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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bbitgumi Apr 14. 2019

어른보다 더 어른같은 미성년들의 이야기

-<미성년>(2019)





성년이 된다는 것은 좀 더 성숙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 할 수 있을까. 법적으로 만 19세 이상이 되면 모든 사람이 성년이 된다. 자기 자신의 결정과 행동에 책임질 수 있는 최소한의 나이가 되는 그 시점은 사실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은 아닐 것이다. 어떤 사람은 좀 더 성숙해지고 어떤 사람은 그저 어린 시절의 생각 그대로 머물러 있을 것이다.


사실 성년이라고 해서 특별히 생각이 바뀌거나 달라지지 않는다. 단지 성장하던 몸이 거의 자라나 완전체를 이루는 나이가 그때 즈음이다. 자라난 몸을 지탱하는 정신적인 면에서는 성년과 미성년의 경계가 모호하다. 많은 사람들이 어쩌면 마음속으로는 계속 미성년의 상태로 주욱 평생을 사는 것일지 모른다. 그저 몸만 어른일 뿐 아직도 청소년기 때의 행동과 생각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관점에서는 그 미성년의 마음으로 사는 사람을 이상하게 바라보기도 한다.


불륜을 알아낸 고등학생 주리와 윤아의 이야기


영화 <미성년>은 고등학생인 주리(김혜선)와 윤아(박세진)의 이야기다. 두 명을 만나게 하는 건 주리의 아빠 대원(김윤식)과 윤아의 엄마 미희(김소진)다. 영화는 그 두 사람이 바람피우는 걸 알게 되면서 주리와 윤아가 겪는 감정을 보여준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성인은 모두 4명이다. 주리의 아빠와 엄마 영주(염정아), 그리고 윤아의 엄마와 이혼한 아빠(이희준)다. 이들은 정말 성인이라고 불릴 수 있을까. 대원은 자신이 바람피우는 걸 모두에게 들킨 이후, 다시 가족에게 돌아가려 애쓰는 캐릭터다. 자신이 한 짓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딸과의 만남을 피해 도망가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윤아의 아빠는 도박에 미친 사람으로 나온다. 그는 오랜만에 만난 딸에게 돈을 요구하고 카지노 차량이 오자 바로 딸을 무시하고 가버린다.


반면 두 학생의 엄마들은 각기 다른 모습을 보인다. 영주는 최대한 이성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캐릭터다. 이 영화에서 그나마 성인다운 인물이지만 그는 남편의 바람을 갑작스럽게 알게 되어 혼란스런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다. 늘 절제되어 있고 침착하지만 그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하다. 상대적으로 미희는 밝아 보이는 캐릭터다. 대원을 마지막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그는 대원의 아이를 임신해서 출산하기까지 긍정적인 모습으로 삶을 살아간다. 딸 윤아와의 관계가 그렇게 좋지 않지만 겉으로 티를 내지 않는다. 하지만 미희는 일찍 결혼해 윤아를 낳고는 남편의 도박중독으로 이혼도 빨랐다. 그래서 긴 시간 동안 혼자 외로움을 느끼며 살아온 인물이다.


성숙하지 못한 성인들


이 네 명의 성인은 자신들만의 고민을 안고 있느라 자신의 딸을 챙기지 못한다. 그저 현재 닥친 문제를 대면하고 해결방법을 찾느라 새롭게 태어난 생명에는 무관심하다. 미희가 낳은 아들 못난이는 주리와 윤아의 관심을 받는다. 주리와 윤아는 영화 내내 그들만의 방신으로 어른들의 잘못을 바로 잡으려 애쓴다. 비록 두 사람은 각자의 상황 속에서 싸움으로 관계를 시작했지만 그들이 처한 상황은 어떤 관점에서는 같은 위치에 있었다. 그래서 서로 미워하면서도 서로에게 더 관심을 둔다. 어쩌면 어른들이 관심 두지 않는 것들을 세심하게 보는 미성년의 관점에서는 옳고 그름, 그리고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 더 명확하게 보이는 것일지 모른다. 아니 어쩌면 그들을 미성년이라는 관점 속에서 바라보는 것이 큰 편견일지 모른다.



