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휴가 끝났다.
이번 설 연휴는 심천에서 처가 식구들과 시간을 보냈다. 연휴가 시작되는 날, 나와 아내 그리고 아이와 함께 비행기에 오른다. 북적이는 사람들을 보면 언제나 놀랍다. 특히나 최근 연휴에는 더욱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이제 한국은 더 이상 가야 할 시골이나 지방의 친지가 많이 없어진 것 같다. 다들 해외에서 가족들과 이색적인 경험을 하러 간다.
그 와중에 우리 가족은 친지를 보러 해외로 간다. 다른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가는데, 우리는 아직 누군가에게 인사를 하려고 먼 해외 귀향길을 나선다. 피곤하지만 어디 여행 가는 것처럼 마음은 가볍다. 어쨌든 일상에서 벗어나 이색적인 장소로 간다. 아니 내게는 이색적인 장소, 아내에게는 고향이니 아내의 귀향길에 내가 따라가는 것이겠다.
중국 심천의 공기는 확실히 서울 도심권과는 다르다. 좀 더 습기가 많고 따뜻하고, 향신료 냄새도 좀 섞여 있는 것 같은 공기. 비행기가 착륙하고 문 밖으로 나간 순간 그 다른 공기가 느껴진다. 습한 공기를 느끼며 택시 정류장으로 가서 빨간색 시외 택시를 타고 처가로 간다. 그 길에는 야자수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고, 초록 빛깔 나무들이 늘어서 있어 다시 여름 어딘가에 와있는 착각이 든다.
처가에 가면 늘 다채로운 중국 요리들이 준비되어 있다. 장모님의 손님맞이는 우리 어머니의 손님맞이와 큰 차이가 없다. 여러 가지 요리 중 입맛에 맞는 요리 중심으로 먹으면, 맛의 이질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심천 광동지역의 요리는 향신료가 적게 들어가고 덜 느끼해서 큰 어려움 없이 오랜 시간 즐길 수 있다. 그래도 김치의 필요가 느껴지는 것은 내 국적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 같다.
일주일 동안 심천에 머무르며, 다양한 친척들을 방문했다. 그들은 모두 다양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싫어할 만한 행동 들도 있다. 집 안에서 담배피기는 매우 흔하며, 유아에게 차를 준다거나, 시끄럽게 이야기 하기 등 시골에서나 할 법만 일들이 여전히 벌어진다. 우리 가족의 눈에는 비정상이지만, 그들에겐 크게 문제없는 삶일 거다. 내 짧은 중국어로 이야기를 할 수도 없고, 일개 사위가 그 어른들에게 이야기를 할 수도 없다. 그저 웃고만 있다. 그래도 대부분의 친척들은 매우 친절하고, 음식을 잘 챙겨준다. 우리가 '정'이라고 부르는 것을 그들도 가지고 있고, 서로 나누어 준다. 가끔 보긴 하지만, 늘 웃으며 인사해주고 좋은 음식과 차를 내어 우리를 대접한다. 그래서 나도 이 가족의 일원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연휴의 끝에, 나는 아이와 아내를 더 있으라고 하고 혼자 한국으로 돌아온다. 혼자 돌아오는 길은 쓸쓸하다. 영화 COCO에서 아빠가 딸을 위해 만들었던 노래인 'Remember me'를 계속 반복해서 듣는데, 눈시울이 조금 촉촉해진다. 딸 있는 아빠여서 그런지, 아직 20개월인 딸이 내 택시가 떠나갈 때 계속 뚫어지게 날 보던 모습이 잔상으로 남는다. 아이는 내가 택시를 타고 창문을 내렸을 때, '아빠 어디 가요?'라는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난 계속 아이를 보며 손을 흔들지만, 아이는 계속 쳐다보기만 하다 멀찌감치 떨어졌을 때, 작게 손을 흔든다. 그 모습을 보이지 않을 때까지 보고 나서 창문을 올려 이어폰을 끼고 눈을 감았다.
공항에서도, 비행기에서도, 한국에 도착해서도 마음이 허전하다. 아내와 아이가 없는 방에서 짐을 정리하고 자려고 눈을 붙이지만 피곤 속에도 잠이 쉽게 들지 않는다. '역시 가족은 떨어지면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아이가 날 잊지는 않겠지?' 하는 불안감도 든다. 잠이 들 때도 'Rememeber me'를 들으며 아이와 아내가 날 잊지 않기를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