에 희생된 사람들에게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들과는 다르게 세월호는 사고 원인, 적극적인 구조가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 등 많은 것이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인지 더욱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더 아프게 기억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특히나 그 안에 타고 있던 단원고 학생들은 성인의 세계로 한 걸음 옮기기도 전에 작별을 하고 말았다. 5년 전에는 나와 아내는 아이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고를 보고 경험한 것만으로도 마음 한 켠이 금이 간 듯 아팠다. 아이가 생긴 지금은 무엇보다 희생자 가족들의 마음을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다. 태어날 때부터 마음에 담는 아이의 모습들은 매일매일이 다르고, 성장하는 것이 아주 잘 보인다. 부모의 마음에 그 모습들은 아주 선명하게 기억된다. 그랬던 자식을 한 순간에 볼 수 없다면 나와 아내는 그걸 감당할 수나 있을까.


아내는 아이가 갑자기 사라진다면 아마 자기도 살지 못할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그만큼 아이는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밝은 초록색의 새싹이다. 이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고 중고등학교에 가고, 성인이 되어도, 이 아이는 밝은 초록색의 새싹으로 그대로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그 새싹이 뿌리째 뽑혀 사라진다면 그 고통과 허망함은 마음을 가득 채울 것이고 그렇게 빈 공간은 결코 다른 것으로는 채울 수 없을 것이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생일>에선 아이가 먼 곳으로 떠났음에도 삶을 살아가야 하는 부모의 이야기가 나온다. 주인공인 순남이 하는 것처럼 펑펑 운다고 해서 아이가 돌아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아이는 집안 구석구석, 차의 구석구석에 여전히 자리를 잡고 있다. 그것을 볼 때마다 부모는 아픔을 느낀다. 부모뿐 아니다, 형제자매나 주변의 친구들까지 그 아이의 부재가 영향을 준다. 결국 주변의 많은 사람들의 삶은 방향을 바꾼다.


오늘 아침에도 모 국회의원은 죽은 가족을 그만 우려먹으라고 막말을 했다. 사건이 있었단 5년 전부터 지금까지도 전혀 이해가 안 되는 사람들이 많다. 여전히 그들은 그들의 의견이나 말이 잘못된 것인 줄 모르는 것 같다. 그렇게 형성된 분노는 결코 이 사고를 그냥 보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공감이라는 능력을 전혀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내뱉는 말도 화가 나지만, 보상금을 받았으니 이제 그만하라는 말들에도 화가 난다. 그런 사람들에겐 가족이 죽어도 돈을 쥐어주면 위로가 되는 모양이다. 여전히 이런 인식들은 우리 주변에 여전히 존재한다.


아내는 여전히 이날만 되면 내게 묻는다. “나라가 왜 사람들을 안 구해줬죠? 중국은 군대가 다 투입될 건데요”. 여기에 여전히 나는 답을 할 수가 없다. 중국이 아니라 어떤 나라라도 국민이 위험하면 최선을 다해 구출하려 노력한다. 최대한의 노력을 쏟아부었는데도 구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렇게까지 한이 되어 쌓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恨), 한국에만 존재하는 그 단어는 한국적인 특수상황과 맞물리며 이 사건을 경험한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비수처럼 박혀있다. 모든 사람의 마음에 한(恨)이 맺혀있다. 딱 맞는 단어다.


적어도 내 아이가 앞으로 자라고 살아가야 할 나라에서는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 그것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진실규명이 먼저 필요하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을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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