십 대의 학생이라고 해서 자신의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그들의 관점으로 사회와 삶을 바라본다. 그들이 바라본 사회가 잘못되었다면 그들도 목소리를 낼 줄 안다. 성인의 시각에서 그들의 행동이나 판단을 함부로 재단할 수는 없다. 어쩌면 작은 편견으로 바라보는 그들의 시각이 더 맞을 때도 많다. 그래서 선거권을 좀 더 빨리 당기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좀 더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주리와 윤아는 어른들이 각자의 고민에 시선이 좁아져 있을 때, 태어난 아이를 보듬고 상실감에 빠져있는 엄마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위로한다. 그리고 잘못된 행동을 한 어른인 아빠들에게 그들만의 방식으로 단죄한다. 그 단죄라는 건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들과의 관계를 끊어내는 것이다. 주리와 윤아 모두 자신의 아빠와의 관계를 의식적으로 끊어내려 애쓴다. 그 태도는 단도직입적이고 단호하다. 그건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정의다. 그리고 그중에 가장 상처를 받았을 갓 태어난 아이에게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어른보다 더 어른 같은 미성년들


영화는 어른들의 불륜으로 만들어진 잘못된 상황 속에 주리와 윤아를 넣어 그들의 반응과 행동을 유심히 관찰한다. 이 영화는 그 잘못된 상황에 대한 완전한 바로잡음과 통쾌한 복수를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다. 그저 눈 앞에서 펼쳐지는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십 대로서 그들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행동하는지를 보여준다. 인물들 간의 화해와 사건의 방향을 보여주기보다는 본인들이 개입할 수 없는 가족적인 사건 속에서 십 대들이 어떤 방향으로 성장하고, 또 그들의 성장이 결코 부정적인 방향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 주리와 윤아의 행동을 이해하는 어른은 없다. 어른들은 그 두 명의 미성년을 이해하기보다는 이해받으려 애쓴다. 그렇게 이해를 못하는 상황에서 때로는 두 명의 십 대들에게 그건 잘못된 방향이라고 훈계하기도 한다. 그래서 자식과 부모 간의 대화는 일방적인 대화로 끝나버린다. 여기에 더해 주리는 윤아의 엄마인 미희에게, 윤아는 주리의 엄마인 영주에게 각자 찾아가 상대방의 엄마와 대화함으로써 상대방의 상황에 대해 보다 이해하게 된다. 결국 각자의 부모들과는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고, 타인과 마주쳐서야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깨닫게 된다.



어른들, 특히 영주와 미희가 아주 모자란 어른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들은 중년의 나이까지 수많은 일들을 겪었고, 가슴 한 구석에는 외로움이라는 커다란 못이 박혀있다. 그 가운데 대원은 두 사람의 가슴에 큰 상처를 주고 두 가족을 붕괴시킨다. 이 영화의 제목인 미성년은 그 나이 때인 주리와 윤아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중년의 나이가 되어서도 미성숙해진 어른들을 의미하기도 한다. 어른이라고 해서 철없는 짓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어른이라고 해서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른도 더 성숙한 성년이 되지 못한 미성년 일지 모른다.


배우 김윤석의 첫 연출작인 이 영화는 꽤 섬세하고 꼼꼼하게 배우들의 연기를 담는다. 소소한 상황들로 웃음을 주고, 주리와 윤아가 겪는 상황들로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그들을 연기한 김혜선과 박세진 배우들도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며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사연을 가진 캐릭터를 잘 담고 있다. 좋은 배우들이 담은 이 영화에는 아직 성년이 되지 못한 모든 미성년들이 나아갈 방향이 제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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