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by 레빗구미

가족과 떨어져 지낸 지 9일 다 되어간다. 짧다면 짧은 시간. 마음껏 친구도 만나고, 술도 마시고, 영화도 보고, 늦잠도 자고. 자유시간을 누렸다. 그래도 밤에 자려고 누우면 잠이 안 온다. 3명이 같이 누워자던 작은 방에 혼자 덩그러니 누워 자는 기분이 참 적막하게만 느껴진다. 부드러운 음악을 틀어도, 커튼을 다 내려도, 스탠드 전등을 약하게 켜놓아도 쉽사리 잠이 오지 않는다. 아침마다 눈을 뜨고 내 옆에 빈자리를 보며 주섬주섬 이불을 정리한다.

매일매일 가족들의 얼굴을 보기 위해 영상통화를 한다. 이 영상통화 기술이라는 것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을 때는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회사에서 영상 통화로 회의를 하자고 하면 매우 부담스럽겠지만, 멀리 떨어진 내 가족이라면 어느 시간에라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주로 아침 출근 전과 퇴근 후에 잠깐씩 하는 영상통화에 내 아이는 늘상 뛰어다니고 아내는 아이를 잡고 위험한 곳을 못 가도록 막는 모습이 자주 연출된다. 그 모습을 보는 것조차 기쁘다.

내가 편하게 쉬는 동안, 내가 외로움을 느끼는 동안, 내가 일상을 평소와 보내는 동안, 아내는 장모님과 아이를 보고, 회사 업무도 처리하고, 개인 공공 서류 작업도 하느라 매일매일 바쁘다. 화면 속의 아내는 피곤해 보인다. 나는 외롭고, 아내는 힘들다. 아내가 힘든데 외로움이 무슨 문제일까. 얼른 가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아내의 일손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다.

어느덧 9일이라는 시간이 다 지나가고, 내일이면 다시 가족을 만나는 날이다. 이렇게 1년, 2년을 떨어져 사는 기러기 가족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서로에게 너무나 외롭고 힘든 삶일 것만 같다. 내 마음은 이미 가족에게 달려가고 있다. 짐을 싸서 들고, 비행기를 타고, 입국 심사를 하고, 공항 게이트를 나가는 순간 반갑게 맞아줄 가족들의 모습이 벌써 보이는 것만 같다.

그렇게 나는 9일 동안 외로움을 견뎠다. 술을 마셔도, 영화를 봐도, 거리를 걸어도, 쇼핑을 해도, 부모님과 식사를 해도, 친구를 만나도, 나의 가족이 내 옆에 없을 때의 외로움은 삼키기 힘들 정도로 쓴 맛이다. 쓴 보약을 먹었으니, 내일은 달콤한 캔디를 즐겨야겠다. 바로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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